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호시 스토리 하모니 - Shihoahi Story Harmony
권정아 지음 / 알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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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출간된 시호시스토리는 엄마 권정아와 아이가 함께 선보이는 모녀룩과 스타일링에 관한 부분이 많았다. 새 책은 시호시스토리라는 타이틀보다 더 큰 폰트로 '하모니'라고 쓰여있다. 보여지는 겉모습보다 사람사이의 관계와 조화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간관계'에 대한 가장 핵심과 기본을 담은 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기 위한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아이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는 아빠도,

늘 옆에 함께 있어 주는 아빠도 나쁘지 않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가 최고의 아빠입니다. 35쪽

 

부부관계는 사회를 넘어가기 이전 가장 기본이 되는 '관계'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관계도 바로 '부부'의 모습이다. 알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면 오히려 쌓이고 쌓여서 더 큰 화를 부르기 쉽다. 오랜 세월 각자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각자 부모님에게 받은 교육이 다른 만큼 아이에게 전달하는 교육방침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고 본다. 이혼이 잘못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모의 사랑속에 태어나 자란다는 것은 아이가 사람을 신뢰하고 반대로 타인을 감싸안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시호가 말하는 행복은 '늘 기다려 지는 것들'이라고 한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이보다 더 행복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시호가족의 기다림이 무엇인지 보면서 과연 내가 늘 기다리는 것은 무언가 떠올려보니 왜 살이 찌는지 알것도 같다. 난 늘 '안정되고 다채로운 식사'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식으로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고 행복을 느끼는지 깨닫게 되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나약한 사람은 상대방과 자신의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내 생각이나 가치관, 습관, 성향이 다른 상대를 향해 '다르다'대신에 '틀렸다'라고 단정하려 듭니다. 자신은 늘 옳고 맞는데 상대가 나와 다르므로 다 틀립니다. 67쪽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은 시간 머물렀던 내용이었다. 상대방이 나와 의견이 다른 것은 말그대로 '다른'것일 뿐 '틀린'것이 아니다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늘 행동과 말투는 상대방이 틀렸음에도 내가 이해하고 받아준다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게 아니라 틀렸다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틀린길로 가는 상대방이 늘 불안해져 사서 걱정하기에 이르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바로 이를 두고 '하모니'를 배우지 못해서 나온 휴유증이라고 말한다. 하모니를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에라도 제대로 알게 되어 다행인건지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닌지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한가지는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라는 것이었다. 비교하다보니 상대방의 의견의 옳고그름을 따지게 되고, 그로인해 자만이 생기거나 자학하는 불안한 심리상태에 놓이게 된다. 결국 타인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삶은 하모니를 배우지도 못하고 관계를 이어가지도 못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녀와 부모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한 말로 나를 바꾸기 싫을 때, 옆 사람 또는 환경을 탓한 것이 기쁘게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185쪽

 

