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컴 투 라이프 - Melt의 ‘만 원으로 꽃다발 만들기’ 프로젝트
김신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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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거금이 아닌 단 돈 만원으로 집안 분위기를 살리고 기분도 업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맛있는 요리를 해먹는 것도 방법일테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는 것도 다 좋지만 둘 모두 기분은 좋아지지만 '집'까지 화사하게 만들 수는 없다. 기분과 집안 모두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은 다름아닌 꽃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꽃은 비싸다. 왠만하게 꾸미려면 최소 2~3만원 부터 시작하는 꽃을 어떻게 매주 만원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꽃시장에 가서 직접 사오면 된다. 손질도 크게 어렵지 않다. 줄기를 잘 정리해주기만 해도 잎이 상해서 곰팡이가 생기는 등의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 아냐고? [플라워 컴 투 라이프]를 통해 배운 것이다. 그동안 전문 플로리스트들의 다소 난해하고 재료비가 걱정되어 차마 시도하지 못했던 꽃을 우리는 저자 김신정을 통해 만 원으로 다 해볼 수 있다. 준비도구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꽃들을 모아줄 수 있는 와이어, 리본과 함께 줄기와 잎을 정리할 때 사용할 가위등이 해당된다. 오아시스와 유리병 등을 활용하면 훨씬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저자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은 전문적인 것이 아니라 색상과 꽃말등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기분전환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간단하고 실용적인 꽃, 생활에 아주 밀첩한 꽃 이야기였다.


 

 


 

하이베르콘은 처음 봤는데 도토리처럼 생긴듯도 싶고 아직 피지 않은 열매 혹은 꽃봉오리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이 수국, 리시안셔스를 잡은 꽃다발에 넣어주니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수국만 잡아줘도 예쁘지만 하이베르콘처럼 양념역할을 해주는 식물을 활용하면 훨씬 더 예쁘고 멋져보이는 것 같다. 장미는 좋지만 가시손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장미못지 않은 아름다움은 물론 가시가 없이 손질이 편한 '리시안셔스'를 추천하고 싶다. 저자도 리시안셔스를 참 좋다고 말하는데 물갈이만 신경써주면 오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꽃과 매치해도 참 잘 어울리는 색과 모양과 향이 그야말로 매력적이라고 했다. 사실 리시안셔스는 이름만 모를 뿐 요즘 부쩍 자주보이는 꽃이라 사진을 보면 금새 알아볼 수 있다. 게다가 꽃말이 예술이다. '변치 않는 사랑'이란 의미 덕분에 결혼 부케로도 인기라며 20주차에는 리시안셔스와 맨드라미, 유칼립투스를 섞어서 만든 웨딩 부케가 등장한다. 유칼립투스의 경우 가지를 손질할 때 진액이 나오기 때문에 장갑을 사용하면 편하다고 초반에 별도로 설명도 해준다. 이렇게 해도 사실 꽃을 전혀 다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어렵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안개꽃은 누구나 아는 꽃인데다 별도의 손질없이 그냥 풍성하게 감싸쥐기만 해도 아름답기 때문에 30주차에는 안개꽃만을 담은 꽃다발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꽃다발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치 눈꽃송이를 연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꽃을 원없이 볼 수 있어 좋기도 하고 52주동안 매주 다른 꽃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기니 여러모로 좋았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꽃과 관련된 여행이야기 편이 정말 맘에 들었는데 마치 잡지 화보의 한 페이지와 같은 사진과 글을 꼭 놓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국내외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꽃과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오래오래 소장해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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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하는 작별 -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양철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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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식을 낳아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눈으로 하는 작별]의 저자 룽잉타이는 유사한 주제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담백한 필체로 나이든 노모의 병세와 자신이 부모에게 그랬듯 자신에게 서운하게 대하는 자녀들의 이야기, 세상사 돌아가는 이야기등을 담아냈다. 초반에는 어머니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좀 전까지 봤으면서도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가 답답하고 야속할 만도 한데 같은 대화를 서너 번 반복할 뿐 원망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나도 그렇다. 여러차례 등장하는 같은 대화의 무수한 반복이 답답한 것이 아니라 안타까움이 깊어지고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더 간절하게 떠오를 뿐이다. 노모의 이야기와 교차되듯 등장하는 아이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부모에게 퉁명스럽게 대하고 짜증냈던 때와 비교할 적마다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싶었다. 감기걸릴까 걱정되어 우산을 챙기라는 조언도 아이들은 싫은티를 낸다. 저자도 그리고 나도 그랬다. 비좀 맞으면 어때서, 우산을 챙겨가는 것이 더 귀찮고 번거로운데 그냥 놔두면 좀 안되나 싶은 마음. 아이가 퉁명스럽게 나올때마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부모에 대한 미안함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려는 엄마의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중간 중간 좋아하는 시인이나 책의 내용도 등장했는데 <무상경>구절에 쓰였다던 다음의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


