지적장애의 얼굴들 -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
리시아 칼슨 지음, 이예린.유기훈 옮김 / 심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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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
#지적장애의얼굴들 #리시아칼슨 #철학 #푸코 @prunsoop

내가 철학의 새로운 전환을 촉구하는 것은 지적장애에 대한 특정 철학적 태도를 재고함과 동시에 푸코가 말한 에토스, 즉 철학적 관행 속에 내재된 전제를 마주하자는 데 있다. 40쪽

철학에서 지적장애의 역사를 탐구하고, 관행을 드러내며 바로잡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잘못된 무언가를 고치려 하기 위한 모든 것이며, 우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사유하고 또 그것이 권력으로 이어져 제도화 되느냐에 따라 지적장애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무언가를 지난 과거에서부터 추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일은 역사적으로 지적장애를 철학적으로 재고한 것이 그렇게 오래되거나 집중적으로 연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지적장애를 당사자 및 그 가족들에게 떠넘기거나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여성해방을 주장했던 페미니스트들 조차 지적장애를 이중적으로 바라봤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표면적으로 보면 철학자는 지적장애 문제를 비교적 소홀히 다뤄왔다.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결함 있는’ 아기에 대한 언급, 데카르트의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에서 ‘광인’에 대한 언급, 로크, 루소의 <에밀>에서 광기와 백치 구분에 대한 논의, 애덤 스미스의 이성이 결여된 ‘비참함’ 존재에 대한 논의 등이다. 205쪽

발달병리를 공부하면 꼭 만나게 되는 것이 밈국정신의학회가 지정한 DSM-5-TR(현재) 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지적장애는 지능점수에 따라 그 정도를 나누고 있다. 19세기 전후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때 조차 정도와 상관없이 그들이 광인과 함께 수용되거나 ‘아기’로 치부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지적장애의 원인이 ‘나쁜 어머니’라고 낙인찍힌 여성의 탓이자 잘못이었으며 인종적인 차별도 존재했다. 서두에 ‘드러내기’ 라는 표현은 당시의 상황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책으로 접하면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고, 달라져야 하는지를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자 이 책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적장애와 동물이 겪는 고통과의 접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면상 더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깊게 생각되었던 지점은 지적장애를 가진 것 자체를 당연한 고통으로 보고 있었음을 자각했던 것이다. 우리가 쉽게 묻던 ‘삶의 철학’을 장애와 연결지었을 때 이미 답을 가졌거나 전혀 답을 갖지 못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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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코드 - 상위 1%의 비밀, 나답게 일하고 나답게 성공하는 절대 공식
오은환 지음 / 북파머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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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딩 로드맵, 오리지널 코드

오은환의 『오리지널 코드』는 단순한 마케팅 실전서가 아니라,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신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책이 한 번 읽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QR코드를 통해 내용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독자가 질문하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살아 있는 콘텐츠처럼 느껴졌다.

책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단순한 자기고백이나 신세한탄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화려한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향성과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느냐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플랫폼을 바라보는 관점도 흥미로웠다. 특정 플랫폼이 무조건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각 플랫폼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단계에 맞게 콘텐츠 포맷을 배치해야 한다는 설명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핵심은 ‘신뢰’였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보여준 뒤 상품을 판매하면 오히려 배신감을 줄까 걱정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반대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물건 자체보다 “이 사람이 추천하는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AI를 어디까지 활용해야 할 지 고민되었던 사람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AI는 뼈대를 만들고, 논리를 보강하고 ,가능성을 탐험하고, 채널에 맞게 번역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설계하고, 어떤 영혼을 불어넣을지 결정하고, 마지막 선택을 내리는 건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326쪽

책 속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지금까지도 멋졌는데, 앞으로는 또 얼마나 더 멋져질까요?” (99쪽)라는 표현이었다. 사랑받는 채널의 팬덤은 결국 콘텐츠 자체보다 그 사람의 성장 가능성과 방향성을 응원하고 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브랜드를 만드는 기술보다, 오래 사랑받는 사람과 콘텐츠의 태도를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은 물론 자기개발서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것‘인데 이 책은 나라는 브랜드, 내가 만든 브랜드를 설계 또는 재정비할 때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저자가 제시한 다음의 ‘내 브랜드 체크리스트‘를 통해 반드시 읽어야 할 독자들이 놓치지 않길 바란다. #오은환 #오리지널코드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북파머스 @_book_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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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전주 - 전주의 멋과 맛과 책을 찾아 걷다 ㅣ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1
권진희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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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01 전주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구하기 마련이다. #푸른향기 출판사의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의 전주편은 전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직접 들려주는 찐 전주 이야기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알고 경험했던 전주는 한옥마을 성당, 비빔밥, 콩나물 국밥, 전주 영화제 그리고 풍년제과의 초코파이 정도 였다. ‘책쾌’는 언제고 한 번 참여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으면서도 잊고 있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나와 같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와 책방 그리고 멋진 도서관이 그곳, 전주에 있었다.

