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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평점 :
가족이 있다고
반드시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다. 반대로 가족이 없어서 불행하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114쪽
우선 가족은 가족끼리 서로 배신할 수 없다고 믿는다. 어떤 사건을 두고 어떻게 가족끼리 그럴 수
있냐고 감정싸움이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가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그런 이유로 모든 것을
참고 살아야 하는 관계는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자녀가 부모에게 한쪽만 일방적인 관계를
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얽혔을 경우 좀 더 분명하게 그 가족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초반 1장을 읽다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거듭 반복된다. 가족간의 지나치게 믿음을 강조한다거나 혹은 부부사이에 모든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하지만 앞서
누군가를 평가할 때 가정환경을 기반에 두고 설명하는 식의 부조리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갔다.
집안이 화목하지 않아도, 혹은 형편이 어려워도 인성이 제대로 갖춰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잘못된 부모의 교육철학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세워가는 이들이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신이 꾸리는 가정에 충실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아에 결혼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결국 가족끼리 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치 늘 안고살아야 하는 지병처럼
가족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치료해야 하는 질병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가족도 마찬가지로 다른 가족과 비교하는
지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나는 설령 재난을 당했다 해도 가족 앨범을 가장 먼저 꺼내려 애쓰지는 않으리라. 거기에
찍힌 우리 가족과 나 자신에게 별 미련이 없다. 그것은 과거사에 지나지 않으니 언제까지나 애지중지할 마음이 없다.
125쪽
저자는 가족이라면 반드시 함께 살아야하고 누가봐도 화목한 액자식 가족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가족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이부분은 찬반이 나뉠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가족간의 사이가 원만했거나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가족을 타인처럼 적당한 선을 긋고 지내거나 자기만의 방식대로 가족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그동안 짐이 되고 부담스러웠다면 더이상 기존의 가족개념에서 벗어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집안도 이제 끝이야."
숙모가 살아 계실 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가족 구성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지적인 가족일수록 그 변화의 경향이 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