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공간 -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지는
에릭 메이젤 지음, 노지양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공간. by 에릭 메이젤

 

 

 

 

 

 

 

 

 

 

 

 

 

 


일상에 지칠 때 멋진 글귀가 가득한 에세이나 머리가 아플만큼 찡한 소설을 만나게 되면 나도 작가가 되어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혹은 아주 늦은 밤이거나 지나치게 이른 새벽, 무심코 적은 문장이 너무나 흡족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판 싶을 때 역시 글 한 번 써볼까? 하며 가장 교만한 존재가 되곤한다. 하지만 정작 글을 쓰자 맘을 먹으니 당장 해뜨고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업무와 살림까지 도무지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심지어 옆에 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이 있다거나 혼자 살지만 눈뜨면 부엌부터 화장실 입구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원룸은 상상해오던 '작가의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쉽게 포기한다. 작가를 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고 여유도 없다고. 에릭 메이젤의 작가의 공간은 위에 언급한 1차원적인 고민에서부터 진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주제선정이나 주변인들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면의 싸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총8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크게 3가지로 다시 분류해보면 물리, 정신 그리고 작품의 주제선정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물리적 공간의 경우 흔히 떠올리는 소설가의 방은 영화에서 보았던 창이 상당히 크고, 사면이 모두 책으로 둘러쌓였으며 책상은 최소 수십권의 책을 동시에 올려두어도 될 넉넉한 사이즈로 보인다. 습도와 온도가 적당하고 커피향과 종이 특유의 냄새 거기다 기호에 따라 추가되거나 가감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그런 방에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사례를 들어주는 데 지나치게 환하고 이상적인 풍경이 내다보이는 방에서 글에 집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선을 창밖으로 던져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이 느껴진다니 이해가 된다. 너른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차를 마실 때면 이런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하지만 정작 노트북 혹은 노트와 펜을 꺼내도 무의미한 낙서일 뿐이다.


'의자, 테이블, 닫힌 문, 컴퓨터 혹은 노트, 약간의 경외심, 창문을 가릴 커튼, 가볍게 흥분한 두뇌'
바로 이것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리적 공간이자 우리의 교회이며 예배이다.
-p.21

 

아주 심플한 공간이다. 다시말해 굳이 먼 곳으로 떠날 필요없이 당장 집에서도 적당히 글쓸 공간만 보장되면 물리적 공간은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다면? 실시간으로 메세지가 울리는 스마트폰이 보인다면 문제가 된다. 책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가 존중하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시간을 정해 글쓰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작가는 세심하게 카페나 외부에서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카페에서 글을 썼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데 이때 또 주의사항이 있다. 카페에 있다보면 역시나 날씨가 좋으면 외부 유혹에 흔들리기 쉽기에 작가는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세상에 글을 쓰기 위해서 꼭 가야만 하는 공간이란 없다.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아도 된다. 내가 존재하는 바로 이곳이 바로 나의 생각과 감정이 살아 있는 곳이다.
당신이 그것을 꺼낼 마음만 있다면. -p.55


다소 허무한 결론이라고 느껴질테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고자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쓸 수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결국 주변탓이 아닌 내감정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럼 감정의 문제는 또 어떻게 하면 해결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일상의 나를 버리라고 말한다. 처리해야 할 문제라던가 날씨 등등 떠오르는 잡념과는 작별하고 창조적 마음챙김을 연습해야 한다고. 창조적 마음챙김(Creative mindfulness)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상태(p.119)로 단어는 조금 다르지만 예전에 읽었던 줄리아카메론의 아티스트웨이를 떠올리게 했다. 그 책의 경우 반드시 아티스트 뿐 아니라도 내면을 들여다보고 솔직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창조적인 자아가 눈을 뜰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도 유사한 개념이었다. 좀전에 작가적인 자아로 리셋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방법의 좋은 이유는 글쓰기 위해서도 있지만 과거나 주변시선에 얽매여 있던 수동적인 자세해서 좀 더 적극적이고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는 바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 자신을 알라라는 개념에서 나는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책도 찾아보고 여행도 다니는 등 기존의 어떤 모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허무주의적인 포스트모더니즘과는 다르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어떤 가치가 없다는 부정적인 결론이 아니라 나라는 의미를 만드는 것, 작가는 컵의 인쇄된 문구였다고 말하지만 되새겨볼 수록 맘에 와닿는다. 나라는 의미를 만드는 것.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좋고, 무엇이 가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라. 아무것도, 그 누구도 당신이 어떠한 가치를 선택하는지 막을 수 없고, 당신의 고결함과 영웅주의가 발현되지 못하게 막을 수 없다. p.255


잡념도 버리고, 과거의 나를 얽매고 있던 부정적인 시선도 정리되었으며 이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도록 세팅이 끝난다면 남은 것은 무엇을 쓸 것이며 어디까지 나를 보이거나 위험을 감수 할 수 있느냐의 구체적인 부분만 남게된다. 작가는 실존지능이라는 개념을 등장시키는데 우리가 다소 철학적으로 묻게되는 모든 질문에 대해 개념화 할 수 있는 지능이라고 한다. 말이 어렵지만 단순하게 이해한대로 적어보자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된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지도 쓰지 않을지도 깨닫게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변명은 사라지고 이제 진짜 뭐든 쓰고자 하는 것을 쓰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 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고 책을 펼쳐보는 사람, 여전히 그래도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투정부리는 이들만 아니라면 모든 문제의 답과 해결방법이 들어있으니 글을 써야겠다는 확신만 선다면 일독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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