내가 경험한 주인의 적당한 무관심과 책장의 무심한 의외성이 교차하는 순간을, 애정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카프카에서 만나”하고 덫을 친다. 그리고 그들이 기웃거렸던 책장과 들었다 내려놓았던 책들을 은밀히 관찰해 두었다가, 그들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몰래 계산하곤 헤어질 때 선물한다. 97쪽

좋아하는 책방 한 두 군데는 애서가라면 있기 마련이지만, 그곳에서 책을 둘러보다 ‘몰래 계산 후 선물하기’라니, 정말 낭만적이고 다정하지 않은가. 만약 내가 저자와 친분이 있는 지인이었다면 카프카에서 만나자는 말을 들을 때 부터 설레고 기다려질 것 같다. 마치 여우가 어린왕자와의 약속 시간이 다가오길 기대하는 것처럼. 사실 저자의 책 구매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진짜 재밌어서 이 이야기만 가지고 꼬리를 물어도 이 책은 ‘앉아서 하는 동행’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여행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아니던가. 가고 싶은 주점과 초원 편의점에서 황태와 명태를 안주 삼아 마시는 맥주는 사진만 봐도 당장 전주로 달려가고 싶어지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전주하면 ‘콩나물 국밥’을 빼놓을 수가 없다. 책 만큼 콩나물도 좋아하다보니 서울에서도 종종 혼밥할 때면 망설임없이 고르는 메뉴라서 그런가, ‘삼백집식과 남부시장식’ 이란 글자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그래서 어디가 가장 맛있는데?”라고 물으신다면 가르쳐드리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너무 어려운 문제다. 길을 막고 “전주 콩나물국밥 맛집이 어디인가요?”라고 물으면 의견이 분분할 거다. 차라리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요…” 하고 거리순으로 알려주는게 서로에게 용이하지 않을까. 202쪽

얼마나 다행인 답변인가. 어딜 다 맛있으니 그냥 여행하다 매일 매일 목적지에서 가까운 곳 국밥을 맛보면 된다니 전주는 책만 읽으러 가도 좋고, 맥주를 마시러 가도 좋고, 국밥을 먹으러 가도 다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책의 단 한장의 사진을 꼽으라면 ‘세계 평화의 전당’ 이다. 한옥마을이 아니어도 이토록 푸르고 ‘두더지와 래트 그리고 오소리와 두꺼비’가 살고 있을 것 같은 풍경이라니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비우기 위한 여행으로도 ‘전주’는 완벽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거기서 거기였던 전주가 이제는 여행이 아니라 한 달을 살아봐도 좋을 것 같은 장소처럼 다가온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전주를 올해는 꼭 가보고 싶다.

#언제라도전주 #권진희 #전주 #도서협찬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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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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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단순한 반려견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읽을수록 인간의 욕망과 상실, 그리고 우리가 소중하다고 믿는 가치들을 되묻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먼 곳에서 데려온 개 ‘이시봉’은 가족에게 단순한 개 이상의 존재다. 특히 아버지가 개를 구하려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시봉이를 견디지 못해 집을 떠난 설정은, 시봉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족의 슬픔과 기억을 응축한 상징처럼 느껴졌다.


소설의 본격적인 긴장감은 누군가가 찾아와 “이 개의 혈통이 남다르다”며 시봉이를 팔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작품은 액자식 구성으로 시봉이의 족보와 혈통에 관한 기록들을 끼워 넣고, 프랑스 혈통의 개가 어떻게 지금의 집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추리 형식까지 더해진다. 덕분에 이야기는 단순히 반려동물과 인간의 정을 다루는 데 머물지 않고, 역사와 계급, 욕망과 우연이 뒤엉킨 흥미로운 서사로 확장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개 한 마리의 혈통을 따라가는 과정이 결국 인간 사회의 허영과 욕망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떠돌이 개일 뿐인 존재가, 혈통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갑자기 값비싼 대상으로 변한다. 작품은 이런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가치의 기준을 바꾸고, 또 허상에 집착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시봉이를 둘러싼 가족의 감정은 인간 삶의 연약함과 우연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가볍고 명랑하게 읽히는 장면들 사이로 삶의 허무와 씁쓸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작가의 필체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소설을 읽다말고 내가 진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은 개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믿고 있는 가치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흔들리기 쉬운 것인지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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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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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은 상처를 통해 타인의 내면을 읽어내는 한 여성을 중심에 둔 작품이다. 피가 난 상처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의 기억과 감정,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작품은 이를 통해 인간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도 절실한 일인지 질문한다. 특히 소설 속에서 ‘읽는다’는 행위는 단지 활자를 해독하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화자인 독서지도사는 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성 때문에 남편을 잃었다고 믿고, 복수를 위해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자신의 직업인 ‘독서’를 도구 삼아 상대에게 다가간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고 가르치는 일이 복수의 수단이 되면서도,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독서는 단순한 취미나 교양 활동이 아니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처럼 기능한다.


또한 작품 곳곳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문장들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직접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기보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빌려 감정을 대신 전한다. 이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문학이 대신 표현해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모습은, 결국 독서가 타인의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끝까지 인간의 상처와 이해, 그리고 읽기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결말의 반전이나 사건 자체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왜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래서 『절창』은 단순히 줄거리의 재미를 넘어, 소설 읽기의 즐거움과 목적이 무엇인지 가늠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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