'세상에는 세 가지 이치가 있으니, 늙고 병들고 죽는 이치이다. 너희들은 아끼지도 자랑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의미를 두지도 말라.' 55쪽


세상 어느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세 가지 이치,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사실을 잘알면서도 어째서인지 젊은 날에는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부모가 나이들어가면서도 모른다. 그야말로 이곳에서 한 발자국 떼어 저 세상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져야 우리의 부모님도 그 이치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직접 쓴 글 중에 가장 와닿았던 내용은 소제목 '행복'이었다. '매 순간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동안 행복이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마음을 비우면 된다고 개인적인 문제에서만 생각해왔던 이기적인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니. 내전, 전쟁, 난민 등과 관련된 기사를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그야말로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것이 앞서 세 가지 이치를 전혀 깨닫지 못한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특히 다음의 문장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페이지를 쉽사리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행복이란 아침에 손을 흔들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나간 아이가, 저녁이 되면 아무 일 없이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와 책가방을 방한구석에 던져넣고 냄새나는 운동화를 의자 밑에 쑤셔박는 것이다. 120쪽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소개글과 표지에 적힌 문구만 보면서 저자가 말하는 이별이 가족과의 이별,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소하고 큰 마음의 이별 등 개인적인 내용만 다룬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자국에서 '가장 능력있고 따뜻한 장관'으로 평가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초반에는 담백한 필체구나 싶었는데 그 어떤 것도 개인에서 머물지 않는 포용력과 배려가 묻어나 정말 따뜻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름에 따뜻한 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지 모르지만 아무리 날이 더워도 마음이 시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 시린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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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님 2016-06-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좋은책.
 
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
후루야 신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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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박사이자 피아니스트인 저자 후루야 신이치의 [피아니스트의 뇌]는 타이틀만 보면 '뇌'라는 단어 때문에 너무 어려운 책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악기 하나 쯤 연주할 줄 알면 좋겠다는 바람을 부추기는 '피아니스트'라는 단어 때문에 이 책을 펼쳐보게 된다. 사실 피아니스트의 뇌 보다 그들의 손이 더 궁금하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사람도 이 책을 읽어보면 될 것 같다. 뇌가 손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과 둘 사이의 관계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초절기교'를 선보이는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영상을 보면 지금 저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음표', 악보밖에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혹은 만화등을 보면 연주를 하면서도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기도 하고, 연주가 끝나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등 다양한 생각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장면등이 나온다. 허구니까 그런건가, 아니면 그들이 천재라서 가능했던 걸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고 알았다. 초절기교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의 뇌는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는 다른 이들의 뇌움직임과 달랐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거나 행동할 때 뇌에서는 운동을 관여하는 부분이 빠른 속도로 활동한다. 반면 피아노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들의 뇌는 똑같은 행동을 할 때 뇌가 차지 하는 활동량이 일반인과 다르다. 저자는 이를 '절약하는 피아니스트'라고 말한다. 덕분에 연주를 하면서도 다른 생각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나를 포함해 어린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어떤 음악이나 혼자 콧노래로 흥얼거릴 때 손가락이 마치 건반위를 유영하듯 함께 움직인다. 이런 현상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척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악보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피아노를 오랜기간 연습하면 할 수록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연습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양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악보를 머릿속에 넣어둘 수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명 피아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오랜기간 연습을 하면 뇌를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을 몰라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저자처럼 연습을 무리하게 해서 더이상 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부상없이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의 3대 질병이라면 건초염, 수근광증후군과 앞서 두 질병과는 달리 통증이 없는 포컬 디스토니아이다. 건초염과 수근광증후군의 경우는 피아니스트 뿐 아니라 도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골프, 의사 등도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도구를 이용한 운동을 권하지 않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중요하게 설명하는 질병은 '포컬 디스토니아'로 이 질병은 안타깝게도 치료방법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고 치료기간도 연습을 한 기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오랜기간 연주를 했던 사람이라면 심지어 수술까지 받아야 하고 설사 수술을 받더라도 그다지 큰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예방이 가능하다면 치료가 어렵더라도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다. 우선 연주를 오랜기간 한 사람들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가 그리는 지도자체가 조금 달라지는 데 이런 이유로 피아니스트와 뇌의 연관성을 연구해야 하기기도 한다. 우선 포컬 디스토니아의 증세는 통증이라기 보다는 연주를 하려고 할 때 특정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등 스트레스로 인한 원인을 포함, 원인이 정말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이 더더욱 중요한데 우선 올바른 몸 사용법과 불필요한 근육 긴장이 일어나는 구조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근육의 지구력'이 필수라고 말한다. 서문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뇌의 활동이 손의 근육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연주중에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연습중에는 뇌가 오롯이 피아노 연주에만 집중, 다른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더불어 근육의 손실을 최소한 줄일 수 있는 자세를 연구해야 하는 것도 방법인데 잘못된 자세로 인해 근육이 수축된 상태로 장기간 연습하게 되면 다른 근육까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가 가능한 최소한의 힘으로 근육의 긴장과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관건이다.