저자도 처음부터 유연한 사고와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였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하고나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배우자에게 실망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까지에 시련은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를 고치려고 하는 마음만이라도 접을 때 관계가 개선되고 상대가 변하지 않더라도 내가 변하는 순간 호전된다는 사실은 지난 번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스님의 주례사]에서도 나온 이야기였다. 상대를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 나를 바꾸는 것, 참 어렵지만 모두가 이야기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한번 더 깨달았다. 더불어 생각이 너무 많아 고민인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책이 근래들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이 다양하고 깊게하는 것은 그저 '많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 옆에 있으면 불안하다. 연애시절 상대방이 날 정말 사랑하는지 늘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각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생각이 깊은 사람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 당시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깊게 헤아리며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보다 현재 자신이 느끼는 행복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 그런 모습에 상대방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행복하려면 내 마음에 집중하고 상대방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타인도, 상대방도 아닌 나의 문제점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때 좋은 관계를 지켜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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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개 - 절망 끝에 선 남자의 모터사이클 도망기
장준영 지음 / 매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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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프거나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 손을 내밀어 찬찬히 이끌어주는 부모도 있지만 반대로 걱정이 커 역정을 내는 부모도 많다. 아무도 부모연습을 하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방식이 더 좋은 방법인지 내 아이에게 당근과 채찍 중 어느 것을 먼저 주어야 할 지 알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 장준영씨의 아버지 또한 그랬다. 자기가 누리지 못한 유년기의 행복을 너무 다 해주려고만 하다보니 자신의 본심을 알아주지 않는 아들이 밉고 급기야 연을 끊는 극단에 이른다.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청년이 안식을 누릴 만한 곳은 많지 않다. 공부나 연구에 매진하거나, 돈을 벌거나 혹은 이성을 만나 또다른 사랑을 만나는 것이다. 저자는 한 여자를 만나 그녀에게서 안식을 찾았다. 그렇게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랬다면 그가 굳이 세상의 끝을 찾아 인도까지 떠날 기회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많이 사랑하고 믿었던 그녀는 그를 만날 때 항상 가면을 썼다. 가면에 가려진 그녀의 본모습을 마주했을 때 저자는 한번 잃었던 '가족'과 '사랑'을 두번 잃는 비참함을 맛보게 된다. 상실감과 고통이 너무커 결국 죽을 마음으로 인도로 떠나 '길 잃은 개'꼴이 된다. 막상 인도에 도착하자 상상했던 이미지는 보이지 않고 악취와 낯선이를 바라보는 두려운 눈빛들이 그를 주눅들게 했다. 바이크를 타고 떠나겠다고 무작정 구매하려 나섰다가 사기도 당하고 준비없이 떠난 여행은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다. 시련이 닥칠수록 신기하게도 그를 돕는 손길이 등장한다. 마치 행운과 행복은 '시련'이라는 포장을 하고 신이 인간에게 준다는 말을 그대로 재연이라도 하듯 시련이 크면 클수록 그를 돕는 '좋은 사람'들의 수도, 그 크기도 커져만 간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시련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무언가를 '얻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버려야 했던 비루한 감정들을 '버리고'왔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용서라는 구원의 열매를 얻었다면, 유라시아 대륙에선 무엇을 얻을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훗날 여행을 마치고 '얻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난 '얻음'이 없었다. 다만 비워져 있었을 뿐이었다. 194쪽

뿐만아니라 '타'와'아'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겉으로 보여지는 '타'와 미처 성장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는 여린 '아'의 싸움은 여행을 하는 내내 그를 따라다닌다. 얻는 것이 아니라 버린다고 표현한 것은 아마 '타'와 '아'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한국에서의 나는 부모님, 선생님, 직장상사들의 '눈'에 의해 자아가 아닌 타아의 존재였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남들 '눈'을 신경 안쓰는 내 가슴에서 막 태어난 '자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막막의 사막을 건너는 동안 '아'와 '타;의 싸움이 시작했다. 77쪽

