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공간 -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공간. by 에릭 메이젤

 

 

 

 

 

 

 

 

 

 

 

 

 

 


일상에 지칠 때 멋진 글귀가 가득한 에세이나 머리가 아플만큼 찡한 소설을 만나게 되면 나도 작가가 되어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혹은 아주 늦은 밤이거나 지나치게 이른 새벽, 무심코 적은 문장이 너무나 흡족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판 싶을 때 역시 글 한 번 써볼까? 하며 가장 교만한 존재가 되곤한다. 하지만 정작 글을 쓰자 맘을 먹으니 당장 해뜨고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업무와 살림까지 도무지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심지어 옆에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이 있다거나 혼자 살지만 눈뜨면 부엌부터 화장실 입구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원룸은 상상해오던 '작가의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쉽게 포기한다. 작가를 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고 여유도 없다고. 에릭 메이젤의 작가의 공간은 위에 언급한 1차원적인 고민에서부터 진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주제선정이나 주변인들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면의 싸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총8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크게 3가지로 다시 분류해보면 물리, 정신 그리고 작품의 주제선정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물리적 공간의 경우 흔히 떠올리는 소설가의 방은 영화에서 보았던 창이 상당히 크고, 사면이 모두 책으로 둘러쌓였으며 책상은 최소 수십권의 책을 동시에 올려두어도 될 넉넉한 사이즈로 보인다. 습도와 온도가 적당하고 커피향과 종이 특유의 냄새 거기다 기호에 따라 추가되거나 가감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그런 방에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사례를 들어주는 데 지나치게 환하고 이상적인 풍경이 내다보이는 방에서 글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선을 창밖으로 던져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이 느껴진다니 이해가 된다. 너른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차를 마실 때면 이런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하지만 정작 노트북 혹은 노트와 펜을 꺼내도 무의미한 낙서일 뿐이다.


'의자, 테이블, 닫힌 문, 컴퓨터 혹은 노트, 약간의 경외심, 창문을 가릴 커튼, 가볍게 흥분한 두뇌'
바로 이것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리적 공간이자 우리의 교회이며 예배이다.
-p.21

 

아주 심플한 공간이다. 다시말해 굳이 먼 곳으로 떠날 필요없이 당장 집에서도 적당히 글쓸 공간만 보장되면 물리적 공간은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다면? 실시간으로 메세지가 울리는 스마트폰이 보인다면 문제가 된다. 책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가 존중하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시간을 정해 글쓰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작가는 세심하게 카페나 외부에서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카페에서 글을 썼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데 이때 또 주의사항이 있다. 카페에 있다보면 역시나 날씨가 좋으면 외부 유혹에 흔들리기 쉽기에 작가는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세상에 글을 쓰기 위해서 꼭 가야만 하는 공간이란 없다.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아도 된다. 내가 존재하는 바로 이곳이 바로 나의 생각과 감정이 살아 있는 곳이다.
당신이 그것을 꺼낼 마음만 있다면. -p.55


다소 허무한 결론이라고 느껴질테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고자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쓸 수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결국 주변탓이 아닌 내감정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럼 감정의 문제는 또 어떻게 하면 해결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일상의 나를 버리라고 말한다. 처리해야 할 문제라던가 날씨 등등 떠오르는 잡념과는 작별하고 창조적 마음챙김을 연습해야 한다고. 창조적 마음챙김(Creative mindfulness)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상태(p.119)로 단어는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 읽었던 줄리아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를 떠올리게 했다. 그 책의 경우 반드시 아티스트 뿐 아니라도 내면을 들여다보고 솔직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창조적인 자아가 눈을 뜰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도 유사한 개념이었다. 좀전에 작가적인 자아로 리셋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방법의 좋은 이유는 글쓰기 위해서도 있지만 과거나 주변시선에 얽매여 있던 수동적인 자세해서 좀 더 적극적이고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는 바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 자신을 알라라는 개념에서 나는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책도 찾아보고 여행도 다니는 등 기존의 어떤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허무주의적인 포스트모더니즘과는 다르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어떤 가치가 없다는 부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나라는 의미를 만드는 것, 작가는 컵의 인쇄된 문구였다고 말하지만 되새겨볼 수록 맘에 와닿는다. 나라는 의미를 만드는 것.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가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라. 아무것도, 그 누구도 당신이 어떠한 가치를 선택하는지 막을 수 없고, 당신의 고결함과 영웅주의가 발현되지 못하게 막을 수 없다. p.255


