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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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있다고 반드시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다. 반대로 가족이 없어서 불행하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114쪽

 

 

 

우선 가족은 가족끼리 서로 배신할 수 없다고 믿는다. 어떤 사건을 두고 어떻게 가족끼리 그럴 수 있냐고 감정싸움이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가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로 모든 것을 참고 살아야 하는 관계는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한쪽만 일방적인 관계를 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얽혔을 경우 좀 더 분명하게 그 가족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초반 1장을 읽다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거듭 반복된다. 가족간의 지나치게 믿음을 강조한다거나 혹은 부부사이에 모든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하지만 앞서 누군가를 평가할 때 가정환경을 기반에 두고 설명하는 식의 부조리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갔다.

집안이 화목하지 않아도, 혹은 형편이 어려워도 인성이 제대로 갖춰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잘못된 부모의 교육철학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세워가는 이들이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신이 꾸리는 가정에 충실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아에 결혼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결국 가족끼리 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치 늘 안고살아야 하는 지병처럼 가족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치료해야 하는 질병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가족도 마찬가지로 다른 가족과 비교하는 지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나는 설령 재난을 당했다 해도 가족 앨범을 가장 먼저 꺼내려 애쓰지는 않으리라. 거기에 찍힌 우리 가족과 나 자신에게 별 미련이 없다. 그것은 과거사에 지나지 않으니 언제까지나 애지중지할 마음이 없다. 125쪽

 

 

 

저자는 가족이라면 반드시 함께 살아야하고 누가봐도 화목한 액자식 가족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가족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이부분은 찬반이 나뉠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가족간의 사이가 원만했거나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가족을 타인처럼 적당한 선을 긋고 지내거나 자기만의 방식대로 가족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그동안 짐이 되고 부담스러웠다면 더이상 기존의 가족개념에서 벗어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집안도 이제 끝이야."

숙모가 살아 계실 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가족 구성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지적인 가족일수록 그 변화의 경향이 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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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 자립과 의존의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이정환 옮김, 이재삼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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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컨트롤한다는 것은 마음이 다른 대상에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신을 컨트롤하는 사람은 '상대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생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돈이나 멋진 집에도 자신의 마음을 의존하지 않는다. 189쪽

 

타인과 비교하지 않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말, 자기 주관이 확실해야 한다는 개념과 맞닿아 있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조언을 듣더라도 자기 주관이 확실하면 자신에게 해당되는 내용만 받아들이지 그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여러가지 문제를 감싸안고 있더라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순서와 의지가 확고하다면 여러가지 문제가 닥치더라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은 앞서 이야기 해왔던 어머니에 대한 무조건 적인 사랑을 타인에게 기대하며 의존하려는 심리, 불공평한 대우나 부당한 상태를 자신의 의지로는 해결하지 못할거라는 심리와 같다. 자신이 누구를 의존하려고 하는지만 제대로 파악하고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는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타이틀만 보고 자기개발서 인줄 알았다. 뒷표지에 적힌 에이리 프롬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심리학 책이라는 것을 보고 제목 참 잘지었다 싶었다. 도대체 내가 왜이러는 것일까? 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고 도대체 왜 그런지를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아이는 "아, 이것이 사랑이다."라는 감각이 없다. 이 사람이라면 마음껏 응석을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일방적인 감각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행동을 한다. 물론 성인이 되면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63쪽

 

저자는 성인이 되면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 썼지만 요즘 일어나는 사건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정신적 결함이 있었다고 넘기고 보통사람들이라면 저자말이 맞다. 맘껏 행동하던 그것이 상대방의 무한한 애정 덕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우치긴 한다. 이번 달에는 의도치 않았지만 '모성'에 관련된 작품을 많이 접했다. 애니메이션[에어]도 언뜻 봐서는 남녀간의 사랑인 것 같지만 결국 엄마의 사랑을 깨닫는 내용이었고, 셰릴의 [와일드]역시 그녀 삶의 지주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엄마를 잃고 방황하던 이야기를 담았으며,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모성을 주제로 삼은 소설이었다. 마지막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위의 문장을 읽어주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사랑이라는 감각이 없는 아이라고 상당히 삐딱해보이고 이상한 아이인 줄알겠지만 아마 보통은 다 그런 유년을 겪었을 것이다. 좋게말하면 편안한 대상이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 할 수 있었던 대상이다. 하지만 이것을 인지할 때는 저자의 말처럼 성인이 된 이후라 타인에게 무조건 적인 사랑을 기대했던 이들은 이미 문제가 발생된 이후일 것이다.

