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Philos 시리즈 27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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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냐는 토론 주제에 별다른 고민 없이 '돈' 때문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근거로 제시한 것이 유명 여가수가 했던 '돈이 부족하지 않으면 다툴 일이 전혀 없다'라는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기도 했고, 복권 당첨자가 몇 년이 지나도록 가족 누구에게도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고 회사도 이전처럼 다니지만 통장에 돈이 들어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특별히 누구에게 화가 나거나 분노가 생기지 않는다던 이야기도 꺼냈었다. 그런가 하면 커뮤니티 사이에서 떠도는 그 말,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다면, 돈이 부족한 것이다'라는 말도 생각난다. 의료 민영화를 두려워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모든 생명이 더 이상 돈 앞에서 평등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 시기에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자본을 늘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39쪽

자본을 늘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는 생산력이 없는 사람들은 임금과 자신의 '노동력'을 맞바꾼다. 그렇다 보니 같은 노동자 사이에서도 경쟁이 생기고 임금을 지불하는 입장에서는 더 싸게,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내는 '노동력'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무력하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무력한 소비자는 시장이 제공하는 주어진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돈만 있으면 원하는 메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메뉴에 없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약하고 자유롭지 못한 존재인 셈입니다. 118쪽

저자는 노동자에게 주어진 자유(free)를 커피에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free)와 같은 의미라고 말한다. 결국 '힘없는 생산자는 힘없는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서도 입이 쓰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진짜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본주의는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않고는 이미 생산력을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사적 소유와 이윤추구 아래 약탈을 반복하는 시스템에서는 누구의 것도 아닌 지구환경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이는 자본주의가 더 나은 사회 발전에 '질곡'이 된 상태입니다. 147쪽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마르크스가 자연과학에도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자본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 또한 물질대사 이론을 토대로 바라보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은 자본론을 이미 읽었거나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본론 외에도 마르크스 '발췌 노트하는 습관'은 평소 유사한 독서습관이 있어서인지 공감도 되고 응원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마르크스를 떠올렸을 때 소련 사회주의와 관련된 마지막 5,6 챕터 부분은 잘못된 요약으로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궁금한 분들은 꼭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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