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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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천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능력이 출중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상대방이 기쁨을 느끼게 할 만큼 예쁜 아가의 얼굴을 봤을 때 '천사같다'라고 말하고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한 사람들을 '천사'라고 말한다. 천사는 이처럼 저 홀로 반짝이는 사람이 아닌 이웃을 보다듬고 따뜻한 기운을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스터리한 이방인]속 천사는 그런 점에서 분명 '천사'가 맞다. 맨 처음 삼총사를 찾아왔을 때 그들 눈앞에서 소인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무서운 모습도 보이지만 이내 그들이 가본 적 없는 세상 이야기와 만난 적없는 과거 영웅의 일대기를 알려주며 즐거운 분위기로 바꿔버린다. 얼핏보면 사탄이 삼총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만 더 읽어보면 인간을 싫어하기는 커녕 붉은 거미와 코끼리에 비유하며 인간사에 전혀 관심도 없을 뿐 더러 격이 다른 존재라고 강조한다.

사탄이 인간을 무시한다고 말하면서도 부끄러울만큼 인간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도덕관념', 즉 선과악을 구분하는 유일한 종족인 인간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며 생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하거나 상대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위해 그런 짓을 한다고 비난한다. 글의 배경은 16세기 오스트리아, 중세 유럽으로 '마녀사냥'이 한창인 때였다. 사탄의 눈에는 마녀사냥 조차 '죄'를 짓지말고 '도덕적으로'살자고 외치는 인간들만이 행하는 악습이라고 말한다. 사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인간에 대해 동정심을 갖고 있는 '나'는 사탄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만 그가 하는 말이 틀린 적이 없어 이내 포기하고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져달라고 애원하기에 이른다.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면서도 천사인 자신은 바꿔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10억가지의 인생.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생이 있어도 이미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달라지지 않으며 만약 도와줄 수 있다면 고통은 따르겠지만 단명하는 것 만이 유일하게 천사가 도와줄 수 있는거라고 말한다. 

사탄과 인간, 도덕관념, 선과악 등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 공감하지 못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테고 시니컬하게 인간이라는 종족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이 책을 읽고 한 없이 우울해졌다. 10억가지의 인생이 있고, 나의 노력으로, 달라진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하더라도 태어나는 순간 이미 정해진 운명의 틀안에서 발버둥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 수십년을 고통속에 살다가 겨우 몇 시간 행복하기 위해 그 고통이 보람되었다고 착각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랬다. 하지만 그런 우울한 마음이 들수록 오히려 감사한 마음은 커졌다.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아, 그 시점에서 차라리 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이 그랬고 좀 더 좋은 세상을 살기위해 너그럽게, 이웃과 함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00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속에 참 많은 것이 미스터리 할 만큼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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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
마크 H. 엘리스 지음, 조세종 옮김 / 하양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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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 공동체란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도로시 데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 책[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는 국내 초역이자 피터 모린에 관한 첫 책이라는 점에서 한번 더 놀랐다. 종교인들의 사회부흥활동은 물론 늘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종교인들조차 공동체적 리더십에 감탄하고 찾아가며 배우려했다는 점에서 '도로시 데이'뿐 아니라 '피터 모린'도 종교를 떠나서 참고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은 리더라고 볼 수 있다.

 

6년 전 할렘에 있었던 사무실처럼, 가톨릭교리 토론센터도 소박했으며 성공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가구도 거의 없고 벽에 아무 장식도 없었다. 251쪽

 

한국에도 종교인 중에서 신자들을 위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교회부흥에 힘쓰는 사람들은 물론 존재하는데 노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선생님을 역자는 소개했다. 밥퍼목사로 유명한 분도 계시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을 집필하신 목사님도 계신다. 그들의 공동체 활동도 보통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본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보다 앞서 지역주민과 협동조합 운동을 조직적으로 이끌어 온 사람이 바로 피터 모린이었다. 물론 모린 역시 골드스타인에게 도움을 받아 유대인들의 접근을 유도할 수 있었다.

 

모린은 농촌과 도시의 차이가 손노동과 산업문명의 차이와 같은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땅의 생활이 협동과 기능적인 경제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농경 사회에서는 임금과 이익을 위한 욕망이 점차 시들해지다가 마침내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7쪽

 

타이틀에 '예언자'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피터 모린이 이미 많은 것을 예견하고 공동체 협동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촌과 도시의 간극에서 비롯될 문제점, 수공업과 기계를 통한 문명에서 벌어지는 차이점등이 결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생산활동에 기반이 되었던 농경사회가 소멸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었던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대안조차 소상인들의 자기 존중과 이웃의 중요성에서 찾았던 것처럼 피터 모린 또한 개인들의 창의성과 주도적인 요구가 크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끌었던 것이다.

