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2025 우수환경도서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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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를 반영한다. 8쪽

쓰레기는 한 도시의 지형, 위생 그리고 하층민의 소비 역사를 보여주었다. 책 표지에는 물에 빠져있는 비닐, 플라스틱 등 자연분해가 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거나 불가능할 것 같은 쓰레기와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섞여 있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에서 보았던 영화 <센강 아래> 속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던 바다 한 가운데 쓰레기 더미에서 피를 토하며 울부짖는 소피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쓰레기 처리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이며, 단순히 쓰레기 양을 줄이거나 재활용을 촉구하는 수준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수와 배설물, 고형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게 된 것은 기술과 인프라- 특히 하수도 시스템-가 발전한 19세기 이후였다. (44쪽). 19세기라고 하면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지지 않겠지만 기원전 2세기 경에도 이미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산업화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어 인구밀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냄새나는 쓰레기 처리장과 가축의 배설물 및 도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악취해결을 위해 외곽으로 이동시키면서 인구이동이 불가피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특정 지역이나 문화로 인한 것도 있지만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형 요소에 의해 어쩔 수 없는 부분과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쓰레기를 처리할 뿐 아니라 성격이 온순해서 집에서 길렀던 돼지, 자동차가 개발되기 이전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말 사육과 관련된 부분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었다. 게을러서, 미개해서 등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 말이다. 의외였던 점은 위생이라 관념 혹은 규범에 있어 앞서 언급한 내용들과 관련 해 생각했던 것 보다 지금과 같은 인식과 제도가 정착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흑사병이나 콜레라로 인해 위생과 관련된 부분이 본격화 되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위생, 깨끗하고 건강하기 위한 2가지 의미를 다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계급과 관련될 수 밖에 없다(120쪽 관련)는 부분은 다음의 발췌문과도 연결되어 있어 씁쓸해진다.


위생은 점차 개인의 책임이 되었다. 세균학은 18세기 사회 내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개인 위생과 도시 위생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기반이 되었다. (...)세균학은 20세기까지도 인종 차별과 우생학을 지지하는 근거로 쓰였다. 145쪽

문화나 종교보다 위생과 관련된 부분이 계급과 자본에 의해 휘둘린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활자로 직접 마주하니 여전한 현실로 인해 더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은 오래 전 자원의 활용문제라기 보다는 기후 및 환경과 관련된 부분은 물론 모든 의미의 위생과 관련되어 있는데 과학과 기술이 발전이 이만큼 발전했어도 오히려 계속적으로 쌓이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도시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악취를 해결하고, 전염병을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이제 쓰레기는 새로운 위험 욧호를 드러냈다.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쓰레기 생산과 처리 방식에 대한 담론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240쪽

쓰레기통이 생겨나고,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직업군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물론 쓰레기 무역과 관련된 부분은 이 책 후반부까지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좋은 논픽션은 늘 스릴러보다 흥미롭다. 이 책이 그렇다.“(표지)는 평은 결코 과하지 않다. 또 챕터 마다 실려있는 아포리즘의 출처를 찾아보는 재미도 놓칠 수가 없었다. 저자가 심각한 내용을 이토록 흥미로운 구성으로 조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쓰레기 문제가 ’내 자신의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본다. 한 도시 혹은 부족의 문제에서 국가 전체를 넘어 이제 ’인류세‘와 더불어 ’쓰레기세‘라고 할 정도다. ’내 문제‘라는 인식이 정말 중요하며, 그런 자각이 흥미롭게 읽힐수록 깊게 다가 왔다는 점에서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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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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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서평을 포함한 모든 후기에 힘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이 잘 해봅시다!‘라는 마음을 담아 적어본다.

그날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어. 단지 그 교무실에서 한 번은 눈이 마주쳤다는 기억.
‘너도 봉투 받는 애구나.‘ (114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서로 다른 날, 다른 도시에서 태어난 두 사람 권진주와 김니콜라이의 이야기다. 흙수저 혹은 금수저란 비유를 싫어하지만 이보다 더 간략하면서 확실하게 태생 혹은 성장 배경을 표현할 만한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냥 이 둘을 흙수저라고 적는다. 이 둘은 그냥 두면 그대로 배경이 될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사회적배려대상자‘인 처지로 다른 이들에게는 배경일지라도 서로에게는 미묘하게 음각 혹은 양각처럼 기억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회에 나와보니 그 둘의 공통점이 또 있었다. ‘불안정한 미래‘랄까.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양귀자의 <모순>을 재독했는데 작품 속 안진진이 이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설정이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진진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집안의 남자를 만나 두 사람을 떠나가는 모습이거나 셋 보다 더 우울한 미래를 품은 남자를 선택하면서 일어날 미래를 그려보는 재미도, 그렇게 서재와 서재가 결혼하는 것이 아닌 소설과 소설이 결합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왜 책 리뷰에 적고 있는가.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두 사람이 만나서 처음부터 연애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또다시 다른 작품을 끄집어 내자면 아사이 료 원작 소설 정욕 속 두 사람의 동거를 떠올리게 된다.

