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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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땅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145

내가 히어로, 구체적으로 #어벤져스 인물 중 나타샤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수트도 필요없으며, 통제 불가능한 상태도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타샤도 방사능, 자연재해와 기후위기로 부터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비행이 가능하고 물속에서도 호흡할 수 있으며 심지어 깊은 땅 속에서 단순히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호기심과 가능성을 소설 속에서 실행에 옮긴 박사가 있다. 알리스 카메러는 인간과 동물 유전자를 배합하는 데 이게 단순히 기능을 가진 신체 부위를 가져다 붙인 것이 아닌 그야말로 신인류를 탄생시킨 것이다.


대재난이 닥쳤을 때 살아남도록 변종 신인류를 탄생시킬 계획이었던 나였지만, 모든 일이 이렇게 빨리, 이 정도까지,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어머니 자연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보고 인내심을 잃었던 게 분명해. 161쪽


텍스트로만 봐도 시각적으로 아직(?)은 정이가는 비쥬얼은 아닐 것 같지만 어쨌거나 이런 생명체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면 어떨까? 멀지 않은 미래, 인류는 핵전쟁으로 거의 초토화된 상태라면? 스포는 할 수 없지만 신인류가 누구인지는 말할 수 있다.

에어리얼(박쥐와 결합하여 비행가능)
노틱(돌고래와 결합하여 물속에서 호흡가능)
디거(두더쥐와 결합하여 땅파기 가능)

베르나르 베르베르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 각각 다르지만 하나의 작품이자 액자 소설처럼 다가오는 ‘사전’을 통해 불가능하다고 믿고 싶은 가설들의 힘을 더해주는 부분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사피엔스에 대해 열등의식을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우린 정통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죠. 우리를 창조한 건 자연이 아니라.. 어머니니까. 303쪽


무엇보다 개발된 인류가 단순히 종속하거나 조종당하는 위치에서 머물지 않고 서로 대립하거나 협력하는 흐름이 맘에 들었다. 과연 시각적 낯설음을 던지고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언제일지 벌써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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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행 : 변경의 사람들 - 경계와 차이를 넘어 사람을 보다
김구용 지음 / 행복우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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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사스가 발생했던 당시 저자는 중국에서 어학연수 중이었다. 제대로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자 2학기 등록금을 반환 받은 후 잘 알려진 지역이 아닌 중국 이곳저곳을 여행한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낯선 나라에서 더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다소 신기한 지역 이야기를 꺼내자면, 실제 평균 기온이 40도가 넘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사회 시스템이 자주 멈출 수 밖에 없어 ’평균 기온 38도‘라고 지정되어 버린 투루판 지역이 그랬고 안타까운건 티벳 주변 지역들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라는 저자의 자문에 한 번이라도 다녀온 저자가 부러움을 넘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자 일행이 버스도 다니지 않는 지역을 가려고 고생한 이야기가 아무 페이지를 넘겨도 등장한다. 그 이야기와 함께 등장하는 건 여행자와 이방인을 배려하는 훈훈함이 아니라 돈 앞에서 몇 번이고 얼굴을 바꾸는 현지인들의 모습이었다 또 여전히 중국내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홍콩사람들은 어떤가. 그렇게 우울함과 씁쓸함을 지나면 여행이 가지는 신비로움도 여지없이 찾아온다. 저자는 허리가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지만 사진만 봐도 정말 아름다운 사림호와 드롤마라 패스. 이 곳에서는 신체일부 (머리카락이나 옷가지 등)를 태우는 타르초가 실제 보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저자의 말처럼 살짝 기괴할 것도 같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변방기행을 위한 고생의 여정이 이어진다.

티벳에서 라싸로 이동하기 위해 왕할아버지의 트럭을 그것도 사흘만에 얻어 타게 된 세 사람. 말이 통하는 저자가 조수석에 처음으로 앉아가며 짤막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난 여행 중 친절한 중국인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지쳤던 이들에게 차비도 ‘공짜’.
그래, 이런 맛에 여행을 떠날 수 있는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장족 강도를 만나질 않나 공짜 인 줄 알았던 트럭이 비싼 담배와 식사대접을 받기 위한 거였다니... 모택동의 살벌한 권력으로 많은 이들이 기아로 생을 마감했던 역사를 오가며 ’강도‘가 누구인지를 묻는다.

감각의 여행이 아니라,
‘사유의 여행’이라던 홍보 문구처럼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혹은 오해했던 부분을 내려놓고 저자가 던지는 혹은 누군에게로부터 받은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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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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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레이놀즈 #sf #sf소설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떠나는 데메테르호 원정대.

