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러더퍼드의 편지 - 유배지에서 보내는 믿음의 글들 세계기독교고전 43
새뮤얼 러더퍼드 지음, 이강호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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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에게 있어 언변이 좋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친다. 교회를 선택하는 기준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교회 혹은 목회자를 자랑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설교말씀이기 때문이다. <새뮤얼 러더퍼드의 편지>의 저자인 러더퍼드의 경우는 뛰어난 학식도 학식이지만 늘 주님안에서 머물던 사람이었기에 그가 설교하던 교회사람들은 그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다'라고 할 정도 였다. 어린 시절 위험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흰옷을 입은 사람이라고 할 만큼 러더퍼드는 유년시절부터 줄곧 하늘에 속해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첫 아내가 투병중에 세상을 떠나고 두 아이를 잃었을 때 조차 그는 고통중에야 비로소 주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때라고 할 정도였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말뿐이라고 하거나 심지어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러더퍼드는 스스로가 하느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로서의 사명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그럴 수 있는 자신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바로 애버딘에 갇혀 있는 동안 220통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당신은 그리스도가 없어서는 안되며, 없을 수도 없으며, 없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날 이후로는 당신의 모든 애인들을 당신의 영혼 앞에 소집하여 그들에게 떠나라고 하십시오, 그리스도와 손을 잡으시고 그 이후로는 그리스도 밖에는 당신에게 다른 행복이 없게 하시고 그리스도 밖에는 아무것도 쫓아가지 마시고 그리스도 없이는 죽음이 올 때 잠자리에 들지 마십시오. 그리스도, 그리스도 뿐이니, 그리스도 외에 누가 있습니까! 125쪽



각 수신인의 이름밑에는 러더퍼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표기되어 있었다. 또한 편지 말미에는 자신의 능력이나 언변이 수신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그 은총과 은혜가 내려지기를 기도하거나 기도해달라고 적는 것으로보아 주님의 제자가 갖추어야 할 겸손함, 낮아짐의 자세를 볼 수 있었다. 주제가 다르다할지라도 사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어느 한 순간에라도 사람, 재산, 지위 등 이 세상의 것에 의자하려고 하거나 그로인한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로지 우리가 의지해야 하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 그리고 그분의 뜻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용이 이렇다 보니 종교가 없거나 혹은 어느정도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비신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큰 위로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방법의 해결책이 다름아닌 그리스도를 향한 순종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맨 앞으로 넘어와 러더퍼드의 생애를 읽다보면 의외의 위로가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의 삶은 목회자로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한 개인의 삶으로 보자면 그다지 희망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심지어 러더퍼드 역시도 그리스도를 향해 반항하며 "내가 그의 집에서 충성하기를 바랐는데 도대체 그리스도께서 내게 왜 이러시는거야?"(211쪽)하고 그리스도를 고발하기도 한다. 러더퍼드 자신도 아파본적이 있고, 방황한 적이 있기에 더더욱 수신자들의 아픔과 괴로움을 공감할 수 있었고 진정으로 자신이 느낀 바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자신의 삶을 맡긴다는 것, 그리하여 참 평화를 누릴 수 있게된다면 그가 권하는 하느님을 향한 감사와 찬미야 말로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일부 목회자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와 행동, 오히려 신을 거부하게 만드는 사건들을 보면서 그리스도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삶은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다만 쉽지 않은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사는 사람과 원망하고 분노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러더퍼드의 편지가 다른 이가 아닌 지금 내게 보낸 편지라고 생각하고 다시금 한 통 한 통 읽다보면 분명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혀나 어떤 붓이나 사람의 재주가

유명한 러더퍼드를 기릴 수 있으랴!

그의 학식은 정당히 그의 명성을 높였고

진정한 경건은 그의 이름을 장식했다네.

그는 위에 있는 것과 사귀었으니

임마누엘의 사랑에 친숙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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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밤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101
김선경 엮음 / 메이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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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마음이 먹먹해졌다. 좋은 일과 나쁜일이 겹쳐온다는 것은, 그리하여 산다는 것은 저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걸 안다고, 잘 안다고 하면서도 매번 나쁜일이 올 때에는 분노와 절망감으로 매번 무너졌던 것 같다. 그럴 때 저자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종류의 위안을 '시'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시는 삶을 다독인다. 웃을 일이 없어도 미소 짓게 하고, 특별히 잘난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에 숨고 싶을 때 기죽지 말라 하고, 내가 누구인지 헤맬 때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고 말해 준다.