인도방랑이 끝인가 싶었는데 아직 다 비워내지 못한 미련과 유라시아를 바이크로 횡당하겠다는 목표는 그를 영국으로 이끈다. 그곳에서 유라시아 횡단을 위한 경비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한국에 들어와 돈을 모아도 상관없지만 군복무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직 스스로 '끝'이라는 느낌없이 되돌아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난 주에 런던에 있었던 까닭인지 그의 영국 무용담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한식당에서 벌어지는 노동력착취는 익히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 어린 나이에 고생했던 저자도, 이민국 관리단에 의해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 대다수가 추방되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덤덤해지지 못했다. 나중에 바이크 장비를 빌려주는 호인들의 말처럼 '합법적'으로 일하라는 조언은 더욱 와닿았다. 탓하려는 말이 아니라 때로 자신을 힘들게 하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나마 지켜지는 안전과 안정을 절실하게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 MARK씨는 지금은 또 누군가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저자의 여행이야기는 개인 블로그에 간간히 포스팅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죽으려고'갈 맘은 아니었던게 분명하다. 중간에 마음이 바꼈다고는 해도 저자가 인정한 것처럼 미치게 살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란 생각이 읽을수록 굳혀졌다. 떠나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길을 찾기위해'우선 길을 잃어야했던 것이다. 러시아 비자문제가 끝까지 발목을 잡아 결국 목표했던 유라시아 횡단을 하지 못하고 귀국했지만 누구도 그의 여행이 '미완성'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생명이 위태로울 때도,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줄 알고 치기어린 모습일지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은 정말 부러웠다. 귀국 후 아버지와 뜨거운 포옹으로 그간에 쌓였던 미움과 오해를 풀어낸 장면에서는 정말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여행에세이라고 부르기 아까울 만큼 위기도 많고 행운도 많았던 그의 여행기는 소설만큼 흥미롭고 읽는 내내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물론 그가 무사히 살아돌아와 글을 썼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스에서 그를 떠나보내며 많은 걱정과 눈물을 보인 선생님의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았다. 만약 그가 비자문제가 해결되어 러시아에 들어갔다면 이 책이 세상에 무사히 나왔을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마음을 비우고, 앞으로 채울 수 있는 기회만 남은 젊은 저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표지에 실린 장발의 이미지가 너무 '길 잃은 개'와 같아서 내용을 제대로 살린 것은 분명하나 너무 잘 살려서 서점에서 책을 집어들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저자 프로필에 찍힌 사진을 보면 정말 핸섬한 얼굴을 보면 뭐랄까 안도감이 들정도다. 표지를 좀만 순화시켜주었으면 싶은 바람이 있다는 정도외에는 용기 불끈, 의욕 충전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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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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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10년쯤 지나면 그럴듯한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32쪽


서른을 넘기고 읽었던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강세형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그리고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 세 권은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묘하게 빈정상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권 더 추가되었다. 바로 이 책, 서진의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작가 넷 모두 20대 때 생각했던 혹은 정말 최소한 기대했던 서른 즉, 누가봐도 이제 어른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즘이면 '무언가'가 되었을 줄 알았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넷 다 하는 말들이 그다지 무언가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겠다'라는 희망적인 메세지였다. 그들이 책도 내고 나와같은 독자들도 있으면서 너무 약한 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들 모두 나처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서진 작가의 책은 이전에 만났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서 다시 꺼내들었다. 논픽션인듯 논픽션아닌 소설이었던 전작은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였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그 책은 소설을 쓰겠다고 길을 떠나면서도 정작 소설을 쓰지못하는 작가의 이야기였다. 마치 이번 에세이는 그때 사실성 여부에 대한 의심스러움을 묘하게 해소시켜주는 진짜 '서진'의 이야기였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글쓰기에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제주도와 관련된 이야기등이 실려있는데 재미난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전 무라카미 류의 [무취미의 권유]라는 책을 읽었는데 류와 상반되는 주장을 작가가 맺음말로 적었다는 사실이다. 한 작가는 취미가 필요없다고 권하고, 또 다른 작가는 누구나 취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류의 책을 읽을 때는 그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는데 막상 또 여러가지 취미활동으로 제대로된 직업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해도 분명 그런 취미들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서진작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취미가 많다는 것은 하고 싶은게 많은 것이고 그것이 삶의 활력이자 희망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둘다 작가라는 점, 류도 영화감독으로 뮤지션으로 활동했다는 점도 비슷하고 두 권 중 한권만 읽은 사람이라면 꼭 읽지 않은 다른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더불어 이 내용은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곧 리뷰를 올리겠지만 싱어송라이터 소이의 책 [꿈, 틀]에서 말하는 바와 유사하다. 하고 싶은게 없어지는 것이 가장 무섭다는 그녀처럼 작가 서진도 무엇인가에 매달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취미가 필요하다. 인생의 성공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자기가 온전히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285쪽


