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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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습관


메이슨 커리의 전작 <리추얼>을 읽으면서 책에 포함된 유명한 작가들의 습관을 따라하면 뭐라도 되겠지? 싶었었다. 하지만 그런 책이 출간된다는 건 그들의 습관이 아무나 쉽게, 단기간에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 중 한 번 이었을 뿐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불가능했지만 되든 안되든 일단 정해진 원고지 매수를 채우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책장에 계속 꽂아만 두면 언젠가는 다시 시도할테고, 그렇다보면 습관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그런 습관은 생기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왜냐면 그들은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예술하는 습관>의 그녀들의 이야기를 알고서는 순수하게 인정했다. 나는 여자라서, 가정주부라서 리추얼의 그들의 습관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열정, 간절함이 없었다라는 것을.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작가로 잘 알려진 그녀는 출산을 하고 얼마되지 않아 그 명작을 썼다. 흔히 임신을 하면 몸이 무거워서 그렇지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가롭게 태교를 핑계로 아무때나 자고 일어나도 된다고 말이다. 경험해보니 그것은 임신이 체질인(이렇게 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극소수의 여성이거나 임신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착각이었다. 요약하자면 글을 쓰기는 커녕 읽기에도 버거운 상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시인인 남편의 배려로 글을 쓰는 것 자체는 눈치를 안봐도 된다는 것이었다. 살림과 육아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1800년대니까 그랬을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도리스레싱은 아들 피터를 양육하면서 글을 썼다. 전업작가로 살기 전까지는 심지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비서일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하루일과는 아들의 기상시간 5시부터 시작된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학교 갈 준비를 도와준 이후라야 그녀에게 온전히 글쓰기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 온전히 글쓰기의 시간을 많은 것을 희생하고 매우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라는 메이슨 커리의 말에 나도 동감한다. 도리스 레싱은 더더군다나 밤을 새서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의 소유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밤늦게 까지 놀고 난 다음날에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보통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것을 참아야 했을까. 그렇다면 화가들의 삶은 또 어떨까. 지난 해 아이를 임신중이었던 나는 안타깝게도 졸업반, 즉 졸전을 앞둔 상태였다. 결론은 졸전에 아예 참가자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또한 핑계아닌 핑계였던게 아닌가 자문하게 만든 아티스트가 있었으니 '니키 드 생팔', 국내 전시회에도 갔었고 리뷰도 남겼었던 터라 여전히 그녀의 화려하면서도 특징적인 조각작품이 단번에 떠올랐다. 생팔은 화가인 미첼의 단 한 마디, "그러니까 당신이 작가 남편을 둔 그림 그리는 여자들 중 하나군요."(157쪽)라는 말을 듣고서 일년 뒤 두 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났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아이보다 일을 더 사랑해서라는 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다. 어쨌거나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만큼 열심히 작품을 했으니까.


가사와 양육을 전담해야 하는 여성의 삶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성을 비난하거나 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의 <리추얼>에서 보던 정해진 시간이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고 산책을 한 후 아내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남성들에 비해 동일한 조건으로 글을 쓰거나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은 극히 드물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만 메리 셸리처럼 글쓰기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격려해주는 남편을 고마워 하는 것 또한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위에 적어두었다. 내가 그 일(예술활동)을 얼마나 하고 싶은지, 또 이를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말을 도리스 레싱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자신에게 양분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본능적인 리듬과 일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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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 - 노벨문학상 작가 23인과의 인터뷰
사비 아옌 지음, 킴 만레사 사진 / 바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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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작가와의대화