-프롤로그 중에서-


시가 내 마음을 움직인 적은 있었어도 또한 완벽하게 그 시를 이해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나를 움직였던 그 시들을 좀 더 잘 알았더라면 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건 모를일이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면 당시의 나의 상황과 다르다고 오히려 시를 더 외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던 내가 요즘들어 계속 '시'를 찾고 있다. 책<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처럼 저자가 좋은 시를 엮어서 풀이해주는 모음집부터 소설 속 주인공이 시를 통해 위로를 받을 때 간접적으로 나 또한 그렇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데 각각 제목이, '어느 날 시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날', '인생의 절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들','이누이트족의 언어에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없는 이유','나는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무심코 하는 말들을 위한 기도','시가 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내 삶을 뻔한 결말로부터 구해 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하여'등이다. 굳이 챕터 별 제목을 다 적어놓은 것은 제목만 보더라도 시로 부터 받을 수 있는 위로가 얼마나 다양하고 또 얼마나 깊은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개된 시를 접하게 되면 굳이 어느 챕터에 어떤 주제로 분류되어도 좋을 작품들이 많다. 그런가하면 작품 전체를 알진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인용이나 광고문구속에서 보았음직한 내용들도 많았다. 한 편 한 편이 워낙 명시라서 일부를 발췌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100여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이 책의 제목처럼 '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시 하나'를 소개해본다.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때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이기철 -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을 포함 해 '용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여러번 휘청거린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용서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서라는 단어 앞에서 무너지는 내가 참 버겁고 힘들었다. 하나하나 내려놓고 모든 것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을 받아들이게 되면 용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이 시를 가슴에 품기 전과 후과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게 저자 덕분에 나또한 시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누구도 해준 적 없고,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던 위로, 그 위로를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에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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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문방구
GB 편집부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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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을 떠올렸을 때 가장 처음 생각나는 제품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부터 은은하게 다가오는 아로마 디퓨저의 향일 수도 있고, 언제봐도 큰 차이가 없으나 실제 착장을 해보면 느껴지는 편안하면서도 심플한 의류일 수도 있다. 또는 스테디셀러인 벽에 부착하는 CDP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사실 무인양품은 이런 제품들 외에도 소소한 간식류, 깔끔하면서도 내구성이 좋은 주방용품은 물론 친구와 가구까지 집 빼고는 그 안에 모든 것을 무인양품 제품으로 채울 수 있을만큼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하다. 책<무인양품 문방구>는 그 많은 품목중에서 문구류만 따로 편집해서 모았다. 책의 구성은 각각 고르다, 쓰다, 수납하다, 즐기다로 4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실제 사용후기를 보고 싶다면 두번째 챕터 '쓰다'편을 보면 되고, 카달로그 형식으로 제품을 만나고 싶다면 챕터1,3을 보면 된다. 제품의 탄생배경과 제조사에서 말하는 매력을 알고 싶어질 때는 챕터 4를 통해 문구의 개발 과정, 디자인, 소재, 크기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무인양품 제품중에서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제품은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지우개다. 스케치할 때 사용해도 좋을만큼 괜찮은 제품인데 책에 소개되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다. 책에 소개된 제품중에 '겔 잉키 볼펜(젤 잉크 볼펜)'의 경우는 초대 모델이 1998년에 출시되었다고 한다. 현재 시판중인 제품은 세 번째 모델로 전 세계의 무지러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2011년도에 출시된 3세대 모델부터 사용중인데 번짐없이 필기감이 좋아서 한 번 써보고는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인기있는 컬러는 블랙, 레드, 블루, 블루블래기라는데 사진에 보시다시피 인기컬러는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챕터 2에는 무지러들의 실제 사용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 노트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캘리그래퍼 산도 미나코씨의 경우는 7~8년 전붜 줄곧 애용하고 있는데 캘리그래퍼인만큼 직접 꾸밀 수 있는 여유가 많은 심플함이 맘에 든다고 한다. 노트하나에 체크 리스트와 인덱스 스티키 메모를 결합, 마치 하나의 노트였던 것처럼 사용하는 실제 모습을 보니 솜씨가 좋다면 얼마든지 커스텀이 가능한 무인양품 노트의 매력이 잘 살아나는 것 같다. 식림목 페이퍼로 5권이 세트로 판매되는(개별 구매 가능) 앞뒤 표지가 크래프트지인 기본 노트는 B5 사이즈로 매장에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를 이용해 정말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학생들의 경우 과목별로 이용해도 좋고, 나처럼 두꺼운 인문서적이나 별도의 메모를 요하는 책을 읽을 때 가볍게 한 권씩 챙겨서 독서하면 효율적이다.