두 사람은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 (134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불타오르는 사랑보다 더 어려운 완벽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랄까. 세상의 다른 누구도 아닌 단 한 사람, 서로만큼은 비난이 아닌 포용으로 함께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 ‘너를 결코 떠나지 않을 것‘보다 더 어려운 ‘너를 부정하지 않을‘ 관계 같았다. 어쩌면 서로 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만이 가능한 관계 일지도 모른다.

<무겁고 높은>에서는 역도라는 스포츠가 등장한다. 얼마 전 제자리에서 높이뛰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역도선수임을 증명하는 영상을 보고 다시 떠올렸었는데 역도는 물론 사실 스포츠에 대해서 잘 모른다. 덕분에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역도를 내던져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송희가 100킬로그램을 들고 싶었던 그 마음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탐하거나 욕망하는 마음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앞으로 견뎌야 할 혹은 내던지게 될 바벨들의 좋은 시작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 사실 언제나 없었지. 적어도 역도대 위에서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도 말리지도 않았어. 송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들었거나, 내가 들지 못했을 뿐. 이상하게 말이야.
송희는 그렇게 말하며 바벨에 원판을 더 꽂았다. 그것은 100킬로그램이 되었다.

이제 아무도 밉지가 않아. 261쪽 ( 무겁고 높은 중에서)

송희 나이였을 때 내게도 그런 것들이 있었을 텐데 이제는 일기장을 펼치지 않으면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 시청자 입장에서 안타까웠던 복싱 드라마 <순정복서>(이 작품은 드라마로만 봐서 원작은 정확히 어떠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권숙의 땀방울이 오버랩되어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지고 싶다던 이권숙처럼 송희 역시 100킬로그램을 들고 말고를 떠나 어차피 역도를 그만둘 수밖에 없음에도 들어 올리고 싶은 그 마음이 정말 꼭 같았다.

착하게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었던 여러 작품 중 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 준 덕분에 중간중간 안타까운 부분이 등장해도 출근 전 독서로 정말 좋았다. 단편집이라 흐름이 덜 끊겨서도 좋았지만 근무하기 전 만났던 니콜라이, 진주, 송희, 로나 그리고 다른 인물들 모두 내게 ‘같이 잘 해봐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도 결국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많이 읽어보자고,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지만 그래도 더 많이 읽고 ‘같이 잘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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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영성 생활
전달수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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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마치 사람이 제 아들을 업고 다니듯,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가 이곳에 다다를 때까지 걸어온 그 모든 길에서 줄곧 너희를 업고 다니시는 것을 광야에서 보았는데, 그 광야에서도 그렇게 싸워 주셨다 (신명 1,31)

그러나 납작해진 고무풍선에 공기를 불어 넣어 주면 좋은 장난감이 된다. 이처럼 메마르고 딱딱한 사람이라도 영을 받아 그분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면 생기 넘치는 삶을 살고 그리스도다운 사명을 실천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삶을 영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24쪽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시간경(성무일도)를 바쳤던 적이 있을까. 묵주기도를 바치면서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거나 어떤 때에는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데, 영성적으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사는데 다른 사람들이, 환경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죄 가운데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때일 것이다. 안또니오 신부님의 <즐거운 영성 생활>은 영적으로 건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영적건강검진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는동안 내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기도를 하면서도 이내 죄에 빠지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는데 신부님은 성인들의 기도생활과 신비가들의 영성생활 그리고 성경에 쓰여진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기도가 무엇인지, 그 기도의 힘이 무엇인지 따뜻하게 들려주신다. 따뜻하게 라는 부사를 쓴 이유는 단 한 순간도 신부님의 말씀이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이들이나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말씀하실 때 조차 겸손과 감사하는 태도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떤 장소에 가거나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죄를 범할 수 있는 위험을 예상하여 이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는 비겁한 것이 아니다. (...) 이런 과정들을 거친 다음에는 심령이 강건해져 수행 생활이 순조로울 것이다. 이런 시련들을 겪지 않고 성인이 된 이들은 아무도 없다. 75쪽