잡념도 버리고, 과거의 나를 얽매고 있던 부정적인 시선도 정리되었으며 이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도록 세팅이 끝난다면 남은 것은 무엇을 쓸 것이며 어디까지 나를 보이거나 위험을 감수 할 수 있느냐의 구체적인 부분만 남게된다. 작가는 실존지능이라는 개념을 등장시키는데 우리가 다소 철학적으로 묻게되는 모든 질문에 대해 개념화 할 수 있는 지능이라고 한다. 말이 어렵지만 단순하게 이해한대로 적어보자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된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지도 쓰지 않을지도 깨닫게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변명은 사라지고 이제 진짜 뭐든 쓰고자 하는 것을 쓰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 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고 책을 펼쳐보는 사람, 여전히 그래도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투정부리는 이들만 아니라면 모든 문제의 답과 해결방법이 들어있으니 글을 써야겠다는 확신만 선다면 일독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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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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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부제가 저러하니 엄청나게 두껍고 빡빡한 줄간격을 기대했으나 생각만큼 두껍지 않아서 첫 느낌이 좋았다. 적당히 손에 잡히는 두께와 내가 좋아하는 하드커버! 문체역시 자신만의 생각을 쏟아내고 비평가들이 풀어줘야 하는 픽션작가라기 보다 쉽게 쓰는 시리즈를 쓴 작가인 만큼 술술 잘 읽힌다. 심지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도 잘 읽힌다. 그래서 진짜 이해했나 정리해보면 그건 또 아니라서 이 쉬운문체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목에 적은 것 처럼 이 책은 1-2 장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3장부터 재밌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종이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책이다. 한마디로 진짜 재밌다.


1장은 이전에 서지학 공부할 때를 쉼없이 상기시켰다. 제지법이 중국과 일본을 비롯 아시아에서 서양으로 넘어가는 과정(책에서는 기계가 탄생하는 배경을 좀 더 자세하게 서술했다)을 토대로 서지학은 종이 그자체와 판본과 활자를 중심으로 공부했다면 이 책은 일단 '종이'가 주제이기 때문에 집요하게 종이가 대중화가 된 역사를 설명해준다. 그래서 처음으로 종이기계를 발명한 사람들의 이름도 접하게 되고 그 사람이 어찌 살았다가 망해가는지도 알게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공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2장의 제목은 숲이 종이를 구했다인데 이게 무슨말인가 하면 종이는 쉽게 찢어지고 망가져 종국에는 소멸할 것 같은 재료다. 양피지에 익숙했던 이들은 그때문에 종이에 대한 신뢰가 깊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종이의 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가격과 희소성의 문제로 종이의 역할이 쇠락할 즘 나무로 종이를 만들게 되었을 때의 경제성과 효용성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종이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그 덕분에 19세기 중반에는 눈앞에 닥친 듯했던 서구의 종이 위기를 가뿐히 넘어설 수 있었다. 원료 가격이 떨어졌고 생산량은 증가했고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했다. 종이의 시대가 진짜 제대로 시작된 것이다. 숲이 종이를 구했다.


종이가 본격적으로 생활밀착형 존재가 되는 과정이 3장부터 펼쳐진다. 여기서 잠깐, 매 챕터마다 책에서 유명인사들이 언급했던 종이와 관련된 구절 혹은 명언이 한페이지씩 등장하는데 처음 몇 번은 열거된 책과 인물을 메모하느라 바빴다. 물론 뒤에 별도의 주석과 해설이 있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찾아보기 위함이었는데 별도의 추천리스트가 없다면 시도해봄직 하다. 