필기류와 노트류외에도 수납을 위한 정리 트레이도 무인양품에서 인기있는 제품이다. 트레이 역시 여러개를 혼합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퍼즐처럼 자유자재로 조합가능하다. 특히 캐리 케이스를 사용하면 정리된 트레이를 그대로 옮겨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외출시에 별도로 챙겼다가 돌아와서 다시 정리해야하는 불필요한 소모를 방지할 수 있다. 이 상품은 개발 담당자가 독일에 출장갔을 때 현지 잡화점에서 고정된 트레이를 보고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생각해서 개발된 제품(147쪽 참조)이라고 한다.


현재 데스크톱 수납용품을 제외하고도 약 500여종의 문구류가 출시되었는데 상품개발 과정은 3년 계획을 토대로 실제 출시까지는 거의 1년 반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생활잡화부에 소속된 문구 담당과 디자이너가 함께 연구하고 상품을 개발할 때는 실제 현장에 방문해서 조사하는 작업을 거치고 제품개발이 완료되면 무인양품 점장이나 해외 스태프를 대상으로 전시회를 갖는다고 한다. 또한 자사 제품연구를 위해 자사문구류외에도 타사제품을 사용을 통해 위의 트레이 개발사례처럼 아이디어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했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역시 타사의 제품도, 해외의 좋은 제품들도 많이 사용해보는 것, 개발자 스스로 문구에 대한 애착을 갖고 다양하게 사용해보는 것은 필수라고 본다. 화려한 디자인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역시나 기본에 충실할 것, 이것이야말로 무인양품 문구류를 한 번 사용한 이후 놓을 수 없게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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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 - 한사오궁 장편소설
한사오궁 지음, 문현선 옮김 / 책과이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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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나 표정, 겉모습, 옷 의식 등의 사물은 어떻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가. 나는 독자들과 더불어 이 구체적인 이미지 기호들이 우리 삶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함께 관찰하고 싶었다. -중략-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 언어와 구체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서로를 생성하고 성장시키는지, 또 어떻게 서로를 제어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한사오궁의 소설 <암시>는 소설이자 기호 혹은 이미지가 우리의 삶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문서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중심으로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 역자의 말처럼 그 인물들이 모두 저자 한 사람일수도 있고 혹은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위의 저자의 말처럼 기호와 이미지에 대해 우리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소설이란 형식을 차용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총4부로 구성된 소설은 은밀한 정보를 시작으로, 일상, 사회의 구체적 이미지 그리고 마지막 언어와 이미지의 공존이라는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우선 언어가 문자를, 비언어가 이미지를 상징한다면 우리는 말하지 않고도 문자로 서술된 것 이상의 정보를 이미지, 시각화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이 내게 '사랑한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사실'이라고 말하는 텍스트안에서도 '진실'은 별개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 혹은 눈빛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내 눈을 보고 말해봐'라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보여지는 이미지는 항상 언어보다 정확할까 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그렇다고도 할 수 없다. 보여지는 이미지가 완벽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볼 수도 없는데 가령 저자가 언급한 '관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쁜사람과 착한사람을 그 사람의 관상만 보고 확실히 알 수 있을까?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사람의 과거와 실제 성격을 알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그사람이 평소에 쌓아온 덕이나 업적 또한 얼굴로만 판단할 수도 없다. 즉 보여지는 이미지 역시 언어가 가지는 한계처럼 다른 의미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한 여성후보자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남자와 대등한 위치에 놓이고자 여성이 택하는 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화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체력적인 면에서 결코 약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목적을 위한 여성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을 꾸미자고 했던 것과는 달리 마치 여성성을 버리고, 그런 스타일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렇다보니 앞에서는 여성들의 지지를 받지만 그 반대로는 오히려 그녀는 또 다른 이성을 혼자서만 독차지 하려는 여우가 되고 만다. 일상속에서의 이미지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전세계적으로 사형제도가 거의 폐지화되고 있지만 작가는 과연 그런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서 수많은 아이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우리가 제도화된 사형제는 폐지시키고 있을지 몰라도 암묵적인(즉 비언어적인)형태로 또 다른 의미의 사형제도를 허용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런가하면 공간이라는 주제를 두고 풀어낸 부분도 공감이 되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남편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다른 마음을 품는다는 것, 어차피 그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공간적으로 멀리 있다고 해서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는가.