데메테르호의 의사이자 소설을 쓰고 있으며 모르핀의 중독된 듯한 사일러스 코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맨 정신에 초반부를 읽었고, 중간에 통증을 잠재우기 위해 진통제를 먹은 상태로 읽었으며 이제 좀 괜찮아진 상태에서 서평을 적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이 자정을 넘겼으니 SF소설 리뷰를 쓰기에는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열병이었어. 침대에 갇혀서 침실 커튼이 펄럭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외에는, 그의 감각을 사로잡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지. 그래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마저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 150쪽

초반에 모르핀을 맞는 사일러스를 보며 최근에 보았던 한 영화 속 모르핀에 중독된 인물이 떠올랐다. 약물에 중독된 상태로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그렇게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가정해 본 건 사일러스의 소설이 사실은 픽션이 아닌 저도 모르게 미래에 다가올 일을 기록한 것일까 싶었지만 역시나 이렇게 단순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왜 사일러스를 계속 죽으면서도 여전히 ‘구조물’을 탐험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며, 코실 부인은 그의 죽음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더이상 감추지 않는걸까. 두 번째 사일러스가 죽을 때에는 이런 어설픈 추리를 하느라 흥미로웠고, 이후에는 ‘다음에는 또 어떻게 죽는거야?’라는 의문가 동시에 사일러스가 거듭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코실과는 또 어떤 인연이 감춰져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히어로물에 적격인 라모스와 사일러스가 대화하는 장면이나 그의 용맹함을 볼 때면 카리스마있는 선원 혹은 선장이 등장하는 영화와 소설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역시나 이 소설이 이 여름 밤 아픈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것은 미지의 대상을 향한 공포와 호기심의 줄다리기 였다.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
도로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오고 있다.
도로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라, 아직 그럴 수 있을 (174쪽)

‘그 것.’ 이 단어만으로도 이미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끌고 들어가려고 한다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통증에 지쳐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순간에는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냐고. 스포를 적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적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더 해볼 수 있다. 결말을 아는 것과 별개로 코실이 사일러스에게 ‘해야 할 일을 직시’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한 죽음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불교의 윤회사상이 떠오르기도 했고, 아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시련이나 고통이 반복될 때는 그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문제는 당신이 그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는 당신에게 셀 수 없을 만큼 진실을 보여줬지만, 결국 우리는 항상 이곳으로 돌아오고 말아요.” 238쪽

사일러스가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스포라서 말할 수 없지만 결말을 알고 다시 초반 몇몇 부분을 읽어보니 앞서 했던 말들이 전혀 다른 짐작은 아닌 것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직 출간 된 지 한 계절도 지나지 않은 작품이라 다소 애매하게 서평을 적긴 했지만 최소 사계절이 지난 후에는 다시 적고 싶어졌다. 사일러스가 해야 했던 일들로 인해 코실이나 다른 선원들이 어떻게 존재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나 사일러스가 아닌 다른 인물의 시선에서 다시 해석해보고 싶다. 여러 작품을 떠올리지만 그 어떤 작품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prun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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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 몸으로 익히고 삶으로 깨닫는 앎의 철학
요로 다케시 지음, 최화연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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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오래 전 광고이지만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한 햄버거 광고 속 노인이 물어본다. 게 맛을 아느냐고.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자기의 기준이나 사회가 생각하는 공통된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를 아느냐를 묻는 것과 같다. 그렇다보니 게 맛을 안다는 것이 노인의 물음처럼 그 기준을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이 책은 ‘게 맛’ 을 포함한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아는 것’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300페이지도 안되는 책을 거의 매일같이 질문에 답하고 쓰면서 읽었다. 그리고 이 서평은 책을 읽고 최소한 이정도는 알게 되었다고 답하는 장(場)이기도 하다.

사람이 달라졌다는 건 과거의 자신은 죽고 새로운 자신이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반복하는 것이 배움입니다. 40쪽

책을 읽는 동안 위의 문장을 참 여러번 필사했다. 성인이 자신을 죽이고 신에게 자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비자조적이며 의존적(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나)이라기 보다는 이전의 나를 버리지 않고 새로운 나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이다. 그러니 수행자들에게도, 실험과 반복을 거치는 수학자들에게도 위의 문구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과거의 나를 버리는 것 뿐 아니라 ‘내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저자는 정보와 사람을 두고 고정된 것과 변화는 것으로 보았다. 우리의 이름이라는 정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보여지는 그 ‘정보’를 위해 고정된 상태이지 않은 나를 끼워맞추고 있으니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자연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인상 깊었다.

