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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 - 삶을 집어삼키는 자본주의 ㅣ 오늘을 비추는 사색 4
시라이 사토시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평점 :
이상향인 공산주의 사회를 실현하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관건은 "생산력"이다. 사회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하부 구조, 즉 "경제적인 요소"이며, 그 하부 구조 중에서도 결정적인 요인이 "생산력"이기 때문이다. 47쪽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사람으로 앞서 서평을 올린 쇼펜하우어 편에서도 등장하는 헤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만 쇼펜하우어에게 헤겔은 강의를 하는 강단에서 경쟁자의 위치였다면 마르크스에게는 나중에 그의 대한 반박론을 쓰기도 했지만 분명 그의 이론의 어떤 부분은 마지막까지 인정하고 있었다. 쇼펜하우어와 달리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완독하기 전이라 입문자로서 사색 시리즈를 읽으니 확실히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마르크스의 초기 연구과정이나 그의 말년이 그렇게 순탄치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특히 자본론1권을 제외한 2,3권은 사후 유일하게 그의 악필을 알아볼 수 있는 엥겔스가 발표했다는 것과, 마르크스의 가족을 끝까지 지원해주었다는 내용도 자본론을 다룬 외적인 부분에서 흥미로웠다.
본격적으로 자본론에 대해 말하자면 서두에 밝힌 것처럼 마르크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생산력이었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이 필요했고,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술은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 소비에트 연합은 표면적으로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구체화 한 것처럼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1991년 붕괴했다. 하지만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생산력이 증대되었던 적도 있고 잠시였지만 유토피아에 가까운 행로처럼 보이기도 했다. 쇼펜하우어도 지적했듯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자본주의는 바로 그런 점에서 결코 쇠락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재화는 '인간의 노동력'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결국 노동력 착취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이런 명백한 착취가 산업 자본주의 초기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가이다. 오늘날의 일본에서도 장시간 노동 문제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 방식 개혁" 등의 정책이 강구 되고 있다. 116쪽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발췌문에는 일본에서도 라고 적었지만 한국이라고 바꾸어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노동력 착취는 저출산(인구문제)과도 관계가 있는 문제다. 연이은 사색 시리즈의 책을 읽으면서 문제는 '인간의 끝없는 욕구'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가 무서운 것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과도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여 착취가 일어난다기 보다는 어떤 방식과 기술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또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생산해낸다는 점일 것이다.
저자의 '나가는 글'에 요즘 학생들에게는 '도망친다'라는 발상이 없어 보였고, 바로 이런 상황이 마르크스가 말한 '포섭', 즉 자본이 한 인간이 아니라 한 '생'을 포섭하려고 한다는 말에 섬뜩함이 느껴졌다. 왜냐면 조금의 망설임이나 의심없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하며 잘못된 것에 울고 불고하라고 적극 권하는 저자 시라이 사토시의 말을 도망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젊은 청년들이 꼭 들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