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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도큐멘트 - 베이징으로 간 10인의 크리에이티브를 기록하다
김선미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베이징 도큐멘트>를 읽고 싶었던 가장 주된 이유는 고백컨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중국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지 않는 내 편견을 고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어릴때만해도 헐리웃 영화나 팝송보다는 홍콩영화를 더 많이 보았고, 좋아했다. 물론 중국반환이전 시대이긴 했어도 어쨌든 중국어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되면 일본이나 미국이 아닌 중국에 가봐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어느샌가 여행은 커녕 'made in China'란 표기만 봐도 저렴한 것, 그다지 신뢰할 수 없는 제품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중국은 그렇게 내게서 불호가 되어버렸다. 이유를 전혀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과연 그것이 중국이란 나라의 모습 전체일까? 아니다. 아닌 줄 아니까 이렇게 책도 찾아읽으려고 했을 것이다.
<베이징 도큐멘트>의 저자도, 그가 인터뷰 한 10인의 크리에이티브들도 한결 같이 말한다. 10년을 넘게 지냈어도 아직 중국을, 베이징을 잘 모르겠다고.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면 볼 수록 좋아진다고도 말한다. 셰프로서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안현민 셰프는 한식을 중국에 소개하는 한식전문가다. 하지만 그의 출발점을 한식이 아니라 양식이었다. 한식을 잘 알기 위해서 양식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력을 봐도 정말 화려하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위해 중국문화를 모르고 한식만 고집하면 안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우친 그의 성공사례는 앞으로 베이징을 포함, 해외에서 한식을 주제로 사업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팔고자 하는 상품이 한식이라고 한식만 연구하고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문화부터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베이징 무브먼트로 저자는 <지일>이라는 잡지를 소개해준다. 우리나라에도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중국도 알다시피 마찬가지다. 뭘 알고 싫어하자, 라는 취지로 시작된 지일이라는 잡지는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으려는 시도와 같을지도 모른다. 20`30대들의 그런 성향을 잘 간파한 편집장 덕분에 잡지역시 큰 호응을 얻었고, 특히 한 가지 키워드로 판매되는데 '고양이'를 주제로 했던 호는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책은 <지일>이라는 잡지처럼 우리에게 중국을, 베이징을 잘 알고자 노력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우표를 모으다 보면 도안도 분석해야 하고 발행 국가의 언어도 찾아보게 되는데, 이렇게 여러 분야로 가지를 쳐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연구의 영역이 넓어져요. 스스로 즐기면서 알아가는 진정한 공부의 과정으로서는 정말 최고의 취미죠. 72쪽
가장 인상적이었던 크리에이티브는 스토리텔러 김기훈 예술가였다. 청소년 대표로 우취대회에 나가 상을 수상했던 그의 미식과 관련된 우표수집공모작은 실제로 보고 싶을만큼 취지도, 구성력도 정말 멋지게 보였다. 우표를 수집한다는 것이 아주 흔한 취미라고 생각했고,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해보게 되는 것이지만 그에게 있어 우표수집은 남달랐다. 문화를 접근 하는 방식이었고, 그 방식은 강요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삶을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화를 해석하는 방식이 우표수집이었다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의 하나로 그가 택한것은 '요리'였다. 앞서 소개한 안현민 셰프가 한식을 중국에 판매하고자 하는 취지라면 셰프로서의 김기훈은 한식을 도구로하여 중국의 문화에 한국의 문화를, 혹은 이와 반대의 순으로 각국의 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베이징 도큐멘트>가 예술가들이 보는 베이징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문화를 논하는 상위계층에 한정된 것이라고 보일 수 있는 데 고희영 다큐멘터리 감독 편을 읽다보면 그렇게 한쪽으로 편중되지도 '좋아보이는 것'만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이징의 농민공들과 관련된 인터뷰 한 두 페이지만 읽어봐도 한국인이라서 볼 수 있는, 외부인이기에 가능했던 베이징의 다각화된 시선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다는 것, 제대로 상대를 알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보려고 하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너무 다 낯설어서 대학원 과정이 끝나면 그냥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당연히 외국인이었다. 오래된 유학 생활 동안 중국인처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자만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중국을 잘 아는 외국인'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256쪽
나쁜 것만 보고 나쁘다고 하지 않고, 좋은 것만 보고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것과 나쁜 것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우리가 가진 부족함을 깨우치고, 그들이 가진 것을 배우려고 하는 자세, 베이징을 제대로 보고자 한 <베이징 도큐멘트>에서 나는 그런 삶의 자세를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