3부에서는 중국의 현대사와 맞물려 앞서 1,2부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어떤 '이미지'로 사회에 적응하게 되거나 혹은 밀려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당국에서 시행된 제도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문서화 혹은 언어화된 개념이 정, 혹은 호감 등의 결실로 빚어진 것들이 상당함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기대되는 부분은 이 소설의 형식은 작가 스스로가 실험적이자 모험적으로 시도했다고 할 만큼 기존의 소설방식은 아니다. 역자는 중간 중간 기존의 집필 방식이 등장한다고는 했어도 분명 놀랍고도 반가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만큼 중국의 역사가 아닌 한국의 역사를 두고, 또 사건을 두고, 또 사회문제를 통해 이런 방식의 소설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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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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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 큰 충격을 던지는 창업가나 아티스트, 운동선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쳐야만 인생'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세 살 어린아이처럼 있는 그대로 본능을 발휘하고 마음껏 호기심을 드러내며 산다. 67쪽


책<미치지 않고서야>의 저자 미노와 고스케는 현직 출판사 편집자이자 온라인 살롱 '미노와 편집실'의 운영자다. 딱봐도 신입 에디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것 같지만 그의 처음 일한 부서는 편집부가 아닌 광고영업부였다. 언뜻봐서는 이례적인듯 보이지만 그가 하고 싶던 '편집'일을 위해 그가 한 일은 편집을 직접 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부서이동이 자기가 하고 싶다고 반드시 가능한것도 아니고 타부서의 업무를 쉽게 내것으로 만드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위의 발췌문도 그런 의미에서 세 살 어린아이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살 어린아이들은 주변을 신경쓰지 않는다. 또한 울다가도 자기가 원하는 장난감이나 음식을 먹여주면 금새 환하게 웃는다. 지나치게 실패와 테두리에 얽매이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직장 동료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회사에서 짤리는 것은 아닐까 망설이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기회조차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자세가 있었기에 영업부에 재직하면서도 <네오힐즈 재팬>을 창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잡지를 창간하는 과정도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의식이 상당한 사람이고 고난이 닥치면 자포자기 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지그의 헤프닝을 나중에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될까하는 놀랍도록 발전적인 방향으로 시련을 이겨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간 직전 저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나중에 편집인터뷰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고 의연하게 대처하는가 하면 언뜻봐서는 기회주의자, 운이 좋았던것처럼 보여도 새벽3시에 출근하거나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기위해 사람들이 관심가질 만한 것들을 직접 찾아내며 '빙의'라고 표현할 만큼 인터뷰를 하게 될 때에는 그 사람의 저술, 인터뷰, 방송녹화내용등을 포함해 철저하게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손으로, 머리로, 발로, 이름으로 돈을 벌어라. 자신의 가격표를 의식하지 않으면 평생 누군가가 먹여주는 돼지로 남을 뿐이다. 돼지가 아닌 굶주린 늑대가 돼라. 88쪽


편집부로 옮기는 과정이 드라마틱했고 실제 승진도 빨랐지만 그래도 사회초년생을 갓 넘긴 그에게 도쿄 내에 거주하는 일은 무리가 있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한 가정의 가장인만큼 최소 방2개짜리의 집을 구하려면 당시의 월급으로는 부족해서 추가적인 수입이 필요했던 그는 우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칼럼을 쓴다거나 강연을 나간다거나 하는식이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추가 수입을 필요로할 때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나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돈이 급하다고 규동집 알바를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한다. 업무와 관련된 것, 그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온라인 살롱 '미노와 편집실'이었고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도 윈윈하기 위해서 이직한 곳이 현재 재직중인 겐토샤였다. 얼핏봐서는 이전회사에 비해 겐토샤에서는 사원의 부업을 인정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니 가능한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이부분에 대해서도 회사덕분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회사가 진정으로 발전가능성 있는 회사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인플루언서가 되면 그야말로 최고 아닌가?'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 그야말로 물건을 고르는 일 자체에 지치고 만다.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지금시대에는 필연적인 방식이 되어간다. 그러니 인플루언서의 힘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46-147쪽



사실 공무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자신의 사원이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노예가 아닌이상 사원이 발전할 수 있을 때, 근무시간 외의 시간만큼은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회사가 현명하다고 말한다. 만약 이를 방해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퇴사를 권하기까지 한다.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전현직 승무원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내세워 뷰티나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인플루언서가 되어 특정 기업에 매출을 올려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현직 편집자가 개인계정과 사내계정을 병행하면서 자신이 편집한 책의 매출을 도모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앞으로는 AI가 인간이 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무를 대체하리라는 예측이 일반적인데다 이를 우려하는 시선들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미칠 줄 아는'인간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친다는 것은 노력을 뛰어넘어 열정을 다해 자신이 하고 있는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련이 찾아와도 그 또한 하나의 자극이 될 뿐 결코 방해요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저자처럼 발가벗고 증명사진을 찍는다던가, 무조건 다 '하겠다'라는 정신까지 따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하거나 누군가 이끌어주겠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설사 누군가에게는 미친것처럼 보일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그 일을 지금 바로 행하는 것, 그것이 편집이든 무슨일이든 성공할 수 있는 기본자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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