3장의 지도이야기로 돌아가 살펴보면 종이탄생 이전에도 물론 지도를 여기저기에 그리기는 했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나무는 물론 순은판에 새기기도 했다는데 무게도 무게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그치만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별도의 장식품이랄 것도 없이 거실이나 방에 세계지도 현판을 걸어두는 기분, 정말 상상만 해도 좋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위해서라면 역시 지도는 종이에 그리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종이에 지도를 그리게 된 과정뿐 아니라 종이지도가 측량과 토지관리 등 실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도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지금의 리서치 혹은 연구조사에서 쓰이는 방법들이 실제 19세기 런던 빈민 구제운동시에 적용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해준다. 3장을 지나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종이와 '책'이다. 가장 흥미로운 이 부분은 과감하게 리뷰에서는 생략, 해당 파트 맨 첫페이지에 실린 아포리즘으로 대신한다.


우리는 이제 탐서벽에 빠진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겠습니다.

-토머스 프로그널 딥딘 목사, 비블리오마니아 혹은 탐서벽


종이와 책 편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로웠던 파트 5장은 종이와 돈이다. 돈은 물론 동전과 지폐로 나뉘지만 일단 돈이라고 했을 때 동전보다는 후자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두툼한 돈뭉치라던가, 내 마음대로 '0'을 늘려서 쓸 수 있는 백지수표 등 종이와 돈은 그야말로 책 이상으로 한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묘사한 뒤 본격적인 '지폐'의 역사가 등장한다.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중국이 처음으로 종이를 통화로 사용했다는 내용과 과연 이게 종이의 이야긴가 싶은 다양한 금융의 역사가 이어진다. 마지막 12장 종이와 영화,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 이르기 까지 서문에 언급한 저자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종이로 만들어졌다면 그야말로 뭐든 다 등장하고 역사적 배경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이 박물관'임에 틀림없다. 책을 편 순간 독자는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 총 12층 건물로 이뤄진 종이박물관에 들어선 셈이며 그 어느 층도 소홀하거나 지루할 틈 없이 저자는 이야기를 이어가고 또 이어간다. 물론 사실에 의거하여.


종이는 폭군이자 압제자이지만, 또한 구세주이자 증인이기도 하다. 이게 종이의 가장 큰 역설일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한번에 다 읽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쉬운문체라고는 해도 다루는 내용이 방대한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추가적으로 메모하거나 살펴보고싶은 2차 자료가 등장하기 때문인데 이 책은 기존의 그런 통념을 깨트린 책이되었다. 그냥 다 읽게 된다. 메모하던것을 멈출지언정 책읽기를 멈추진 않게 한다. 이런저런 지식을 쌓게된 것(벌써 기억안나는 것이 대부분일지언정)은 기쁘지만 참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왔구나 싶은 한탄스러움과 종이책의 미래는 어떠할까요? 하는 어리숙한 질문은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생겨 기쁜 마음도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스마트폰이 새로운 습관을 만든 것은 분명하지만 종이는 늘 우리주변에 머물러 있음도 깨닫게 된 셈이다.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더라도 종이란 존재가 아에 사라지는 날이 오진 않을 것 같다.


따라서 40명이 1만 5000자루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복원하는 데에는....대략 375년이 걸린다. 끝이 없는 작업이다.

우리 개인은 물론, 시민이건 이민자이건 난민이건 이주 노동자건 여행자건 관광객이건 그만한 시간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종이로 조그만 기억의 전당을 세우는 데에 골몰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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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나의 사랑 - 미치도록 깊이 진심으로
아이리 지음, 이지수 옮김 / 프롬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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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었던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있던 연애수기 모음집이 있었다. 수기별로 작품 하나의 타이틀이 전체 타이틀을 대신했던 시리즈물로 꽤 여러권 출간되었는데 다 읽지는 못했지만 참 별별 연애가 다 있구나, 그것도 성인이 안된 어린나이에 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이야 유치원생들도 소위 '이성친구'라는 관계를 형성하지만 30여년전만 해도 청소년기에 이성친구를 공개적으로 사귄다는 것은 문제학생 이거나 상대방이 그렇게 불리는 경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은 컸고, 소설이 아닌 한건너 건너 친구들의 연애사를 간접적으로 알수 있는 그 책의 인기는 꽤 오랜시간 이어졌었다. 몇년 지나지 않아 자극적인 이야기들로만 채워지고 수기가 아닌 '소설'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관심도 함께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분명 호기심과 함께 사랑을 할 때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하고 혹 헤어지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조금의 방법은 알게해준 책인건 분명하다.