성인이 되어야 깨닫게 되는 것은 이 뿐 만이아니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만화책이라 책 제목이 기억나진 않지만 내용을 대충 설명하자면 병약한 동생을 둔 형이 있다. 동생은 아프기 때문에 학교를 다녀오는 것 자체가 큰일을 한 것이고 칭찬받을 일을 한것이다. 반면 건강한 형은 그렇지 못하다. 성적도 좋아야하고 동생도 잘돌봐야 하며 아픈 동생 때문에 힘든 부모님의 마음까지 헤아려줘야 한다. 결국 형은 그 모든 불만을 동생에게 쏟아내는데 문제는 동생이 결코 착해서 그런 형의 화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연약한 신체를 본인 스스로 이용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저자는 불평을 가지면서도 스스로 해결할려고 하는 의지가 없을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다른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불평하는 자신의 삶에 익숙해진 것이다. 물론 불평을 제기하고 방법을 찾아나선다고 해서 반드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으리란 법은 없지만 아에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어느순간 스스로가 그 삶을 선택한 것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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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터스 - 일론 머스크,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찰스 모리스 지음, 엄성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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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터스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CEO중 한사람이 일론 머스크다. 일반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를 아이언맨의 롤모델로 알고 있고 IT업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페이팔 CEO로 기억하는 등 그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기업의 중심에 서 있다. 타이틀이 테슬라 모터스지만 일론 머스크의 유년시절 이야기부터 들려주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찰스 모리스는 미래학자 였으나 일론 머스크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듯 겸손하게 말할 정도다. 그런 그가 선택한 자동차는 무인 자동차나 태양열 자동차 등이 아닌 '전기 자동차'다. 전기 자동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꽤 오래전에 발명되어 시판된 상품이다. 1900년대에 탄생한 초기의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부분이 개선되지 못해 주행거리가 짧아 주부들이 마트를 다니거나 단거리를 반복해서 왕복하는 특수한 장소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다 도요타, 닛산 등의 메이저 기업들이 전기 자동차에 손을 대면서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현재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 배터리로 사용하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1세대 전기자동차에 비해 부피나 중량이 현저하게 낮아 초기에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가솔린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못지 않은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물론 동일한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가 테슬라 모터스에서만 생산되는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도 단점은 물론 있었지만 여러 기업이 전기 자동차를 꾸준히 개발해왔으나 실패한 까닭은 마케팅 방법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다른 매체에 한 인터뷰를 보면 마케팅이 물론 중요하지만 정말 좋은 상품은 굳이 광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마케팅에도 귀재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전기 자동차 사업은 총 3단계로 발전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는데 1단계는 고급형 전기자동차로 소수의 주문생산자를 대상으로 자동차를 판매하였고 2단계, 현재 판매중인 2세대 S모델은 그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마지막 3단계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의 계획대로 순항중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 스텐포드 대학을 포기하고 그가 사업에 뛰어든 이후 IT업계에서 그는 실패없이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기 때문에 그는 우주에 로켓을 쏘고, 전기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그는 환경운동가에게도 환영을 받는 동시에 사업사로서도 성공대로를 달리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테슬라 모터스에 대해 알고 싶었다기 보다 일론 머스크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타고 싶은 차는 있지만 전기 자동차는 커녕 자동차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저자의 쉬운 설명 덕분에 전기 자동차의 시작과 현재 생산단계에서 안고 있는 문제점, 테슬라 모터스에 관해 저자가 궁금해 했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미래 에너지에 대한 관심까지 생겼다. 전기 자동차가 지금 이시대에 왜 필요한 것인지, 다른 메이저 자동차 기업보다 테슬라 모터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일론 머스크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책을 읽고서 그의 대한 궁금증과 부러움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미래에너지와 환경을 위해 어떤 발전이 필요한지 알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이 맘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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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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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으로 산책 : 고양이 스토커의 사뿐사뿐 도쿄 산책.

 

 

도쿄를 마지막으로 다녀온지 1년이 지났다. 마지막 방문 때는 현지에서 살고 있는 지인의 집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여행이라기 보다는 '거주'에 가깝게 지내다 왔다. 그래서 시간에 쫓김없이 편안한게 도쿄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여행중이라면 갈 일 없을 것 같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동네, 공원이나 도서관과 끼니도 화려하거나 특색이 강한 음식보다 마트에서 찬거리를 사와 직접 해먹었다. 덕분에 그 이후로는 일본 관련 여행에세이나 가이드북 등의 내용보다 그냥 평범하고 소소한 책들이 더 와닿았다. 책 [고양이 눈으로 산책]은 저자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일상을 둘러본다.