인터뷰를 통해 축적된 자료와 사진들을 정리하며 우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대부분이 문학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그들이 문화 너머의 일들과 담을 쌓는 작가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작가들은 여러 측면에서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과 뜻을 함께 했으며 권력의 저변을 이루는 근본적인 속성에 맞서거나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이데아를 품고 있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를 읽기 전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내가 알지 못하는 그들의 일상이었다. 마치 잡지화보를 연상하듯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친 내 손이 민망할 정도로 묵직한 이야기와 그 보다 더 엄숙한 그러면서도 소박한 흑백 사진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덕분에 뻔하지 않은 이야기, 왜 이 작가들의 공통어가 '노벨문학상 수상'인지를 알 것도 같았다. 위의 발췌문처럼 그들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다른 이들이 말하지 못하는 혹은 꺼리는 이야기들, 심지어 문서가 아닌 입과 입을통해 전해지는 '소리들'을 문자로 담아낸 사람들이었다. 노벨상은 내게 절대로 방패가 아닙니다.​ 62쪽 어느 작가의 인터뷰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밝히지 않는 까닭은 이유는 달라도 그들에게 있어 문학은 아픔을 전달하는 장치였기에 누구의 말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노벨상을 받게되면 엄청난 부가 보장되며 수상소식을 엄청나게 기다리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하자면 로또당첨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나의 아둔함은 책을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깨지고 무너지고 있었다. 노벨상을 받는 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진다기 보다는 수상을 계기로 그들의 이야기가 해외가 아닌 자국민에게 읽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정작 자국에서는 쉬쉬할 수 밖에 없는 것들, 내 아이의 상처와 그 상처를 바라보는 찢긴 부모의 마음이 녹여져 있는 글들을 쓴 사람들에게 상금이나 명예가 방패가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적으면 이 책이 그저 무겁기만 하고 암울한 반사회주의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인터뷰집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절망으로 가득한 현실의 민낯을 보여준다 할 지라도 거기에서만 머물렀다면 애초에 그들의 이야기는 책으로 나오지 않고 뉴스의 한 꼭지 기사를 차지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그들은 가려진 것을 보려고 애썼다는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안 들리세요? 하루 종일 시끄럽고 난리를 피우며 엄청난 말로 떠드는 총소리 말입니다! 95쪽 ​그들의 시선으로 나와 같은 이들을 보고 있자면 아마 두 귀도 멀고 두 눈도 먼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설마 보이고 들리는 데 저렇게 태연하게 살 수는 없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할 수 있는 능력, 땅을 파고, 무기를 장전하기도 했던 그 두 손으로 글을 썼던 것이다. 들리지 않아, 보이지 않아 함구하고 눈을 돌린 나와 같은 이들에게. 그리고 이와 정반대로 지독한 고통과 괴로움과 두려움으로 제 목소리와 두 눈을 빼앗긴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도 그들은 글을 썼다. 