 

책 이것은 누구나의 사랑은 픽션이다. 다양한 연애사를 통해 이별극복법, 나쁜남자 혹은 나쁜여자에게 빠지지 않는 방법 등 이전에 만났던 그 수기책처럼 편안하게 사랑을 할 때, 연애를 할 때 갖게되는 문제와 해결방법을 조심스레 일뤄준다. 마치 사연처럼 느껴질 만큼 현실감 있는 이야기인 덕분에 분명 언젠가 해봤던 연애사인터라 술술 잘도 읽힌다.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 아닌 상황에서 벗어난 제3자의 입장에서 읽다보니 조언해주는 내용이 너무 뻔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진부하다고나 할까. 한걸음 물러나 상황을 바라보면 상대방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안하는지가 명확히 보이는 법이다. 물론 책에 실린 수많은 연애경험을 다 해보는건 어렵기 때문에 한번 쯤 읽어볼만 한 책이란 사실과 그야말로 '이것은 누구나의 사랑'이라고 명명할 수 밖에 없다.

 

익숙해지면 요령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여러 번 연애해 보고, 여러 번 상처를 받아 본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애 잘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또 나쁜 남자를 많이 만나 본 여자는 자신이 상처 받지 않는 법을 배운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답정너 스타일들의 여성들이라면 한번이 아니라 아에 모셔두고 그때 그때 처방받아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들기까지 하다. 상대방의 변명들을 스스로가 만들어내며 점점 스스로를 불행한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답정녀 만큼 연애가 힘든 타입이 또 있다.  '철벽녀', '철벽남'들이 꼭 읽어봐야 할 그리고 '썸'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경우라면 나역시도 진짜 날씨를 궁금해 하는건지 아님 할말이 없어서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는건가 갸우뚱 거릴 뿐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릴 순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 '날씨는 어때?'등의 의미 없는 말을 대신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잘 지내니?', '행복하니?', '너도 나를 좋아하니?', '내가 고백하면 너도 내 마음을 받아 주겠니?' 등 그 사람이 당신에게 묻고 싶은 진짜 질문들이 숨어 있답니다."

 

사랑은 늘 서투르고 많이 해본다고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의 마음이 반드시 이 책에 등장하는 혹은 나와 내가 겪었던 그 누군가들과 일치하지 않기에 100%성공 하는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치만 이런 책을 읽다보면 반드시가 아니라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쓰렸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편 한편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건 한가지, 나 혼자 잘해서가 아니라 서로 좋아하기만 해서도 안된다는 사실, 사랑은 그야말로 솔직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 같다.

 

그래,

겁쟁이는 자신의 사랑을 드러낼 능력이 없지.

사랑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까.


전 사랑이 어렵지도 않고 오해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을 자신도 있지만 정작 연애할 사람도 기회도 없다 하는 분들은 여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애사를 바탕으로 간접연애라고 꿈꿔보시길, 분명 어디서 본듯한 들었던 것 같은 그 연애, 누군가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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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그릇 - 편한 쓰임새와 아름다운 형태의 그릇 300점 그리고 31명의 목공예가 이야기
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송혜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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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그릇.

 

타이틀 참 심플한데 더 좋은 타이틀도 없다. 가장 좋은 디자인이란 더이상 더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란 게 맞는말이다. 재료만 나무일 뿐 방법도 참 다양하다. 흔히 생각하는 물레로 둘레를 돌려가며 속을 파내는 방법 부터 물레가 아닌 조각칼로 만들 때 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방법 그리고 한가지 색이 아닌 다른색의 나무를 잘라서 합판을 만들고 그 합판을 다시 깎아서 만든 그릇 등 책을 보기 전엔 그저 색을 덧칠하는 차이겠거니 했다가 미안할 만큼 화려하고 정교한 그릇이라 놀랐다.

