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주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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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 경주에 꼭 가고 싶게 만드는 책

 

 

절터 아래에서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탑의 찰주를 올려다보는 순간, 알 수 없는 전류가 온몸,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가는 느낌이다. 가늘고 예리한 무엇이 순식간에  핏줄을 타고 달려가는 느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말라르메가 말한 '아편처럼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란 이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24쪽


어떤 풍경을 보며 세포 하나하나가 반응하는 듯한 충격적인 감동을 느껴본 적은 있지만 안타깝게도 석탑을 보면서 저런 감동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감은사지삼층석탑은 직접 본적은 없더라도 워낙 친근한 유적이라 그랬을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품고 있는 유적, 경주에 대한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저 문장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저토록 엄청난 애정을 품고 소개해주는 경주 이야기를 담은 [오늘은 경주]는 그 덕분에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 올해가 지나기 전에 경주는 한 번 가겠구나 확신이 들었다.

 

석탑의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국보 제112호로 경주에 있는 3층 석탑중에서는 가장 거대하다고 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해도 분명 수학여행 때, 지난 해 배낭여행 때 탑을 보며 반가워하긴 했었다. 신문왕때 완공되었는데 이 탑은 신문왕이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이 실린 것으로 탑하면 종교적인 의식에 의한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일깨워주었다. 뿐만아니라 석탑을 세울 때는 돌을 옮기고, 다듬고 그리고 돌에 조각을 세기는 등 여러가지 기술과 미적감각이 총 출동해야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드라마 덕분에 더 유명해진 '선덕여왕의 릉'에 관한 이야기다. 가본적은 없었고 다큐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저자는 단순하게 왕의 능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왕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도 함께 들려주었다. 책에는 당나라 태종과 관련된 설화도 함께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책에서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 조금 다른 부분을 언급한 적이 있었던터라 과연 정설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다른 왕의 능으로는 앞서 언급한 선덕여왕(덕만)의 아버지이자 책에 실린 사진이 정말 맘에 들어 소개하고 싶은 '진평왕릉'이다. 사진 제목이 <석양 아래 진평왕릉>인데 두 페이지로 나뉘는 부분이 없었다면 과감하게 책에서 사진을 오려내었을 정도다. 리뷰를 읽는 분들은 궁금하겠지만 올리지 않겠다. 궁금하면 꼭 사서보거나 도서관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아들이 없었던 진평왕은 딸들에 관한 기록 정확한 것이 없다고 한다. 여성인 덕만을 왕좌에 앉히기 위해 노력했던 아버지의 능이었기에 석양아래 비친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고 평안해 보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유적을 구간 별로 나누어서 소개해주었는데 이번에 소개 할 제 3구간은 우리가 흔히 '경주'하면 떠오르는 유적지가 몰려있는 장소다.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 그리고 석굴암까지 이번에는 좀 익숙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은근 기대했는데 역시 세월의 탓인지, 무지의 탓인지 새로운 내용도 많아 역시 이 책을 가지고 경주에 다시 가야겠다는 다짐을 재차 들게 했던 부분이다.

 

세상에는 내가 알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으나 전혀 알지 못했고, 반대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부분 알고 있는 일들이 종종 있다. 불국사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자주 그런 상황을 접했다. 85쪽