유혹과 악의 공격에서 견디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도이며,이 기도는 그리스도인 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이기도 하다. 다만 기도를 하다보면 응답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당연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분명 성경에는 청하라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도는 단 한 번도 응답받지 못했다며 냉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신부님은 아이가 날카로운 칼을 사달라고 졸라도 사줄 수 없는 부모와 같다고 비유하셨다. 또 주님의 방식이 반드시 나의 바라는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마치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예수님의 순교를 부정했던 베드로처럼 말이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위에 드높이 있다. (이사 55,8-9)

책의 말미에 신부님께선 하느님께 마음을 드리는 일이 기도라고 표현하신다.(227쪽 참조)내게는 이 말씀이 마치 내 생각을 비우고 주님의 생각, 하느님께서 내게 보여주시려는 일들을 겸손된 자세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과정이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만히 주님과의 대화를 통해 주님께서 내게 하시려는 일들을 들으며, 그 일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를 세세하게 따져보고, 흥정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기도이자 즐거운 영성 생활이라고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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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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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이 정말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네요. 과연 결말이 ‘그냥 벌어진다’인건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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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맨 암실문고
마틴 맥도나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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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소설  눈물을 흘린 유일한 작품이다.



아이들이 자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쁨과 슬픔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미래가 끔찍하게 고통스럽다면 자살까진 아니더라도 그 괴로움에 잠식 당하게 될 것이다. 단테의 말처럼 지옥은 희망이 없는 것을 뜻하고, 사람이 좌절하게 되는 이유는 고통스러운 현실이 아니라 달라지지 않을거라는 예감 때문이기 때문이다. 필로우맨은 고통스런 삶을 살다 끔찍한 방법으로 자살을 하게 되는 사람들의 어린시절로 돌아가 그들의 미래가 어떠한지를 말해주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필로우보이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필로우보이는 대답했어. '괜찮아. 우리 엄마한테 오늘 밤엔 내가 차를 마시지 못할 거라고 말해 줘.' 필로우맨은 '그래, 그럴게.'라고 말했지만, 거짓말이었어. 95쪽


마치 그 아이들이 죽음 문턱에 들어섰을 때 정말 죽을 줄은 몰랐다거나, 시덥잖은 농담이었다며 비웃을 것 같은 분위기지만 필로우맨은 그런 자신의 일이 슬프기만 하다. 액자구성으로 필로우맨은 소설가 카투리안의 여러 작품 중 하나이며, 카투리안을 취조하는 수사관 투폴스키가 그나마 괜찮은 작품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카투리안의 혐의는 살인이다. 그것도 아동 살인. 그는 형 마이클과 함께 붙잡혀 와있고, 투폴스키와 아리엘 형사는 카투리안이 쓴 소설들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심문하는 내용과 카투리안의 소설이 읽히는 동안 그 모습이 연극무대에서 관객에게 보여지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네 사람은 수사관과 살인범이라는 극과 극의 위치에서 만났지만 모두 폭력적인 아버지를 두었고, 이들 중 몇몇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받은 폭력성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로 어른이 되었다. 그들이 받은 당한 학대는 텍스트로 읽기만 해도 괴롭고 안타깝다. 안타깝다는 표현이 맞기는 한 걸까.


그 페인트는 절대로 씻겨 없어지지 않고 절대로 다른 색으로 덧칠할 수도 없었으니까. 126쪽


소설은 얼핏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 사이코패스 형제 이야기거나 조건화된 반응과 실험이었던 '어린 앨버트 실험' 떠올리게 만들었다. 동물을 무서워하지 않았던 앨버트(가명)에게 무서운 소리를 동물과 함께 보여주는 실험으로 당시에는 아니였지만 당연하게도 지금 이와 같은 실험을 누군가 시도한다면 그것은 실험이 아닌 그저 학대일 뿐이다. 마치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던 실험과 달리 소설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중간 까지는 작가의 천재성에 놀라며 읽었다. 고통스러운 장면 묘사보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필로우맨 외에 다른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결말을 반드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소설이다. 중간까지 읽거나, 일부만 읽어도 작가의 필력에 감탄은 해도 책은 부디 끝까지 페이지도 놓치지 말고 읽길 바란다. 아니 그럴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위에 문장처럼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학대당한 경험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없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반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눈물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토록 아픈 스릴러라니, 작가의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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