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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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천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능력이 출중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상대방이 기쁨을 느끼게 할 만큼 예쁜 아가의 얼굴을 봤을 때 '천사같다'라고 말하고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한 사람들을 '천사'라고 말한다. 천사는 이처럼 저 홀로 반짝이는 사람이 아닌 이웃을 보다듬고 따뜻한 기운을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스터리한 이방인]속 천사는 그런 점에서 분명 '천사'가 맞다. 맨 처음 삼총사를 찾아왔을 때 그들 눈앞에서 소인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무서운 모습도 보이지만 이내 그들이 가본 적 없는 세상 이야기와 만난 적없는 과거 영웅의 일대기를 알려주며 즐거운 분위기로 바꿔버린다. 얼핏보면 사탄이 삼총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만 더 읽어보면 인간을 싫어하기는 커녕 붉은 거미와 코끼리에 비유하며 인간사에 전혀 관심도 없을 뿐 더러 격이 다른 존재라고 강조한다.

사탄이 인간을 무시한다고 말하면서도 부끄러울만큼 인간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도덕관념', 즉 선과악을 구분하는 유일한 종족인 인간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며 생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하거나 상대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위해 그런 짓을 한다고 비난한다. 글의 배경은 16세기 오스트리아, 중세 유럽으로 '마녀사냥'이 한창인 때였다. 사탄의 눈에는 마녀사냥 조차 '죄'를 짓지말고 '도덕적으로'살자고 외치는 인간들만이 행하는 악습이라고 말한다. 사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인간에 대해 동정심을 갖고 있는 '나'는 사탄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만 그가 하는 말이 틀린 적이 없어 이내 포기하고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져달라고 애원하기에 이른다.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면서도 천사인 자신은 바꿔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10억가지의 인생.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생이 있어도 이미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달라지지 않으며 만약 도와줄 수 있다면 고통은 따르겠지만 단명하는 것 만이 유일하게 천사가 도와줄 수 있는거라고 말한다. 

사탄과 인간, 도덕관념, 선과악 등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 공감하지 못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테고 시니컬하게 인간이라는 종족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이 책을 읽고 한 없이 우울해졌다. 10억가지의 인생이 있고, 나의 노력으로, 달라진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하더라도 태어나는 순간 이미 정해진 운명의 틀안에서 발버둥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 수십년을 고통속에 살다가 겨우 몇 시간 행복하기 위해 그 고통이 보람되었다고 착각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랬다. 하지만 그런 우울한 마음이 들수록 오히려 감사한 마음은 커졌다.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아, 그 시점에서 차라리 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이 그랬고 좀 더 좋은 세상을 살기위해 너그럽게, 이웃과 함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00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속에 참 많은 것이 미스터리 할 만큼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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