"어려서부터 나는 우리 육체가 어떤 식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지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낚시를 따라갔습니다.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바둥거렸습니다. 끔찍한 고통을 겪는데도 소리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소리 지르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는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소리 조차 안 낼까! 그것은 나를 소설가로 만든 최초의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189쪽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들어주는 청자이자, 정말 몰라서 혹은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전달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문학이, 그들의 작품이 중요한 까닭은 실제적인 경험 여부를 떠나 진정으로 그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화자'로서 그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야 할 대상에게 끊임없이 소리치는 까닭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의 집에서, 혹은 수많은 시민들이 저마다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같은 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지하철에서 인터뷰와 촬영이 진행된 까닭, 그리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빼앗기지 않도록 흑백으로 보여지는 이 책 덕분에 다시금 그들의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요즘 작가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에이즈다. 그는 최근 새로운 지역 특히 카리브 해 연안 국가들에서 급속이 퍼지는 치명적인 질병 앞에서 관게 당국이 수수방관하는 현실을 우려하고 개탄한다. "들을 것도 없어요.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 그 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곁에 있던 그의 아내가 방점을 찍는다.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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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 타이포그래피 편 - 세계적 거장 50인에게 배우는 개성 있는 타이포그래피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스티븐 헬러.게일 앤더슨 지음, 윤영 옮김 / 더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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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에서 출간한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시리즈의 타이포그래피편은 세계적 거장 50인에게 배우는 개성 있는 타이포그래피로 거장 50인 각각의 타이포작품과 함께 해당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엇이며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적인 타이포제작 스킬이나 작법을 원하는 사람들보다는 제목처럼 평범한 타이포가 아닌 가독성 혹은 심미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원할 때에 펼쳐보면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가독성은 알겠는데 심미적이고 창의적인이라는 단어가 애매해진다면 바로 이 책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가령 I ♥ NY IBM로고를 보면면 LOVE 라는 단어대신에 이를 상징적인 기호로 사용한다는 것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1977년 밀턴 글레이저가 위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전까지 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LOVE, 사랑을 떠올릴 만한 이미지, 기호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창의적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타이포를 디자인할 때 대부분 컴퓨터에 설치된 그래픽서체중에서 알맞는 것을 고르는데 가장 흔한 예로 전통시장이나 축제의 포스터를 떠올려보면 그래픽서체가 아닌 손으로 휘갈겨 쓴듯한 수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Gray318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영국 디자이너 존 그레이가 사용했던 방법으로 손으로 쓴 것을 그대로 이미지화 해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타이포로 남겨두려면 렌더링을 해야한다. 이때 직접 손으로 썻다는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좀 더 가벼울 필체로 쓰거나, 서로 살짝 다른 스타일로 쓰기(59쪽)로 작업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아이디어는 액체를 표현하는 유동성을 이용한 것으로 <fsh언리미티드>표지에 사용된 폴 시크의 더 딥이라는 타이포작품에 적용된 아이디어다. 타이포 작품 옆 페이지는 물속에 잠겨있는 모델이 있고 이를 좀 더 극대화하면서도 사진을 압도하지는 않을정도로 글자가 마치 사진 속 모델처럼 물속에 잠겨 있는 듯한 효과를 준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글자 자체에 생동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함께 배치한 이미지를 잘 뒷받침해주는 방법으로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응용해보고싶은 아이디어였다. 이때 저자는 그래픽 효과로 액체효과를 줄 수도 있지만 직접 붓이나 잉크 등을 활용해 번짐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아이디어를 마구 활용하라고 조언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뉴욕디자이너인 스티븐 도일의 '적'이라는 타이포작품은 3차원의 이미지를 타이포에 적용한 것으로 영화관에서 3D 영화를 볼 때면 유사한 방식으로 입체로고가 뜨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입체로고를 사용하면 2D에 비해 사람들의 시선을 더 주목시킬 수 있기도 하지만 작품이 가지는 분위기 자체를 단번에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래서 쉽사리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케빈 캔트렐의 '테라'포스터처럼 정교하고 디테일한 타이포부터 마치 아이가 쓴 타이포를 활용한 듯한 흑판에 분필로 쓴 듯한 타이포까지 이미 보았거나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아이디어 등 의외로 어렵지 않지만 쉽사리 떠올리지 못하는 활용도 높은 아이디어가 많았다.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방법부터 언제든 꺼내어 쓸 수 있도록 훈련한다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열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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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 -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신앙 에세이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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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한가운데영원의길을찾아서 #김형석교수 #신앙에세이 #100세철학자