 

모린은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평신도는 성직자에게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문제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고, 교리와 도덕의 영역에서만 한정지어 대화를 하려고 했다. 성직자도 이에 발맞추어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한 채, 사람들을 알고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소홀히 했다. 109쪽

 

산업문명이 발달하면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서로의 탓으로 미루지 않고 피터 모린은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마을 운동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요즘 나 혼자 잘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20세기에 살았던 피터 모린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종교인이라고 선을 긋기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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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레시피 - 지구인을 위한 달콤한 우주 특강 (2016년 우수과학도서 선정작)
손영종 지음 / 오르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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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선호하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관심이 많은 내게도 쉽게 손을 뻗기 힘든 분야가 있다. 그게 바로 천문학이다. 별자리에 관심이 많거나 보통 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을 만날 때 무조건 존경부터 하고 볼 정도다. 까만 하늘에 아주 작게 보이는 별을 보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은 마법사나 마술사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쉬운 지식은 없다지만 책을 통해 습득이 안되는 지식은 아마 별과 우주이야기라 믿었던 내게 책 [우주 레시피]는 오래오래 예뻐해주고 싶을 만큼 설명도 쉽고 우주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 하나가 외롭게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은 혼자서 살아가는 별은 없다고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별과 별 사이의 자기력이 존재하며 우리가 보면서 혼자라고 판단하는 별의 80%는 쌍으로 붙어있는 별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초신성'그룹의 이름은 이제 막 활활 타오르고 활동을 시작한 별이 아니라 '죽어 가는 별'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별은 죽을 때 폭발하거나 팽창하면서 아주 강한 빛을 내뿜는데 폭발하면서 지는 별을 '초신성'이라 하고 팽창하면서 사라지는 볖은 '신성'이라고 한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가스와 먼지로 형성된 성운에서 태어나는데 이런 성운과 별집단들이 모여있는 것이 바로 '은하'다. 우리가 잘 아는 안드로메다 은하도 이렇게 별들이 보여진 것인데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별의 생존기간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몇만 년씩이나 되는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생각만큼 많아보이거나 밝지 않다. 그 까닭은 빛의 속력과 관련되어 있다.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고 생각했던 시대에는 쉽게 풀이할 수 없었던 '까만 밤'의 비밀을 빛의 속력을 밝혀내면서 아무리 많은 별이 있어도 지구에 닿기까지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거리가 먼 만큼 지구를 밝힐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빛의 속력을 처음으로 측정하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에게는 지동설로 알려진 '갈릴레오'가 최초로 빛의 속력을 측정하려고 했지만 당시에는 육안으로 측정하는 방법만 가능해서 실패로 끝났다. 30년 정도가 지난 1676년 뢰머가 드디어 성공했지만 그가 측정했던 빛의 속력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속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마저 해결한 것은 그 이후로 또 50년 정도가 흐른 1727년 브래들리에 의해서였다. 속도의 차이가 생겼던 이유는 관측자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빛이 더 기울어져서 관측되었기 때문인데 교수님이 쉽게 예를 들어주셨다. 빗속을 걸어갈 때 거의 사선처럼 내리는 듯 보이는 경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우주 레시피를 읽다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때 빠질 수 없는 학자가 있는데 바로 '허블'이다. 그의 이름은 현재 가장 성능이 좋다는 망원경이름과 같은데 그의 관측결과를 통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웠던 가설을 취소하게 만들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물론 아인슈타인이 내세웠던 상대성이론과 허블의 관측결과가 합쳐져 '상대론적 팽창 우주론'을 뒷받침 할 수 있게 되었다. 말그대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빛의 속력이 무한하다고 믿었던 과거에는 우주또한 그 크기가 무한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우주의 시작이 존재하고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주가 찰나에 순간 급팽창하면서 이때생긴 미세한 밀도차이가 중력으로 인해 점차커지면서 별과 은하계가 생기고 그안에서 생명체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에는 지구외에도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과연 생명체의 시작은 그럼 어디서부터일까?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우주를 통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라는데에 나도 공감한다.