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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 - 노벨문학상 작가 23인과의 인터뷰
사비 아옌 지음, 킴 만레사 사진 / 바림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노벨문학상작가와의대화
인터뷰를 통해 축적된 자료와 사진들을 정리하며 우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대부분이 문학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그들이 문화 너머의 일들과 담을 쌓는 작가의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작가들은 여러 측면에서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과 뜻을 함께 했으며 권력의 저변을 이루는 근본적인 속성에 맞서거나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이데아를 품고 있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를 읽기 전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내가 알지 못하는 그들의 일상이었다. 마치 잡지화보를 연상하듯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친 내 손이 민망할 정도로 묵직한 이야기와 그 보다 더 엄숙한 그러면서도 소박한 흑백 사진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덕분에 뻔하지 않은 이야기, 왜 이 작가들의 공통어가 '노벨문학상 수상'인지를 알 것도 같았다. 위의 발췌문처럼 그들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다른 이들이 말하지 못하는 혹은 꺼리는 이야기들, 심지어 문서가 아닌 입과 입을통해 전해지는 '소리들'을 문자로 담아낸 사람들이었다. 노벨상은 내게 절대로 방패가 아닙니다. 62쪽 어느 작가의 인터뷰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밝히지 않는 까닭은 이유는 달라도 그들에게 있어 문학은 아픔을 전달하는 장치였기에 누구의 말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노벨상을 받게되면 엄청난 부가 보장되며 수상소식을 엄청나게 기다리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하자면 로또당첨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나의 아둔함은 책을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깨지고 무너지고 있었다. 노벨상을 받는 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진다기 보다는 수상을 계기로 그들의 이야기가 해외가 아닌 자국민에게 읽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정작 자국에서는 쉬쉬할 수 밖에 없는 것들, 내 아이의 상처와 그 상처를 바라보는 찢긴 부모의 마음이 녹여져 있는 글들을 쓴 사람들에게 상금이나 명예가 방패가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적으면 이 책이 그저 무겁기만 하고 암울한 반사회주의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인터뷰집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절망으로 가득한 현실의 민낯을 보여준다 할 지라도 거기에서만 머물렀다면 애초에 그들의 이야기는 책으로 나오지 않고 뉴스의 한 꼭지 기사를 차지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그들은 가려진 것을 보려고 애썼다는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안 들리세요? 하루 종일 시끄럽고 난리를 피우며 엄청난 말로 떠드는 총소리 말입니다! 95쪽 그들의 시선으로 나와 같은 이들을 보고 있자면 아마 두 귀도 멀고 두 눈도 먼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설마 보이고 들리는 데 저렇게 태연하게 살 수는 없을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할 수 있는 능력, 땅을 파고, 무기를 장전하기도 했던 그 두 손으로 글을 썼던 것이다. 들리지 않아, 보이지 않아 함구하고 눈을 돌린 나와 같은 이들에게. 그리고 이와 정반대로 지독한 고통과 괴로움과 두려움으로 제 목소리와 두 눈을 빼앗긴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도 그들은 글을 썼다.
"어려서부터 나는 우리 육체가 어떤 식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지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낚시를 따라갔습니다.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바둥거렸습니다. 끔찍한 고통을 겪는데도 소리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소리 지르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는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소리 조차 안 낼까! 그것은 나를 소설가로 만든 최초의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189쪽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들어주는 청자이자, 정말 몰라서 혹은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전달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문학이, 그들의 작품이 중요한 까닭은 실제적인 경험 여부를 떠나 진정으로 그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화자'로서 그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야 할 대상에게 끊임없이 소리치는 까닭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의 집에서, 혹은 수많은 시민들이 저마다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같은 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지하철에서 인터뷰와 촬영이 진행된 까닭, 그리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빼앗기지 않도록 흑백으로 보여지는 이 책 덕분에 다시금 그들의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게 되었다.
요즘 작가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에이즈다. 그는 최근 새로운 지역 특히 카리브 해 연안 국가들에서 급속이 퍼지는 치명적인 질병 앞에서 관게 당국이 수수방관하는 현실을 우려하고 개탄한다. "들을 것도 없어요.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 그 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곁에 있던 그의 아내가 방점을 찍는다. 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