인간은 왜 사는지, 태어난 이상 모두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그리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한 번즘 가져본적이 있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설사 무신론자일지라도 종교가 가지는 영향력과 그 폐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철학자이자 신앙인이기도 한 김형석 교수가 자신의 삶과 고민을 통해 얻어진 답을 책 <삶의 한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아서>에서 들려주는데 100세를 사셔서인지 저자의 경험이 꾸밈이 없고 그 방식이 과하지 않아 활자로 접하는데도 참 편한하게 읽혔다. 우선 사람이 태어난 이상 건물주라 하더라도 나름의 일, 즉 노동을 하기 마련인데 그 노동의 가치와 목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수라는 직함을 가졌으니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왔을 것 같겠지만 20,30대에 저자역시 자녀도 많은데다 아직 학생인 동생들을 부양해야 했기에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자가 먼길을 찾아와 강의를 요청했을 때 처음에는 강의료도 배가 넘고 교통비까지 챙겨주는 자리가 선약이 되어 있어 거절했으나 스승을 믿고 찾아왔을 제자의 사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 기존의 일정을 연기하고 다녀왔다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돈이 목적이 아닌 자신의 도움이 필요로 한 곳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나이가 들어서는 그마저도 쓰임이 된다면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물론 교수라는 탄탄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 이다. 얼마전에 읽었던 사회심리학에서도 조앤.K.롤링이 가난에서 벗어나 막대한 부를 얻은 후 엄청난 기부활동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만 보더라도 많이 번다고 겸손해지거나 그 쓰임이나 목적을 바르게 갖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저자의 말중에 또 와닿은 것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개인만 성장해서도 안되고 사회의 성장만을 바라기만 해서도 안되는데 나만 보더라도 어떤 정책을 두고 그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부터 생각하게 되니 씁쓸해진다. 어릴 때는 다같이 사는 사회,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만들기가 도대체 왜 어려운지를 몰랐는데 살다보니 모두가 만족한다는 것은 모두가 그 만큼 양보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듯 종교계도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되고 보편된 교리로 다가서야 한다는 의견에도 공감이 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저자는 예수라고 말하는데 실제 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정작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과 친척들은 목수의 아들이었던 그를 폄하하며 예언자의 출생배경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며 배척한다. 예수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화를 내기 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며 다른 여러 마을로 가 기적을 행사한다. 뿐만아니라 십자가에 못박힌 그 순간까지도 그를 매질하고 비난했던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붓기는 커녕 하느님에게 그들을 용서해주십사고 청하기에 이른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경의 완성이 필요하며 둘째로는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높여가는 것과 마지막으로 삶에 대한 공감과 동참성이라고 말한다. 최근 유사한 책들을 읽을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말이 '연대'였는데 김형석 교수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사람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석가도 예수도 혼자서 잘 살고자 했던 삶이 아니었다. 결국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의 제도적인 방법으로는 다함께 잘산다는 것이 어렵지만 종교의 힘과 인간이 가지는 공감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한 가운데 영원의 길을 찾는다는 것은 죽지 않는 영원불멸의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자녀에게, 넓게는 인류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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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나오는 철학 입문
사이토 테츠야 지음, 김선숙 옮김, 정용휴 감수 / 성안당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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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은 각각 여섯 개의 절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절을 읽기 전에 이 도입 부분의 문제를 읽고 가능하면 문제를 풀어보기 바란다. 감으로 풀어도 상관없다. 그 뒤에 개별 철학자의 본질을 설명하는 본문을 읽고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문제를 풀어보면 좋을 듯하다. 아마 어떤 문제도 쉽게 풀릴 것이다. -8쪽-


이 책<시험에 나오는 철학 입문>의 구성과 읽는 방법을 발췌문으로 올려두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시험이란 일본 대학 입시 '센터시험'을 말하는 것으로 실제 20년간 출제된 철학문제중에서 서양 철학 사상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추려 기출문제와 함께 이론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무엇부터 어떻게 철학을 공부해야할지 막연한 사람들이라면 입문서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실제 문제를 풀고, 본문을 읽고 다시 풀었을 때의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크게 세파트,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스콜라 철학으로, 근대철학의 본질 그리고 근대비판 철학으로 3부로 나뉘어 지고 각 장을 또다시 6개의 절로 나뉘는데 기출문제 하나 본문읽기, 다시 풀기 방식으로 개인적인 호감도에 따라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신앙과 이성의 조화에 관한 부분을 리뷰에 담았다.


시험에 나오는 철학 입문 


정답은 2번으로 신앙과 이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가 정답이다. 입문자에게는 전후 설명없이 문제부터 풀었기 때문에 어렵고말고의 문제가 아닌 찍기와 관련있는 문제였을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위한 철학이론을 공부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앙과 이성의 관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고 실제 책에서도 이부분을 언급했다. 비교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수용은 신의 존재는 믿지만 이를 이성적으로 논증할 수 없기(77쪽)기 때문에 인간이 선으로 향하는 길은 신의 은총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반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의 은총과 자유 의지는 대립이 아닌 협력의 관계(같은 페이지)라고 보았다. 토마스 아퀴나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관계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의 관계와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이야기할 때 세 명의 철학자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며 실제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신의 은총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동일, 이때 그 은총으로 이성은 진리를 탐구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이 토마스 아퀴나스, 그저 믿는 것 외에는 없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이므로 우리가 신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할 수록 신의 신비를 경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또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을 더 옹호하지만 만약 비신론자라면 양쪽 모두 납득하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해당 문제외에도 다른 문제를 풀어보면 알겠지만 저자의 말처럼 철학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입문자라면 문제부터 풀기보다는 본문과 해당 내용을 요약한 일러스트를 참고한 후 맨 나중에 문제를 풀고 다시 읽거나 부록으로 포함된 '북 가이드'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동안 여러 권의 철학요약본이나 쉽게 읽는 등의 소제가 붙은 철학책들을 읽고서 남는것이 없다고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문제풀이를 통해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철학공부 계획을 세우는데 이 책을 적극활용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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