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구인들의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까닭도 이유지만 우리외에 다른 행성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엄청난 지능을 습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외계인에  의해 우리가 정복당하고 또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암울한 미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우주에 우리외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에 별자리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해보는 정보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가볍게 [우주 레시피]를 맛보면 될 것 같다. 읽다보면 정말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이 든다. 문체도 편안하고 목차만 봐서는 흐름을 알 수 없던 퍼즐들이 맞춰져가는 기분이 성운이나 은하를 마주하는 것처럼 신비롭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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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의 첫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이안 옮김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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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바람을 견디며 묵묵하게 가정에 충실해온 여자가 어떤 계기를 통해 통쾌하게 복수하는 스토리는 뻔한데다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대리만족을 느낄 뿐 아니라 화려하게 변화는 비포&애프터의 스릴 또한 높아 가볍게 읽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남은 생의 첫 날]도 그렇게 가볍게 읽고 싶은 마음에 첫 페이지를 넘겼고 초반까지는 내가 짐작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힘들게 자식을 길러야 한다거나, 금전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닌 호화크루즈 여행으로 출발한다는 점도 대리만족보다는 또 하나의 '희망사항'처럼 보이기도 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마리'의 이야기가 이처럼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순간 우리가 진정 공감할 수 있는 두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오랜시간 결혼식도 없이 둘 만의 사랑으로 살아온 60대 '안느' 그리고 전신성형으로 아름다워졌지만 여전히 사랑에는 자신없는 '카밀'이다. 안느를 보면서 남여사이가 얼마나 쉽게 어긋날 수 있는지 반대로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크고 강한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다.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서로의 사소한 실수도 귀엽게 보일 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둘 중 누구하나 외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비밀이 생기는 순간 깊은 골이 생기게 된다. 이런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바로 알아차리고 도움을 주거나 기다려준다면 싸움으로 번지거나 결별의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도 사랑이 진행중일 때는 이성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안느의 경우가 딱 그랬다. 카밀또한 다이어트 때문에 시련을 겪거나 남자친구의 배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연의 쓴맛이 봤던 20대 여성이라면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강한척하고 사랑에 자유로운 척 하지만 오히려 더 진실된 사랑을 원하고 한없이 여린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리가 가지고 있는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에 안느와 카밀의 등장은 독자입장에서도 정말 다행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크루즈에 있는 석달동안 지나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데 있다. 마리가 크루즈에 오른 것 부터가 너무 빠르게 과장된 점이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 머리가 어질어질 할 정도다. 마리의 경우 늘 해오던 뜨개질이 갑자기 대박이 나서 생계걱정을 단번에 해결한다던가, 엘르지를 통해 자신의 자유연애사가 온 세상에 알려졌는데도 하루이틀 괴로워하고(그나마도 크게 상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금새 회복하는 모습은 다행이긴 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고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해도 '혼자'서 잘살아가면 문제라도 있는걸까? 그나마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안느의 이야기만 어느정도 현실에 가까웠다. 소설의 힘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일, 일어나길 바라는 일을 이뤄주는 역할도 있지만 정도를 좀 넘어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시 소설이구나.'하는 아쉬움을 벗어날 수 없었다. 만약 마리나 카밀의 경우에 놓인 사람들이 위로가 필요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누군가는 희망의 새 길을 열 수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더 큰 절망에 빠질 것 같다. '왜 난 뜨개질도 배워두지 않았을까?','난 왜 전신성형 할 돈도 모아두지 않았을까?'라고. 책에서라도 희망을 옅보고 싶은 사람이거나 조금 가볍지만 내용자체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잘 갖춘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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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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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 경주에 꼭 가고 싶게 만드는 책

