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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절창은 상처를 통해 타인의 내면을 읽어내는 한 여성을 중심에 둔 작품이다. 피가 난 상처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의 기억과 감정,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작품은 이를 통해 인간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도 절실한 일인지 질문한다. 특히 소설 속에서 ‘읽는다’는 행위는 단지 활자를 해독하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화자인 독서지도사는 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여성 때문에 남편을 잃었다고 믿고, 복수를 위해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자신의 직업인 ‘독서’를 도구 삼아 상대에게 다가간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고 가르치는 일이 복수의 수단이 되면서도,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독서는 단순한 취미나 교양 활동이 아니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처럼 기능한다.
또한 작품 곳곳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문장들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직접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기보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빌려 감정을 대신 전한다. 이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문학이 대신 표현해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모습은, 결국 독서가 타인의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끝까지 인간의 상처와 이해, 그리고 읽기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결말의 반전이나 사건 자체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왜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래서 『절창』은 단순히 줄거리의 재미를 넘어, 소설 읽기의 즐거움과 목적이 무엇인지 가늠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