 

 

 

 

 

"무엇가를 마음껏 깎아보고 싶었어요."

-음식을 담으면 표정이 확 달라지는 타원형 대접시 작가 사카이 아츠시.


"마디가 있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가구에는 쓰지 않는 묵재를 가져다 소품을 만들어요."

-나무의 질감과 색채를 즐길 수 있는 다리 그릇 작가 이와사키 히사코.

 

 나무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의 대다수의 이력은 디자인 혹은 예술전공인 분들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그릇을 만들게 된 사람들도 있다. 버려진 나무를 활용할 방법으로 만들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고 아내가 탁자나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토막을 모아 만든 사람들도 있다. 아에 사용하지 못하는 재료나 갈라지고 벌레 먹은 나무를 가지고 화병을 만드는 작가까지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듯 만드는 이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릇을 만들 때의 마음가짐은 모두 같았다. 내가 쓰고 싶고 그릇의 용도에 맞게 사용이 쉬워야 한다는 것, 그야말로 심플 그자체다.

 

 

 

 

 

 

신기한게 분명 나무그릇인데 흙으로 빚은 듯 투박하면서도 진한 흙내음이 풍기는 그릇이 있다. 손을 가져다 대면 금속의 차가운 성질이 느껴질 것처럼 쨍한 그릇도 있고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자기처럼 곱고 윤이 나는 그릇도 있다. 하지만 세가지 모두 재료는 나무다. 나무로 만든 그릇이다. 작가마다 음식을 담고 거의 대부분 식사하는 모습까지 책에 실려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늘 먹는 모습 그대로 소박하게 자신의 그릇에 밥을 담아 먹었다. 물에 약해서 뒤틀리면 어쩌지, 세월이 지나 나무결이 파여 상처를 내면 어쩌나 싶었던 걱정도 작가 한사람 한사람의 식탁을 보고 있자니 조심하면 되겠지 싶다가 이내 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사용하기 편해야 하고 실용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거듭 강조해주니 어느 순간 일본가서 이 그릇을 사와야겠다, 국내에도 있을텐데 책을 다 읽고나면 찾아봐야겠다 하는 소비계획만 늘어났다.

 

'오케토의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에 쓰는 식기들도 모두 오케크라프트의 목제품들이다. 사토 씨의 자녀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계쏙 집에서도 나무그릇을 써왔다.'

 

작가별로 챕터가 나뉘고 한부가 끝날 때마다 본문에서 소개되었던 방식이나 추가적으로 만들기 쉬운 제작방식을 토대로 DIY페이지도 수록되어있는데 글로만 봐서는 솔직히 갑자기 변한 것도 같고 책만봐서는 따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간단하게는 조각칼 하나 들고서 나무토막 하나 주워가지고 와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주의사항, 나무를 파낼 때 중간중간 어느 한 면만 깊게 파내지 않도록 수평을 맞춰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확실하게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정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이곳을 더 팠다고 다시 디자인을 바꾸거나 하면 뭐랄까, 조각품은 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담는 '그릇'은 포기해야되지 않을까싶다.

 

'V자형 개미지옥이 되지 않도록 주의!'

"나뭇조각을 도려내어 만들 때는 너무 파버리면 끝장이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작가들의 작품이라 쉽게 구매하기도 수업을 청강할 기회도 희박하지만 나무로 만든 그릇이 이렇게나 다양하구나, 참 늦은 나이에도 그저 나무그릇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 가장 놀라운건 대부분 4~5년정도 근무한 뒤 자신만의 공방을 차린다는 점이다. 직업 특성도 있겠지만 도전도 어렵고 공방으로 먹고사는게 녹록치 않은 환경에 사는 우리에게는 부럽고도 개선되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여러가지 탐나는 그릇이 많았지만 그래도 꼭 하나 갖고 싶은 그릇을 고른다면 쓰유키 키요타카씨의 , 흰밥만 담아도 입안이 황홀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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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존재감은 어디서 오는가 - 실력을 성공으로 바꾸는 최고의 비결
실비아 앤 휴렛 지음, 황선영 옮김 / 진성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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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존재감은 어디서 오는가.