 

 

비록 페스는 종이 안에 사는 고양이이지만, 나는 페스를 내 안으로 옮겨서 '내 안의 고양이'와 함께 외출해보기로 했다. 7쪽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미 하늘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을 리트리버 종의 뭉치와 함께 살 때 나도 종종 내 마음속의 뭉치라면 이럴 때 어떤 생각을 할까 하며 언니랑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가령 '내가 멍멍이라고 생고기나 뼈를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라든가, '공을 던져도 난 물어오지 않을거야. 지금 좀 덥고 힘들거든.'라든가. 저자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덮밥을 먹을 때 고양이를 떠올린다. 고양이에게 독이되는 식품인 걸 알면서도 왠지 맛난 음식은 혼자 먹기 미안하다. 그런가하면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면 먹을 것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방금 식사를 마치고 왔으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접대를 거절하지 않는 고양이를 보면 조금 얄밉거나 호기심이 들때가 있는데 인간을 배려하기 위해 배불러도 먹어준다던가 하는 식의 상상은 고양이를 높게 평가하는 집사의 본능같기도 했다. 일러스트도 종종 등장하는데 화장실에 인간이 들어가면 고양이가 기웃거리는 것이 규정이라고 말한다. 문을 잠그지 않는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여러번 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이니 집사들은 고양이의 큰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고 볼 일을 본다는 건 고양이에게 너도 들어와라는 신호인 것이다. 고양이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이부분은 잘 모르겠다.

 

 

공원의 흙은 비가 막 그친 참이라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렇게 선뜩하고 습한 공기 속으로는 고양이도 산책 나오기 싫을 것이다. 진달래 사진을 찍어준 대가로 "비가 그쳤으니 햇살이 비치면 고양이도 나오고 싶겠지요"라고 긍정적인 해설을 덧붙였다. 110쪽

 

 

마음 속의 고양이가 말을 걸지 않아도 하루밍의 산책은 참 정겨웠다. 마치 불쾌했던 일상을 긍정적인 면으로 바라보기 위한 시도로 고양이를 꺼내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고양이와 함께 할 때면 누군가가 말을 건네는 것도 참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다. 여전히 마음 속 고양이가 피곤한듯, 의심스러운 듯 불쑥 고개를 내밀기도 하지만 시작만 그럴 뿐 대부분 인간을 배려하듯 져주는 듯한 말투가 역시나 고양이 스토커 답다.

 

 

책이 산더미처럼? 책이라면 끔뻑 넘어가는 내가 아닌가? 응, 당연히 가져가야지. 나는 내 안의 고양이에게 "넌 복을 부르는 고양이야"라고 칭찬했다. 205쪽

 

 

책을 읽고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굳이 고양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얼마전에 봤던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감정들을 인격화 시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초반에 고백한 것처럼 강아지 친구를 마음속에 되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길을 걷다가 혼자라서 울적해질 때 마음 속 친구를 불러보면 어떨까 싶다. 아사오 하루밍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 인데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은 행복을 불러올 줄 아는 힘을 가진 작가라는 거였다. 무겁지 않은 문체로 제법 무거운 주제를 건드릴 줄 아는 작가, 다음 책도 역시나 기대되는 이유다.

 

"고양이는 죽을 때가 되면 어딘가로 몸을 감추잖아요. 그 아파트도 그런 데가 아닐까요? 죽을 때가 가까운 노인들이 고양이처럼 스스로 몸을 감추는 집이요. 저세상의 신이 자네는 아직 죽지 않아도 된다고 돌려보낸 사람은 계단을 내려오는 거죠."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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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역사 - 피아노가 사랑한 음악,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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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atural History of the Piano 피아노의 역사

 

피아노가  발명되었을 때 지금처럼 이렇게 모든 음악에 어울리는 악기가 될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하프시코드가 음악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을 뜯는 것이 아니라 해머로 두드리면서 강하고 여린 음역대까지 소화해 내는 피아노에 관심이 쏠리자 그 이전부터 연구했던 하프시코드의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점차 활발해졌다. 이런 까닭으로 18세기 프랑스 중산층에서는 하프시코드와 피아노를 함께 보유하는 가정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70년 대 이후 중산층을 중심으로 피아노를 가정에 들여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움직임이 유럽에서는 100여년 전 부터였다. 피아노가 악기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까지 걸린 세월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까지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 모차르트도 피아노의 진가를 일찍이 알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그가 피아노를 직접 만져본 것은 피아노가 처음 만들어지고 어느정도 세월이 흘러서였다.