리뷰에는 뇌의 구조를 설명할 때 필요한 전문 용어등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이 책은 쉽게 읽을 수는 있어도 내용자체가 그리 단순하거나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피아노와 뇌가 어떤 관련이 있고, '무리한'연습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우리의 뇌가 어떤 활동을 하고 좋은 선율을 들려주는 것외에 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찾아가는 여정이 기대이상으로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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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미래 - 디지털 시대 너머 그들이 꿈꾸는 세계
토마스 슐츠 지음, 이덕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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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실리콘 밸리 지사 편집장 토마스 슐츠의 저서[구글의 미래]의 부제는 '디지털 시대 너머 그들이 꿈꾸는 세계'다. 한 기업에 종사자들이 꿈꾸는 세계를 우리가 알아야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기업에 속한 그들은 그저 개인의 부와 안정된 노후 정도가 아닐까 싶겠지만 구글은 일반 대기업과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개인의 부를 떠나서 '세상을 바꿔 보고 싶다는 야망'이 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속된말로 공부를 잘해서 S기업과 같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구글입사는 신이 내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정도로 입사가 까다로운 구글의 직원들은 점차 젊고 유능할 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채용담당자는 그들 사이에서 돈만 벌려고 오는 사람들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상을 좀더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이들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좀 더 쉬운 예를 들자면 구글 생명공학 관련 부서의 목표는 '치료'가 아닌 '예방'이다. 사람들은 몸이 아픈 징후가 보인 후에야 혹은 아예 일상 생활이 불가능 할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다. 효과적인 치료로 회복되는 것도 물론 인류사에 큰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는 처음부터 예방하는 기술이 발명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SF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로 혈액 샘플을 통해서 신체 어느 부분이 약화되고 어떻게 치료하면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전부 보관, 관리된다면 그리 어려운 얘기도 아니다. 바로 여기서 구글이 짊어지고 있는 가장 큰 부담감 '개인정보보호'문제와 만나게 된다. 단 한번도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이윤이 추락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구글의 발목을 붙잡는 유일한 키워드가 '개인정보보호'다. 구글에 접속한 누군가는 접속한 그 순간부터 열람한 페이지, 시청한 유튜브 채널, 이용한 정보서비스 등 모든 것을 저장한다. 물론 개인이 직접 설정해서 저장을 방지할 수 있긴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자신의 모든 기록을 한 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은 이런 정보를 '광고사업'에서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구글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궁금해 하는 것, 우리 정보를 모두 저장할 욕심을 가진 이 기업이 어떻게 미래를 주도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과연 그것이 철학적인 개념에서 보았을 때 '안전하냐'는 것이다.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중 하나인 로봇 프로젝트의 경우는 그 어떤 사업보다 가장 철저하게 보안유지를 하고 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 사업이 정말 인류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긍정적인 기술'인지, 아니면 영화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파괴', '정보기술자 특권층에 의한 독재', '개인의 자유상실'과 같은 엄청나게 위험한 기술인지 정확하게 알 수 뿐더러 지금껏 구글의 대처방식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후자의 평이 압도적일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기술들은 지나치게 매력적이다. 무인자동차의 경우 이 기술이 대중화 된다면 앞으로는 더이상 자동차가 '소유'의 개념이 아니게 된다. 내가 원하는 때와 장소에 나타나 나를 싣고 가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집의 일부를 할애하고 비용을 들여 보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우리가 검색하고 이용하는 검색 서비스 역시 광고에 이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반대로 건강검진처럼 우리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좀 더 신속하고 명확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도 하다.

