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그릇 - 편한 쓰임새와 아름다운 형태의 그릇 300점 그리고 31명의 목공예가 이야기
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송혜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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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그릇.

 

타이틀 참 심플한데 더 좋은 타이틀도 없다. 가장 좋은 디자인이란 더이상 더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란 게 맞는말이다. 재료만 나무일 뿐 방법도 참 다양하다. 흔히 생각하는 물레로 둘레를 돌려가며 속을 파내는 방법 부터 물레가 아닌 조각칼로 만들 때 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방법 그리고 한가지 색이 아닌 다른색의 나무를 잘라서 합판을 만들고 그 합판을 다시 깎아서 만든 그릇 등 책을 보기 전엔 그저 색을 덧칠하는 차이겠거니 했다가 미안할 만큼 화려하고 정교한 그릇이라 놀랐다.

 

 

 

 

 

"무엇가를 마음껏 깎아보고 싶었어요."

-음식을 담으면 표정이 확 달라지는 타원형 대접시 작가 사카이 아츠시.


"마디가 있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가구에는 쓰지 않는 묵재를 가져다 소품을 만들어요."

-나무의 질감과 색채를 즐길 수 있는 다리 그릇 작가 이와사키 히사코.

 

 나무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의 대다수의 이력은 디자인 혹은 예술전공인 분들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그릇을 만들게 된 사람들도 있다. 버려진 나무를 활용할 방법으로 만들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고 아내가 탁자나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토막을 모아 만든 사람들도 있다. 아에 사용하지 못하는 재료나 갈라지고 벌레 먹은 나무를 가지고 화병을 만드는 작가까지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듯 만드는 이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릇을 만들 때의 마음가짐은 모두 같았다. 내가 쓰고 싶고 그릇의 용도에 맞게 사용이 쉬워야 한다는 것, 그야말로 심플 그자체다.

 

 

 

 

 

 

신기한게 분명 나무그릇인데 흙으로 빚은 듯 투박하면서도 진한 흙내음이 풍기는 그릇이 있다. 손을 가져다 대면 금속의 차가운 성질이 느껴질 것처럼 쨍한 그릇도 있고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자기처럼 곱고 윤이 나는 그릇도 있다. 하지만 세가지 모두 재료는 나무다. 나무로 만든 그릇이다. 작가마다 음식을 담고 거의 대부분 식사하는 모습까지 책에 실려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늘 먹는 모습 그대로 소박하게 자신의 그릇에 밥을 담아 먹었다. 물에 약해서 뒤틀리면 어쩌지, 세월이 지나 나무결이 파여 상처를 내면 어쩌나 싶었던 걱정도 작가 한사람 한사람의 식탁을 보고 있자니 조심하면 되겠지 싶다가 이내 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사용하기 편해야 하고 실용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거듭 강조해주니 어느 순간 일본가서 이 그릇을 사와야겠다, 국내에도 있을텐데 책을 다 읽고나면 찾아봐야겠다 하는 소비계획만 늘어났다.

 

'오케토의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에 쓰는 식기들도 모두 오케크라프트의 목제품들이다. 사토 씨의 자녀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계쏙 집에서도 나무그릇을 써왔다.'

 

작가별로 챕터가 나뉘고 한부가 끝날 때마다 본문에서 소개되었던 방식이나 추가적으로 만들기 쉬운 제작방식을 토대로 DIY페이지도 수록되어있는데 글로만 봐서는 솔직히 갑자기 변한 것도 같고 책만봐서는 따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간단하게는 조각칼 하나 들고서 나무토막 하나 주워가지고 와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주의사항, 나무를 파낼 때 중간중간 어느 한 면만 깊게 파내지 않도록 수평을 맞춰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확실하게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정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이곳을 더 팠다고 다시 디자인을 바꾸거나 하면 뭐랄까, 조각품은 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담는 '그릇'은 포기해야되지 않을까싶다.

 

'V자형 개미지옥이 되지 않도록 주의!'

"나뭇조각을 도려내어 만들 때는 너무 파버리면 끝장이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작가들의 작품이라 쉽게 구매하기도 수업을 청강할 기회도 희박하지만 나무로 만든 그릇이 이렇게나 다양하구나, 참 늦은 나이에도 그저 나무그릇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 가장 놀라운건 대부분 4~5년정도 근무한 뒤 자신만의 공방을 차린다는 점이다. 직업 특성도 있겠지만 도전도 어렵고 공방으로 먹고사는게 녹록치 않은 환경에 사는 우리에게는 부럽고도 개선되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여러가지 탐나는 그릇이 많았지만 그래도 꼭 하나 갖고 싶은 그릇을 고른다면 쓰유키 키요타카씨의 , 흰밥만 담아도 입안이 황홀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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