리뷰를 적으면서 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책이 연쇄적으로 떠올라 정말 재밌게 읽었다. 그가 만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책에 QR코드로 웹페이지를 연결해놓았고 내가 너무 '즐거움'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선배이자 동료가 있다는 위로를 받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무엇에 열중하고 어느 부분에 가치를 두었는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나이'는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통속적인 말도 작가를 통해 전달되니 기운도 났다. 20대들은 오히려 이 책이 별로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른넘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망설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을 쉽게 놓치 못할 것이다. 아 그리고 보동이가 초능력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조마조마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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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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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여행 드로잉에 이어 이번엔 동물 드로잉이다. 이번 주제는 '사랑'과 '관심'이었다. 동물 드로잉이긴 했지만 애정을 갖고 동물을 관찰 할 때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식물은 물론 인물을 그릴 때도 똑같이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들었다. 물론 중급자들에게는 생각을 버리고 그려야 한다고 알려주긴 하지만 일단 '사랑'을 갖고 대상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다만 '사랑'만 있으면 잘 그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사실대로 말해준다 동물 뼈의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아야하고, 동물의 정서나 사고방식 등 깊은 관심과 정보습득도 필요하다. 잘그리기 어렵구나 싶지만 책을 읽다보면 드로잉 책이아니라 동물을 진심으로 대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기본서라고 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저자가 어릴 때 키우던 애완견, 동물원에 대한 추억도 고스란히 담겨있고 직접 그린 동물 스케치도 컬러링이 안되어 있는 작품은 그것 그대로 멋스럽고 애정이 느껴진다.

 


정확한 형태를 위해 먹지를 대거나 사진 등의 다른 시각 자료의 형상을 따낸 뒤 그리는 방법은 관찰력이 부족해도 꽤 근사하게 나온다. 그러나 편법은 거의 중독에 가깝기 때문에 그 안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96쪽

 


책을 읽기 전에 평소 실력 그대로 동물을 그려봤다. 형편없다. 다시 책을 읽는다. 위에 적은 것처럼 내가 모델로 삼은 것은 실제 내가 기르던 개도 아니고 두눈으로 걸음걸이를 포착한 길고양이도 아니었다. SNS를 통해 귀여워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그야말로 '흉내'만 내고 있었던 거였다. 그림실력도 부족한 내가 대상에 대한 애정은 커녕 제대로된 관찰도 없이 그리니 사진에서 느껴지는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은 사라지고 그저 '고양이'를 그린거구나, '개를 그린거겠군'정도의 존재만 파악되었다. 오은정 작가님의 드로잉 시리즈를 다 읽고 계속 소장하고 있는 까닭은 스킬도 스킬이지만 그림으로 옮기려는 의도가 그야말로 순수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 여행지에서 봤던 그 좋았던 풍경들이 그랬고 동물도 마찬가지다.

 