좀 전에 잘 아는 것 같았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을 했는데 의외로 저자도 나와 유사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조금 반가웠다. 물론 저자가 알고 있는 방대한 내용에는 전혀 비할바가 아니겠지만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우러러보다가 동행이 된 듯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불국사는 신라인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건설코자 했던 불교국가의 축소판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불국사 또한 앞서 언급했던 감은사지삼층석탑처럼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위해 지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그야말로 효심이 지극했던 모양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짓기도 하고, 살아계신 부모를 위해서 절을 짓기도 한다. 불국사 회랑의 단청은 한국의 색, 예술성 등을 언급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운 자태를 늘 유지하고 있다. 이 회랑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바로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고 한다. 단청의 화려한 빛깔은 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비바람에 나무가 썩지 않도록 해 주는 역학도 있다하니 책속의 사진이지만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지난 번 불국사 방문 때 회랑의 단청을 보며 눈과 마음이 멈칫 했던 기억이 났다. 하필 비오던 날이라 사진은 예쁘게 담기지 않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단청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잊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불국사를 지나 이번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경주를 다니면서 기념품을 사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다보탑과 석가탑 미니어처를 사왔다고 하는데 별거 아닌 말에 뜨끔했다. 파리에가서 에펠탑을 그렇게 열심히 사왔으면서 정작 다보탑과 석가탑을 안샀던 것이 아쉽기도하고 미안한 맘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탑을 볼 때마다 이렇게 크고 정교하기 까지 한 석탑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저자는 김대성에 의해 지어졌을지라도 분명 그를 도와 이를 가능케한 불심을 가진자가 있을거라 말했다. 이와 관련된 영화나 소설이 나온다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상의원]의 조돌석이 아닌 이공진이란 인물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 부터 이미 다녀온 장소까지 정말 많은 유적지와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었다. 새삼 책의 부제를 다시 들여다본다. '자발적 학습 여행자의 경주 이야기'. 경주에 다시 가보고 싶다, 수학여행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어른이 되어 공부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들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경주와 관련하여 상세하게 지도와 교통수단을 담은 책도 많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경주유적과 관련해서는 이 책이 가장 맘에 들었다. 이제 겨우 한 번 읽었을 뿐이지만 경주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간절하게, 끊임없이 갖게 한 책은 처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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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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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 더이상 창작을 할 수 없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42쪽


더 늦기 전에 매일 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글을 써보자고 맘먹지만 모니터 화면 속 텅빈 백지를 보고 있으면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적기가 어렵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 반복될 수록 아, 정말 나는 창작과는 거리가 멀구나, 열심히 돈이나 벌어서 다른 이들이 써놓은 좋은 책을 실컷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 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다가 우연히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텅빈 모니터를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된 창작활동을 하지못하면서도 글쓰기 관련 책이나 강좌는 또 열심히 찾아 듣는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창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직접적인 작문 수업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기개발에 가까운 글쓰기나 독서관련 수업이라면 그것은 그저 대리만족에 가깝다는 것을 책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를 통해 제대로 깨달았다. 이 책은 실제 인물들이 2주간 에릭 메이젤과 이메일로 코칭을 받았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에릭 메이젤은 창의성 코치의 임무가 고객이 품고 있는 꿈을 명쾌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첫 사례부터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책 한권 발표한 적도 없으면서 작가들의 경제적 고충을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며 짐작으로 겁을 먹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먹고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핑계로 써먹은 것 같습니다. 사실 먹고살기 위해 주당 40, 50, 60시간을 일해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면서 말입니다. 40쪽


사례에 등장한 사람들은 나는 물론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부모님 건강문제로 자유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해보자는 에릭 메이젤의 코칭에 처음에는 다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단 시도는 한다. 신기한 것은 이미 충분히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사람, 공모전에서 입상했거나 베스트셀러 도서를 출간한 사람들 모두 창작고통을 여전히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내지 못한 내가, 아직 마흔도 안된 나이에 나이탓을 하는 내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배부른 소리를 하며 이런저런 핑계만 찾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에릭 메이젤이 공통적으로 해주는 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받아들이고, 매일 매일 꾸준히 자투리 시간을 창작활동에 투자하는 것이다. 2주라는 시간은 어찌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처음 작가의 말을 통해 2주동안 코칭을 했다고 했을 때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싶었는데 코칭을 받은 사람들이 '실행 보고서'에 기록한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내가 정말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고, 마음이 결정되었으면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고 실천에 옮기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을 기록했다. 코칭 내용도 좋았지만 실행 보고서에 기록된 그들의 생생한 체험수기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최대한 길게 답변을 써야 상대방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란 것과, 목표를 설정하고 첫발을 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주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코칭은 세라피가 아니면, 나는 과거를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8쪽


책의 내용이 모두 긍정적으로 마무리 된 사례만 담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사례도 여럿 있었는데 자꾸 부정적인 결말이 예상되는 것은 사례자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늘 실패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쉽게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에 사례자도 결국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마치 내가 코칭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지난 1주일 동안 정해진 시간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14장 총 28페이지의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아직 내게는 미완성 원고가 많이 있었다. 여전히 타인의 비평이 두려워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는 습관은 남아있지만 더이상 타인의 사례로 대리만족을 하진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에릭 메이젤이 이런 나를 보면 충분히 발전했다고 칭찬해 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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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면 - 레비-스트로스, 일본을 말하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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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감히 말하건대, 보이는 달의 표면, 즉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의 구유럽 세계의 역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 -중략- 고대 일본이 유럽과 태평양 사이에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75쪽-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달의 이면]은 표제작을 포함 총 9편의 강연과 잡문 그리고 인터뷰가 담겨있는 책이다. 우리에게는 [슬픈 열대]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아직 슬픈 열대를 읽기 전으로 우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문화'에 대한 강연록을 담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 혹시나 나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이면'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해두고 싶다.