 

 

절터 아래에서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탑의 찰주를 올려다보는 순간, 알 수 없는 전류가 온몸,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가는 느낌이다. 가늘고 예리한 무엇이 순식간에  핏줄을 타고 달려가는 느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말라르메가 말한 '아편처럼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란 이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24쪽


어떤 풍경을 보며 세포 하나하나가 반응하는 듯한 충격적인 감동을 느껴본 적은 있지만 안타깝게도 석탑을 보면서 저런 감동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감은사지삼층석탑은 직접 본적은 없더라도 워낙 친근한 유적이라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품고 있는 유적, 경주에 대한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저 문장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저토록 엄청난 애정을 품고 소개해주는 경주 이야기를 담은 [오늘은 경주]는 그 덕분에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 올해가 지나기 전에 경주는 한 번 가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석탑의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국보 제112호로 경주에 있는 3층 석탑중에서는 가장 거대하다고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해도 분명 수학여행 때, 지난 해 배낭여행 때 탑을 보며 반가워하긴 했었다. 신문왕때 완공되었는데 이 탑은 신문왕이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이 실린 것으로 탑하면 종교적인 의식에 의한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일깨워주었다. 뿐만아니라 석탑을 세울 때는 돌을 옮기고, 다듬고 그리고 돌에 조각을 세기는 등 여러가지 기술과 미적감각이 총 출동해야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드라마 덕분에 더 유명해진 '선덕여왕의 릉'에 관한 이야기다. 가본적은 없었고 다큐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저자는 단순하게 왕의 능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왕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도 함께 들려주었다. 책에는 당나라 태종과 관련된 설화도 함께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책에서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조금 다른 부분을 언급한 적이 있었던터라 과연 정설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왕의 능으로는 앞서 언급한 선덕여왕(덕만)의 아버지이자 책에 실린 사진이 정말 맘에 들어 소개하고 싶은 '진평왕릉'이다. 사진 제목이 <석양 아래 진평왕릉>인데 두 페이지로 나뉘는 부분이 없었다면 과감하게 책에서 사진을 오려내었을 정도다. 리뷰를 읽는 분들은 궁금하겠지만 올리지 않겠다. 궁금하면 꼭 사서보거나 도서관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아들이 없었던 진평왕은 딸들에 관한 기록 정확한 것이 없다고 한다. 여성인 덕만을 왕좌에 앉히기 위해 노력했던 아버지의 능이었기에 석양아래 비친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고 평안해 보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유적을 구간 별로 나누어서 소개해주었는데 이번에 소개 할 제 3구간은 우리가 흔히 '경주'하면 떠오르는 유적지가 몰려있는 장소다.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 그리고 석굴암까지 이번에는 좀 익숙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은근 기대했는데 역시 세월의 탓인지, 무지의 탓인지 새로운 내용도 많아 역시 이 책을 가지고 경주에 다시 가야겠다는 다짐을 재차 들게 했던 부분이다.

 

세상에는 내가 알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으나 전혀 알지 못했고, 반대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부분 알고 있는 일들이 종종 있다. 불국사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자주 그런 상황을 접했다. 85쪽


좀 전에 잘 아는 것 같았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을 했는데 의외로 저자도 나와 유사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조금 반가웠다. 물론 저자가 알고 있는 방대한 내용에는 전혀 비할바가 아니겠지만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우러러보다가 동행이 된 듯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불국사는 신라인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건설코자 했던 불교국가의 축소판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불국사 또한 앞서 언급했던 감은사지삼층석탑처럼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위해 지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그야말로 효심이 지극했던 모양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짓기도 하고, 살아계신 부모를 위해서 절을 짓기도 한다. 불국사 회랑의 단청은 한국의 색, 예술성 등을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운 자태를 늘 유지하고 있다. 이 회랑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바로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고 한다. 단청의 화려한 빛깔은 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비바람에 나무가 썩지 않도록 해 주는 역학도 있다하니 책속의 사진이지만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지난 번 불국사 방문 때 회랑의 단청을 보며 눈과 마음이 멈칫 했던 기억이 났다. 하필 비오던 날이라 사진은 예쁘게 담기지 않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단청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잊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불국사를 지나 이번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경주를 다니면서 기념품을 사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다보탑과 석가탑 미니어처를 사왔다고 하는데 별거 아닌 말에 뜨끔했다. 파리에가서 에펠탑을 그렇게 열심히 사왔으면서 정작 다보탑과 석가탑을 안샀던 것이 아쉽기도하고 미안한 맘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을 볼 때마다 이렇게 크고 정교하기 까지 한 석탑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저자는 김대성에 의해 지어졌을지라도 분명 그를 도와 이를 가능케한 불심을 가진자가 있을거라 말했다. 이와 관련된 영화나 소설이 나온다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상의원]의 조돌석이 아닌 이공진이란 인물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 부터 이미 다녀온 장소까지 정말 많은 유적지와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었다. 새삼 책의 부제를 다시 들여다본다. '자발적 학습 여행자의 경주 이야기'. 경주에 다시 가보고 싶다, 수학여행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어른이 되어 공부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들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경주와 관련하여 상세하게 지도와 교통수단을 담은 책도 많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경주유적과 관련해서는 이 책이 가장 맘에 들었다. 이제 겨우 한 번 읽었을 뿐이지만 경주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간절하게, 끊임없이 갖게 한 책은 처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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