보통 리더라고 하면 그룹 CEO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30대 중후반즘 팀내에서 겨우 오를 수 있는 제법 권위있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첼리스트에게도 리더의 존재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 실비아 앤 휴렛의 강조는 틀리지 않다. 물론 현재 난 그룹내의 리더가 아니다. 하지만 리더였던 적은 물론 있었다. 추억해보자면 맨 처음 리더로 선출될 때 그리고 중반까지는 스스로 만족했고 제법 인정까지 받는 리더였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신뢰를 잃어버렸고 마지막에는 오히려 리더가 아니었다면 더 좋은 관계로 남았을것 같은 아쉬움만 커졌다. 대내외적으로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진실하지 않았던 경우도 없었는데 그랬다. 내게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론적으로 무엇이 원인이었든 난 존재감이 없는 리더였던 것이다.

 

리더의 존재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존재감이라고 명명해서 그렇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상을 주다'라는 표현이다. 리더의 존재감은 실적에 관한 것이 아니다.

 

대중적으로 알 수 있는 존재감 있는 리더는 책에 등장하는 오바마대통령, 안젤리나 졸리, 넬슨 만델라 등이다. 그들은 직접 행동으로 보여줬으며 그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로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 단순히 살인미소를 갖춘것으로도 부족하고 '좋은 실적'만 올려서도 안된다. 이런 존재감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3가지다.

 

행동하는 방식(진지함), 말하는 방식(의사소통) 그리고 보이는 방식(외모)이다. 이 세가지를 설명하면서 유명인사들을 대거 등장시켰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동자 출신에서 권위있는 교수가 된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고백한다. 우선 행동하는 방식, 진지함은 뒤에 2가지보다 쉽지 않다. 화술 그리고 자기관리는 후천적인 노력, 금전적인 노력에 의해 가능하지만 진지함의 경우는 저자가 말한 것처럼 표현하기 쉽지 않은 특성을 가진다. 하지만 분명 진지함이 있는 사람은 리더로서 눈에 띈다.

 

'이런 사람은 일련의 가치와 인생의 비전에 이끌려 목적 있는 삶을 살고, 자신의 신념을 실천에 옮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이런 리더에게 끌리는 것은 리더가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초반에 리더들은 모두 의욕에 넘쳐 사람들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혹은 여러 좋은 방법을 참고하여 이끈다. 하지만 문제가 닥쳤을 때 그는 자신의 방법의 확신을 잃고 방황하면서 문제를 더 크게 확대시킨다. 언변이 좋은 사람의 경우 요리조리 잘 감출 수는 있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하지 못하는 소위말하는 결정장애라도 생기게 되면 더이상 그를 신뢰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이부분이 나역시 부족했던게 아닌가 싶다.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대화하고 발표할 기회가 잦다보니 보여지는 모습과 의사소통은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룹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이 다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목적을 그룹의 목적 위에 두었던게 문제가 되지 않았나 깨닫게 된것이다. 물론 외모나 의사소통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한데 저자의 경험담을 보자면 대학 면접시험에서 여우털을 달고 등장하는 것으로 떨어질일 없는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세가지의 영향력을 그 어느하나 부족해서도 뒤쳐져서도 안된다. 결국 어느것 하나 빠짐없이 채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리더의 존재감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위기가 왔을 때 대처하는 방법들을 담았다. 리더가 아니라면 혹은 리더이고 싶지 않은 이들이라면 굳이 이 책을 봐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상태로 그저그런 자기개발서라며 지나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더의 존재감이 아닌 '존재감'그 자체를 갖고 싶은 사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가까운 가족, 친구 그리고 직장내에서 인정을 받고 싶은 보통의 누구라면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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