세상을 더 나은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 구글. 수백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지면 거기에서 실현가능성을 논하며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현하지 못할 이유를 찾는다는 색다른 그곳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는 솔직히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상상만 해왔던 모든 일들과 발상을 실제 엄청난 자본과 시간, 노력을 투자해서 실현해 내는 기업을 보고 부정적으로 보기에는 다수 무리가 있었다. 더군다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 지, 누구에게서 보호해야 할 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이용'할 준비만 하면 될 것이다. 직접 세상을 바꾸고 싶은 이들은 '참여'하면 될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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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무령왕릉 - 권력은 왜 고고학 발굴에 열광했나
김태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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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문화재 관련 학술기자로 활동한 저자 김태식의 [직설 무령왕릉]의 부제는 '권력은 왜 고고학 발굴에 열광했나'다. 바로 해답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전부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비단 이 책뿐만이 아니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대부분 작가의 말과 뒷부분에 몰려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48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전부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문화재 발굴과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고 있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선 책의 첫 시작은 고고학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던 1920년대에 총독부의 지시로 유물을 발굴하는 상황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의 고유 문화를 약탈하던 그들이 어째서 유물을 도굴이 아니라 '발굴'하려 했는지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제대로 안다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큰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 총독부가 처음 관심을 가졌던 곳은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가 아니었다. 개성과 평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발굴 작업이 진행되었고 참여자들은 모두 일본 도쿄대 출신의 능력있는 학자들이었다.

​송산리 6호분 유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62쪽


'가루베'라는 와세다 대학 출신의 학자는 주 전공이 고고학 혹은 역사학이 아니었던 등의 이유로 해당 작업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그때 가루베가 교편을 잡게 된 곳이 공주였고 그 덕분에 우리는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를 모두 가지게 된 송산리 고분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가루베는 총독부도 인정했을 정도의 '도굴'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를 비롯 여러 도굴꾼이 공주를 파헤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유물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루베에 의해 공주의 고분들이 발견된 후 총독부가 드디어 송산리 고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때마침 가루베의 도굴 행적이 드러나면서 '무령왕릉'이 하마터면 발견될 수 있었던 상황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가루베의 저서를 보면 송산리 고분들 중 6호를 통해 가까운 지점에 '무령왕'혹은 그정도 위치의 권력을 가진 이의 고분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기 때문에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정말 간담이 서늘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무령왕릉이 가루베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면 지금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대부분의 유물을 일본 혹은 아예 만나지 못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령왕릉은 봉분의 원형을 알 수가 없다. 1971년 발견 당시에 봉분이 거의 허물어져버려 원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화재관리 당국은 원형을 복원한다며 우람한 봉분을 얹었다. 177쪽

무령왕릉이 다행스럽게 가루베의 손을 피할 순 있었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내내 가슴아파했던 '졸속발굴', 도굴꾼들도 이렇게는 하지 않았을정도라고 안타까워 하는 상황은 피하질 못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남한내에 제대로 된 고고학자가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북한과 비교해서도 그 실력과 관심이 뒤쳐져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었던 남한에서 유일하게 관련 연구를 했던 김정기도 일본출장 일정과 겹쳐 1차 발굴 현장에 함께 하지 못했다. 무령왕릉 발굴과 관련 김원룡은 '감자밭에서 감자를 캐듯'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안타까워 했다.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 속에 졸속으로 마무리된 발굴 작업을 외부에서는 크게 비판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아 할 정도다. 무령왕릉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저자는 크게 6가지로 이야기 한다. 첫째는 삼국시대 고분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장된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령왕의 사망 연대를 통해 [삼국사기]의 정확성을 입증할 수 있었고 삼국사기 뿐 아니라 [일본서기]에 기술된 내용과의 일치성을 통해 이 문서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당시 백제가 어느 나라와 교류했는지도 알 수 있는데 책의 다른 장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긴 하나 우선 관재가 일본에서만 나는 '금송'임을 밝혀냄으로써 어떤 의미로 관재에 일본목재가 쓰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연구과제를 남겼으며 묘의 겉모습이 벽돌무덤이라는 '중국'문화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묘 내부의 구조와 시신이 안치된 방향등을 미루어 백제인들의 내세관과 중국 및 일본의 내세관과 거의 일치하다는 사실도 밝혀낼 수 있었다.


이런 유물을 통해 관람객은 무의식적으로 위대한 왕이 구가했을 왕국을 떠올리게 되고, 나아가 현세의 독재자 출현에 대한 갈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454쪽-


무령왕릉과 관련된 내용은 엄청나게 방대하지만 다시 처음 서두에 적은 것처럼 이런 내용들이 어째서 권력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마무리 해야 할 것같다. 우리가 역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배우려는 것과 권력자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히 독재자들의 정세가 높았을 때 일수록 문화는 더더욱 화려해지고 역사에 대한 의미부여가 강력해질 수 밖에 없다. 무령왕릉 이후 천마총을 발굴하는 작업에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을 그저 역사에 관심을 갖고 문화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정도로 해석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그때의 영광을 다시금 자신의 손으로 이뤄보려는 자가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것 또한 역사를 통해 우리는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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