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그때는 10년쯤 지나면 그럴듯한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32쪽
서른을 넘기고 읽었던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강세형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그리고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 세 권은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묘하게 빈정상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권 더 추가되었다. 바로 이 책, 서진의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작가 넷 모두 20대 때 생각했던 혹은 정말 최소한 기대했던 서른 즉, 누가봐도 이제 어른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즘이면 '무언가'가 되었을 줄 알았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넷 다 하는 말들이 그다지 무언가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겠다'라는 희망적인 메세지였다. 그들이 책도 내고 나와같은 독자들도 있으면서 너무 약한 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들 모두 나처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서진 작가의 책은 이전에 만났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서 다시 꺼내들었다. 논픽션인듯 논픽션아닌 소설이었던 전작은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였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그 책은 소설을 쓰겠다고 길을 떠나면서도 정작 소설을 쓰지못하는 작가의 이야기였다. 마치 이번 에세이는 그때 사실성 여부에 대한 의심스러움을 묘하게 해소시켜주는 진짜 '서진'의 이야기였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글쓰기에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제주도와 관련된 이야기등이 실려있는데 재미난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전 무라카미 류의 [무취미의 권유]라는 책을 읽었는데 류와 상반되는 주장을 작가가 맺음말로 적었다는 사실이다. 한 작가는 취미가 필요없다고 권하고, 또 다른 작가는 누구나 취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류의 책을 읽을 때는 그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는데 막상 또 여러가지 취미활동으로 제대로된 직업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해도 분명 그런 취미들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서진작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취미가 많다는 것은 하고 싶은게 많은 것이고 그것이 삶의 활력이자 희망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둘다 작가라는 점, 류도 영화감독으로 뮤지션으로 활동했다는 점도 비슷하고 두 권 중 한권만 읽은 사람이라면 꼭 읽지 않은 다른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더불어 이 내용은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곧 리뷰를 올리겠지만 싱어송라이터 소이의 책 [꿈, 틀]에서 말하는 바와 유사하다. 하고 싶은게 없어지는 것이 가장 무섭다는 그녀처럼 작가 서진도 무엇인가에 매달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취미가 필요하다. 인생의 성공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자기가 온전히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285쪽
리뷰를 적으면서 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책이 연쇄적으로 떠올라 정말 재밌게 읽었다. 그가 만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책에 QR코드로 웹페이지를 연결해놓았고 내가 너무 '즐거움'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선배이자 동료가 있다는 위로를 받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무엇에 열중하고 어느 부분에 가치를 두었는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나이'는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통속적인 말도 작가를 통해 전달되니 기운도 났다. 20대들은 오히려 이 책이 별로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른넘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망설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을 쉽게 놓치 못할 것이다. 아 그리고 보동이가 초능력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조마조마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