왜 자연을 없는 셈 칠까요? 빈터의 나무에는 사회적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는 매매 가능한 것만 ‘있다’고 인식합니다. 43쪽
요즘은 소설도 ‘사람을 대하는 세계’가 중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
옛 소설은 그렇지 않았죠. 꽃, 새, 나무, 달이 있었습니다. 자연의 풍경은 인간의 외부에서 인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넓어집니다. 141-142쪽
자연과 어울려 지내기 위해서는 성실한 노력에 더해 예측 불가능한 것을 참아내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면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 노력, 끈기, 인내를 싫어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주변에 자연이 없으니 자연과 어울리는 데 필요한 성격을 딱히 요구받지 않습니다. 198-199쪽

자연을 떠올렸을 때 처음에는 귀농하는 사람들이 떠올랐고, 이후에 ‘돌봄’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에는 사람도 자연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정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공개된 이후 최근까지도 화제가 되는 드라마 <미지의 서울> 속 성격 빼고는 외형이 완벽하게 같은 쌍둥이 자매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미래와 고향에서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지만 딱히 직업은 없는 미지가 자리를 잠시 자리를 바꾸어 살아가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심에 살던 미래도 끈기와 노력 그리고 인내가 있었지만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것에는 미숙했다. 미숙한 것은 미래 뿐 아니라 미지도 마찬가지이며 그 드라마를 보는 나와 같은 사람들도 당연히 어느 부분 ‘미숙’하다. 그들이 사람과 자연에게 부대껴가며 ‘알아가고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변화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던게 아닐까. 머리로는 알면서 잘 안되었던 것, 내 아이에게 개성을 바라면서도 결국 공통된 무언가는 충족시켜야 한다는 은근하게 던졌던 폭력적인 기대 등이 그러했다. 우리가 약속한 언어와 언어밖의 세상을 알려주고, 자연에서만 기를 수 있는 신체성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많은 과정들의 마중물이 되었다.

#우리는무엇을안다고말할수있는가 #요로다케시 #감각클럽 #제노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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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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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엄마. 꿈에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죽었어.
엄마. 왜 아무 말이 없어.
엄마. 나 너무 무서운 꿈을 꿨다니까.

단 한 사람.
제목이 왜 단 한 사람일까. 생각해봤다. 단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일까. 제목을 보자마자 그냥 샀던 책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첫 페이지 조차 읽지를 못하고 시간이 흘러만 갔다. 그리고 지난 밤과 새벽 사이, 단 한 사람을 구하기위해 수없이 많은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그녀들의 이야기, 단 한 사람을 읽었다.

•금화가 보기에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확실히 다른 면이 있었다. 자식들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사소한 일로 화를 내거나 기뻐하지 않고, 책을 많이 읽고, 자기만의 고민에 잠겨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금화는 그런 엄마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하다는 건 어쨌거나 극단적으로 선택하자면 긍정어에 속했다. 유별난게 아니라 특별하다는 건 누군가에게 소중하단 의미가 되기도 했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했다. 금화에게 엄마 미수가 그랬다. 엄마인 내가 그런 미수를 보았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아이들을 기르는 동안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사소한 거에 화를 내거나 기뻐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어 처음에는 특별하게 보다가 결국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여러가지 사연을 만들고 무너뜨렸을 것이다.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치르는 희생따윈 전혀 짐작도 못하고서.

•언제나 어디에서나 어른들은 “너무 멀리 가지마”라고 했다. 그럴수록 금화는 더 멀리 가고 싶었다. 아주 멀리까지 가서 사람들이 마침내 자기를 그리워하게끔, 자기를 먼저 찾게끔 만들고 싶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이 부분만큼 나를 섬뜩하게 한 부분은 없었다. 겁이 많은 내가 아이에게 늘 그랬었다. 멀리가지 말라고. 엄마 시야에서 사라지지 말라고. 아이는 요즘 거실에 앉아 놀면서도 무섭다고 말했다. 엄마가 보이지 않아 혼자 있는 것 같다고. 혼자라서 너무 무섭다고. 그런 찰나에 저 문장을 읽고보니 모든 것이 내 탓인것 같았다. 나는 엄마니까. 목화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신에게 구걸할 일이 늘어난다는 것’이니까.

•목수야. 다 보고 있었어. 여기 모든 존재가. 그런데 아무도 돕지 않았어.

인간들이 어느 날 다 큰 나무를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었다. 아니 나무들이 베어지는 사이사이 인간들이 죽었다. 아무도 돕지 않은 건 나무일까. 아니면 여전한 사람들의 무관심일까. 그 안에 나는 해당되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중개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알아?
목수는 짐작하여 대답했다.
글쎄, 살려달라는 말?
목화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때때로 그 말을 듣지 못해 마지막 순간에 더 크게 후회할까 불필요한 걱정을 하곤 했다. 사랑한다는 말.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정말 상대가 모를 수 있었을까. 미수가 언젠가 자신의 사랑을 깨닫게 될 거라고 믿었던 임천자처럼 우린 다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그들도 내가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디선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먹먹해진다. 그들이 구한 단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구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안에 속하지 않은 나 때문에, 나의 하루가 자꾸 되감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먹먹했다. 마음은 더 잘 해내고 싶은데 일순간 내가 왜? 혹은 나만 왜? 라는 질문이 갑자기 차오른다. 그렇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을 읽은 나와 그 이전의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제가 될 것 만 같다. 이 먹먹함을 목화처럼 부담으로 생각하지 말아야지. 이 먹먹함을 짐으로 여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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