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밤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101
김선경 엮음 / 메이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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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마음이 먹먹해졌다. 좋은 일과 나쁜일이 겹쳐온다는 것은, 그리하여 산다는 것은 저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걸 안다고, 잘 안다고 하면서도 매번 나쁜일이 올 때에는 분노와 절망감으로 매번 무너졌던 것 같다. 그럴 때 저자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종류의 위안을 '시'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시는 삶을 다독인다. 웃을 일이 없어도 미소 짓게 하고, 특별히 잘난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에 숨고 싶을 때 기죽지 말라 하고, 내가 누구인지 헤맬 때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고 말해 준다.

-프롤로그 중에서-


시가 내 마음을 움직인 적은 있었어도 또한 완벽하게 그 시를 이해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나를 움직였던 그 시들을 좀 더 잘 알았더라면 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건 모를일이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면 당시의 나의 상황과 다르다고 오히려 시를 더 외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던 내가 요즘들어 계속 '시'를 찾고 있다. 책<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처럼 저자가 좋은 시를 엮어서 풀이해주는 모음집부터 소설 속 주인공이 시를 통해 위로를 받을 때 간접적으로 나 또한 그렇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총 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데 각각 제목이, '어느 날 시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날', '인생의 절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들','이누이트족의 언어에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없는 이유','나는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무심코 하는 말들을 위한 기도','시가 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내 삶을 뻔한 결말로부터 구해 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하여'등이다. 굳이 챕터 별 제목을 다 적어놓은 것은 제목만 보더라도 시로 부터 받을 수 있는 위로가 얼마나 다양하고 또 얼마나 깊은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개된 시를 접하게 되면 굳이 어느 챕터에 어떤 주제로 분류되어도 좋을 작품들이 많다. 그런가하면 작품 전체를 알진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인용이나 광고문구속에서 보았음직한 내용들도 많았다. 한 편 한 편이 워낙 명시라서 일부를 발췌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100여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이 책의 제목처럼 '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시 하나'를 소개해본다.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때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이기철 -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을 포함 해 '용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여러번 휘청거린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용서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서라는 단어 앞에서 무너지는 내가 참 버겁고 힘들었다. 하나하나 내려놓고 모든 것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을 받아들이게 되면 용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이 시를 가슴에 품기 전과 후과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게 저자 덕분에 나또한 시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누구도 해준 적 없고,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던 위로, 그 위로를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에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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