 

 

마페이는 순식간에 소음으로 전락하는 하프시코드의 챙챙거리는 소리와 콧소리 같은 잔향보다 새 발명품의 소리가 월등하다고 반박했다. 35쪽
 

피아노가 가정으로 들어오면서 독학을 위한 악보집도 많이 팔리게 되었고 어떤 관련 출판업자는 잡지에 실린 쿠폰을 일정기간 모아서 가져오면 피아노를 경품으로 주는 마케팅도 했었다고 한다. 너무 비싸서 피아노를 살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이 외에도 '할부'제도도 있었다. 3년 동안 피아노 대금을 나눠서 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까지 피아노를 사려고 했던 까닭은 단순히 중산층의 허세로 봐서는 안되는 듯하다. 그때는 여성들을 위한 책이나 언론인들도 당연하게 피아노 연주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독서, 바느질 수준으로 강조했었다. 우울하거나 화가 났을 때 즐거운 피아노 곡을 연주하면서 타인에게 분풀이를 하는 대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좋은 친구라고까지 소개했다. 이 부분에서 재미난 사실을 한 가지 알게되었는데 플루트는 침을 너무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소화능력 및 식욕을 떨어뜨리는 악기라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악기라는 비판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 가녀린 소녀가 플루트를 연주하는 모습이 로망처럼 각인된 우리세대와는 전혀 다른 평이라고 볼 수 있다.
 

이윽고 피아노는 그녀의 벗이자 의지할 상대이자 애인이 된다. 그녀에게 그 누구도 감히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무도 받아줄 수 없는 그녀의 열정, 희롱, 변덕에 반응해준다. 85쪽
 

피아노의 역사를 담은 책이지만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피아노의 형태를 누가 발명했는지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메디치 가문의 대작과 크리스토포리가 고안한 만들어낸 피아노 장치의 액션원리를 설명해주었고 부유층이 처음에 사용했던 만큼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커스터마이징 피아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피아노 상판에 바느질 도구를 수납할 수 있는 피아노는 지금 생각해도 낯설 뿐 아니라 심지어 고양이나 돼지를 현과 해머가 들어가는 위치에 넣어 '살아있는 동물'들의 소리를 내는 피아노까지 개발했었다는데 지금 동물보호단체는 물론 일반사람들이 들어도 분개할 노릇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큰 비난이 일지 않았던 모양이다. 비슷한 불평등한 예를 들자면 18세기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수업과 연주시험을 통과한 한 여성의 학위수여를 학교에서 거절한 사례도 있었다. 단순히 피아노가 처음 개발된 시기나 사용된 기술 뿐 아니라 최초의 슈퍼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모차르트, 그와 늘 비교대상으로 오르지만 비평가들에 의해 패배자가 된 베토벤의 이야기까지 자세하게 들려준다.
 

오늘날에는 보통 튼튼한 목재의 긴 의자나, 조정이 가능한 가죽 커버 의자나,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회전의자를 사용한다. 당신이 글렌 굴드가 아니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타건에 가장 적합한 지레 효과를 주는 높이에 자리 잡는 일일 것이다. 395쪽
 

원제가 [피아노의 역사]가 아닌 [피아노의 자연사]였던 것이 납득이 되었다. 오히려 국내 출판제목도 역사 대신 자연사로 그대로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아닌 클래식으로 시작해서 재즈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한 오스카 피터슨의 마지막 연주실황을 시작으로 한 만큼 피아노 하면 당연히 '클래식'만 떠오르는 편협함을 갖지 않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졌다. 덕분에 피아노가 재즈나 록음악처럼 클래식이 아닌 장르에서도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도 실려있고 좋게 말해서 악동인 글렌 굴드와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던 '호로비츠'와 관련된 이야기도 담겨있다. 심지어 1930년대 이후 전자피아노가 도입한 이후 클래식 피아노 시장이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전자피아노가 여전히 보조적인 위치에 머무르는 상황도 놓치지 않았다. 서문에 인용된 토마스만의 파우스트 박사를 비롯한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에 실린 피아노와 피아니스트와 관련된 일화 등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친근한 피아노의 자연사를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는 소설처럼 흥미롭고 역사책처럼 지식이 가득한 좋은 책이다.
 

원제는 '피아노의 자연사'이다. 피아노 300년의 이야기를 박물지 형식으로 풀어나갔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역사 대신 자연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4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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