 

표제작 외에 다른 글들은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 저자가 연구해오던 타국의 문화와 일본 문화를 비교하교 얻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신하의 내용에서 들어가 그 비교점과 유사성을 찾아내는 등 '일본 문화'를 다른 문화와 견주었을 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 이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해당 편에서 레비는 일본 문화의 '초심자'라는 것을 자주 확인시키며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통해서 일본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선 노동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며 일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장인들과의 만남을 이야기 한다. 프랑스를 포함한 서양국가에서 노동은 인간이 주체가 되고 자연은 피동적인데 일본을 포함한 다른 문명에서 노동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고 말한다. 더불어 프랑스는 잘 알다시피 건축물 또한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듯 장인들의 수공업의 전통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 역시 노포에 대한 현실을 한국 다큐에서도 종종 다루듯 장인들의 방식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프랑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전통을 지킨다는 공적인 개념에 앞서 가계를 지키려는 사적인 측면도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문학작품은

루소의 [신엘로이즈]와 [겐지 이야기]의 일부를 비교하며 유사한 점, 인간의 감정의 극도로 밀접하게 접근했다는 면을 언급했다. 겐지 이야기는 워낙 유명한 작품으로 소설 뿐 아니라 만화책으로 출간되어 일본의 영향력을 떠나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종교와 요리를 이야기 할 때는 중국의 불교와 요리를 비교하며 설명하는 데 가령 일본 전통 요리는 식재료가 갖는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데 반해 중국은 볶거나 튀김요리가 많다. 불교의 경우 파가 다른 각각의 종교가 하나로 통일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에 반해 일본의 종파는 각자의 종파 그대로를 보존한다. 달의 이면으로 살펴보자고 하는 까닭도 일본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데에 기반한 것이었다.

 

 

 

여담으로 유럽을 여행하면서 줄곧 느꼈던 것은 유럽의 이국적인 풍경에 감동이나 어디서든 자신들의 거처를 확고히 키워가는 중국인들의 단합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다. 일본의 문화가 파급력이었는데 예를 들어 서점에 들어가 문학과 여행서적 코너를 가보면 우리나라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가장 많은 신간서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럽인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국가차원에서 일본의 초대를 받고 방문한 학자들의 이야기였다. 이국적인 일본의 문화를 잔뜩 품에 안고 있는 그 서적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관광사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조건적인 칭찬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자의 시선을 통해 반짝하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직접 접해보고 싶은 '문화'를 생성하는 일본의 모습을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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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 모든 인간적 가치에 대한 옹호
폴 커츠 지음, 이지열 옮김 / 미지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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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하며,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성취하기 위해 선의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기꺼이 시작한다면,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삶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고양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82쪽

 

휴머니즘은 알겠는데 세속적 휴머니즘이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실제 판형이나 페이지수를 봐도 두껍지 않아 정확한 원리와 특징을 빠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선 세속적 휴머니즘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종교적인 성향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신을 통해 동정에 가까운 인류애라기 보다는 좀더 자연법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밝혀내고 결과를 쫗는 방식으로 역사적으로 휴머니즘을 연구해온 사람들의 계보를 전달하면서도 세속적 휴머니즘을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세속적 휴머니즘의 6가지 핵심은 과학적 연구방법이며, 자연주의적 우주관을 제공하고, 비신론이자 민주주의적 전망을 제공한다. 더불어 휴머니스트 윤리를 약속하고 범위를 따지자면 전 지구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비신론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고 '무신론'과 유사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도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신'의 존재를 찾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세속적 휴머니즘 자체가 리얼리즘, 실재에 관해 가깝게 다가서려는 것이 종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신이 우주와 그 안에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들고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규칙이나 법칙등 그야말로 인간 영역넘어의 부분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자 중 세속적 휴머니즘의 계보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철학자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 그리고 플라톤이다. 이들 중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철학자는 단 한명도 없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조차 휴머니스트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삶의 실천적인 지혜, 덕과 탁월함의 완성, 행복의 성취를 옹호함으로서 휴머니스트 윤리의 모범으로 받아들여진다. 16쪽'

