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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고서야 - 일본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
미노와 고스케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 큰 충격을 던지는 창업가나 아티스트, 운동선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쳐야만 인생'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세 살 어린아이처럼 있는 그대로 본능을 발휘하고 마음껏 호기심을 드러내며 산다. 67쪽
책<미치지 않고서야>의 저자 미노와 고스케는 현직 출판사 편집자이자 온라인 살롱 '미노와 편집실'의 운영자다. 딱봐도 신입 에디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것 같지만 그의 처음 일한 부서는 편집부가 아닌 광고영업부였다. 언뜻봐서는 이례적인듯 보이지만 그가 하고 싶던 '편집'일을 위해 그가 한 일은 편집을 직접 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부서이동이 자기가 하고 싶다고 반드시 가능한것도 아니고 타부서의 업무를 쉽게 내것으로 만드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위의 발췌문도 그런 의미에서 세 살 어린아이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살 어린아이들은 주변을 신경쓰지 않는다. 또한 울다가도 자기가 원하는 장난감이나 음식을 먹여주면 금새 환하게 웃는다. 지나치게 실패와 테두리에 얽매이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직장 동료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회사에서 짤리는 것은 아닐까 망설이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기회조차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자세가 있었기에 영업부에 재직하면서도 <네오힐즈 재팬>을 창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잡지를 창간하는 과정도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자의식이 상당한 사람이고 고난이 닥치면 자포자기 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지그의 헤프닝을 나중에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될까하는 놀랍도록 발전적인 방향으로 시련을 이겨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간 직전 저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나중에 편집인터뷰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고 의연하게 대처하는가 하면 언뜻봐서는 기회주의자, 운이 좋았던것처럼 보여도 새벽3시에 출근하거나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기위해 사람들이 관심가질 만한 것들을 직접 찾아내며 '빙의'라고 표현할 만큼 인터뷰를 하게 될 때에는 그 사람의 저술, 인터뷰, 방송녹화내용등을 포함해 철저하게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손으로, 머리로, 발로, 이름으로 돈을 벌어라. 자신의 가격표를 의식하지 않으면 평생 누군가가 먹여주는 돼지로 남을 뿐이다. 돼지가 아닌 굶주린 늑대가 돼라. 88쪽
편집부로 옮기는 과정이 드라마틱했고 실제 승진도 빨랐지만 그래도 사회초년생을 갓 넘긴 그에게 도쿄 내에 거주하는 일은 무리가 있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한 가정의 가장인만큼 최소 방2개짜리의 집을 구하려면 당시의 월급으로는 부족해서 추가적인 수입이 필요했던 그는 우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칼럼을 쓴다거나 강연을 나간다거나 하는식이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추가 수입을 필요로할 때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나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돈이 급하다고 규동집 알바를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한다. 업무와 관련된 것, 그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온라인 살롱 '미노와 편집실'이었고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도 윈윈하기 위해서 이직한 곳이 현재 재직중인 겐토샤였다. 얼핏봐서는 이전회사에 비해 겐토샤에서는 사원의 부업을 인정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니 가능한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이부분에 대해서도 회사덕분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회사가 진정으로 발전가능성 있는 회사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인플루언서가 되면 그야말로 최고 아닌가?'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 그야말로 물건을 고르는 일 자체에 지치고 만다.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지금시대에는 필연적인 방식이 되어간다. 그러니 인플루언서의 힘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46-147쪽
사실 공무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자신의 사원이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는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노예가 아닌이상 사원이 발전할 수 있을 때, 근무시간 외의 시간만큼은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회사가 현명하다고 말한다. 만약 이를 방해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퇴사를 권하기까지 한다.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전현직 승무원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내세워 뷰티나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인플루언서가 되어 특정 기업에 매출을 올려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현직 편집자가 개인계정과 사내계정을 병행하면서 자신이 편집한 책의 매출을 도모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앞으로는 AI가 인간이 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무를 대체하리라는 예측이 일반적인데다 이를 우려하는 시선들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미칠 줄 아는'인간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친다는 것은 노력을 뛰어넘어 열정을 다해 자신이 하고 있는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련이 찾아와도 그 또한 하나의 자극이 될 뿐 결코 방해요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저자처럼 발가벗고 증명사진을 찍는다던가, 무조건 다 '하겠다'라는 정신까지 따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하거나 누군가 이끌어주겠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설사 누군가에게는 미친것처럼 보일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그 일을 지금 바로 행하는 것, 그것이 편집이든 무슨일이든 성공할 수 있는 기본자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