즉 모노톤의 연필 한 자루로 드로잉을 할지언정 그것은 결코 다순한 끄적임은 아니라는 거다. 드로잉 과정에선 대상을 설명하고 알기 위한 선을 긋게 된다. 232쪽.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들의 고민이 한가지 더 늘어난다. 어르신들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기르던 '아이들'을 내보내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가 애완동물과 함께 자랄 때 좋은 점들과 같이 있을 때 잘 지내는 동영상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이 책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알려주며 동물들이 오해받고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뿐만아니라 길고양이에게 갖는 편견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동물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외로운이들에게 고양이가 어떻게 구멍난 마음을 채워주는지 보여준다. 작가가 작업실의 고독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애정을 갖고 동물을 관찰하는 것, 무엇보다 동물을 진정한 의미의 '생명'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후에 연필을 잡아도 늦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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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보인다 - 그림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감상의 기술
리즈 리딜 지음, 안희정 옮김 / DnA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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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볼 수 있을까? 몇 천만원을 넘는 고가의 작품을 보는 데 왜 나는 비평가들이 갖는 그런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지 답답해 하던 때가 있었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미술사 책을 펼쳐보니 예술가의 이름도 어려운데 화풍별, 시대별, 지역별 세분화되어 있어 쉽게 말해 공부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늪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이야 쉽게 감상하는 방법, 그냥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라고 유연하게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제대로 알고 싶은 것이 그림이다. 책, 그림이 보인다에서는 그림의 문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 데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차라리 영문법처럼 정해진 규칙이 있다면 주입식 세대인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편하게 느껴졌다. 막상 그림의 문법 첫 챕터를 읽으니 그동안 우리가 학창시절에 베웠던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마치 영문법을 다 알면서도 회화를 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았다. 역시나 '회화'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우리 초보자들을 이끌어준다. 책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그림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감상을 기술'이다. 심지어 광고문구도 미술관에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스티브잡스가 보고 감동받았다는 마크 로스코의 그림도 등장하고 그리스 신화를 공부할 때 마다 심장 발작할 만큼 끔찍한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그림도 등장하니 챕터1은 쉽게 이해되었다. 기본적인 그림 문법을 우리가 잘아는 작품들로 습득했다면 이번에는 작품의 배경과 화가의 작화에 대한 설명에 이어 그림을 이루는 부분을 세분화 해서 일일이 설명해주는 챕터 2가 시작한다. 초상화, 풍경화, 서사 그림, 정물화, 추상화 별로 설명해주니 만약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전시회나 제대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해당 분류로 가서 먼저 읽어보면 된다. 물론 나는 차례로 읽었다. 왜냐면 곧 엄청난 양의 미술품을 만나러 갈 예정이니까!

 


취향은 주관적이고, 미술의 선호도는 전적으로 취향과 관련된다. 하지만 여러분은 먼저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기준들을 익혀야 한다. 7쪽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표지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다들 아는 바로 그 작품, <라스 메니나스(시녀들) 또는 펠리페 4세 가족>을 통해 분석한 내용은 일단 그림속에 벨라스케스가 붓을 들고 있는 '자화상'의 요소가 담겨 있으며, 작은 체구에 아리따운 어린 공주를 중심이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인물의 크기를 통해 아이와 어른을 구분할 수 있고 난쟁이 시녀와 그녀의 치마가 구불구불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런 설명을 통해 이 그림이 단순히 공주와 시녀들의 초상화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왕실가족과 궁정 내부의 관계를 옅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서사 그림 분석중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슬퍼하는 성모마리아와 복음서 저자 성 요한>이라는 작품 분석이다.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작품으로 14세기와 17세기에 봉헌화에 자주 등장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담겨있다. 지나친 과장없이 그려진 이 작품은 해골이 그림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삶의 무상'을 뜻하는데 역시나 이 그림 오른편에도 해골과 뼈가 그려져 있다. 그리스도의 죽음 앞에 인간의 육신은 대수로운게 아님을 알려준다. 왼편에 그려진 애도하는 성모마리아의 의상이 연한 파란색인 것은 기독교적인 해석으로 하자면 진리와 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성모마리아 배경이 붉은 색인 것은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서 자주 사용하던 것으로 이 그림의 작품 연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추상화는 보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그럼에도 붓질과 기법을 통해 형체들이 그려져 있다. 218쪽

 


별도로 작품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초상화나 풍경화 그리고 서사 그림의 경우는 미술사를 공부한다면 어느정도 그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내가 정말 이 책의 진가를 느낀 것은 추상화를 분석한 부분이었다. 어떤 전문가는 추상화나 현대미술을 이해할 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부분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인정했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그 슬픔(마크 로스코의 작품처럼)을 느끼지 못한다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시각인데 그부분을 해소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나 도슨트의 설명, 오디오해설이 없더라도 이 책의 저자가 알려준 해석방법을 참고하면 미술관 가는 일이 영화관에 가는 것처럼 흥미롭고 즐거운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참고해서 다른 작품들도 더 많이 보고 연습했을 때 가능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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