 

앞서 열거한 철학자들을 보고 세속적휴머니즘이 '윤리학'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학교 때 배웠던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핵심은 '윤리학'이었고 도덕성이었다. 얼마전 읽었던 에픽테토스의 잠언집을 읽을 때 두 학파의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헷갈렸던 부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이 책에서도 에픽테토스가 속한 스토아학파, 에피쿠로스 학파 그리고 회의학파 등이 언급되며 세 학파 모두 휴머니즘을 거론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결론적으로 세속적 휴머니즘 사상가들이 말하는 바는 신의 존재여부와 위엄성을 떠나 진정한 의미의 윤리적 가치는 인간의 경험에 관한 것이며 이는 곧 윤리가 탐구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라고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 좋은 삶을 이루어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여건들을 발견해내는 것이 바로 이성의 과업이다. 58쪽

 

국가간의 전쟁, 환경파괴 등 인간 스스로 비판의식을 갖고 행복(혹은 여러가지 외적 가치를 통한 성공)해지려고 애쓰며 살아야한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렇다면 정부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민주적,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도모해야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본문만 84페이 정도의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핵심 인물, 관련 사진등이 실려있고 참고문헌도 포함되어 있어 첫 문단에 적은 것처럼 기본원리와 이해하기 위한 참고서적이나 입문서로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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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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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토끼보다 비겁한 토끼가 잘 살아남는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세상에 용감하게 대드는 사람보다 겁 많은 사람이 살아남는 사회가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그렇지 않죠.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인간적 본성이 변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진화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작동해왔고, 인간에게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 다 같이 상생하려는 도덕적인 심성이 본성의 일부로 진화한 데는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본문 발췌-


 

책을 펼쳐보면 목차가 나온다. 교황의 방한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믿을만한'지도자의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그의 성인다운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정작 교황이 하려고 하는 뜻을 축소시키려는 목적이 없지 않다는 말에 아쉬움도 있었다. 사물이나 인물이 좋아보이면 앞뒤안가리고 추종할 게 아니라 정확하게 어떤 것을 향해 가는지 손끝을 바라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문제는 그저 읽으면서 그렇구나 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땅콩 회황의 경우 헌법'위'가 아닌 '이전'에 있는 사람들이란 진중권 교수의 표현은 적확했다고 생각한다. 갑질이라는 것은 결국 을의 인권은 애초에 없었던 주인노릇일 뿐이니까. 다만 수많은 노동자를 한번의 싸인으로 내몰았던 사건을 뒤로하고 '땅콩'에만 관심을 보였던 '다수'중 하나였다는 점은 반성했다.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목적도 바로 이런거였다. 부조리한 현실이 한두가지인가. 하지만 정작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더 큰 사건인지 제대로 볼 줄 모르니 이런것을 가려줄 수 있는 책이 필요했는데 딱 그점을 찾아주었다. 증세와 복지에 관한 부분이 중간 중간 다른 주제로 등장하지만 결국 12번째 기초연금과 의료 민영화부분에서 다시 합쳐진다. 군대하면 떠오르는 것이 부대에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들이 전부였던 내게 해외에 군대 체계와 만약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는 내용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쪽'으로 정해져있는 노회찬, 진중권, 유시민이지만 막상 책을 읽다보면 주제마다 전문가가 등장하기 때문에 나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란 점도 꼭 말하고 싶다. 유연한 대화속에서 정보를 얻어가고, 앞서 말한것처럼 같은 분류인 듯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 서로 조금씩 다른 주장과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 (외부에서 바라보는 입장의 진중권 교수와 정치 핵심에 있었던 유시민 작가의 시선이 나뉘는 부분은 꽤나 흥미롭다)과  책에 등장하는 주제와 키워드는 들어봤지만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을정도의 지식이나 흐름을 알 수 없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점등을 볼 때 신문의 사회면이나 정치면을 기피했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너무 무거운 주제만 나오면 어떻게할까? 나같은 겁많은 어른아이들은 페이지를 펼쳐보려 하지 않을 것 같아 꼭 리뷰를 적고 싶었다. 부제에 적힌 것처럼 내일을 바꾸기 위해 일단 생각이나 해보자고 권하는 아주 '너그러운'노유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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