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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순례자 - 영적 깨달음을 구하는 순례자의 이야기 ㅣ 가톨릭 클래식
최익철 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지난 6월 29일은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이었다. 그 중 바오로 사도가 쓴 서간의 내용 중 '끊임없이 기도하라'라는 말씀을 그저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끊임없이'기도한다는 것을 참으로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 <이름 없는 순례자>의 순례자는 어떻게 '끊임없이'기도할 수 있는지, 기도가 아닌 그 무엇도 끊임없이 쉬지 않고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 방법을 찾아 순례여정에 오른다. 이 책을 읽을무렵 한 신부의 '거룩함'과 관련된 강론에서 '기도'만이 한 인간을 거룩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들었다. 결국 '끊임없이 기도한다는 건' 우리가 거룩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정작 끊임없이 기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만약 책만 읽을 상태로 서평을 적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내용으로 썼을 것 만같다. 그렇게 가벼이 넘기지 말라고 주님께서 그 신부의 강론을 마치 순례자가 찾아나선 순례여정처럼 마주하게 하셨는지도 모른다.
"참 잘 오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순례자님을 저희 집으로 인도해 주셨네요. 어서 이리로 올라오세요." 145쪽
우리는 왜 끊임없이 기도하여 거룩해져만 하는가. 그것은 거룩함만이 우리를 온갖 유혹와 위험, 이 책에서는 '암흑 세계(마귀)'라고 표현하였다. 그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기도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음, 기계처럼 자기 욕심을 청하는 기도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는 선행을 쌓아야하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감사하는 마음, 그 무엇보다 '자비를 청하는 기도'를 바쳐야한다고 말한다. 예수 기도, 내심의 기도, 주님의 기도 등이 그러하다. 거룩함과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을 때 내 마음을 흔들었던 부분은 사실 '기도하는 법'을 다룬 초반이 아니라 '고해성사'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만일 내가 하느님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분을 끊임없이 생각할 것이다. 250쪽
아이와 함께 있지 않는 순간에도 아이의 옷을 고르고,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장난감을 보면 웃음이 난다. 또 앞으로 아이와 함께 가보고 싶은 곳,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 거의 매순간 아이를 생각하고 있다. 이건 내가 유별난 엄마라서가 아니라 보통의 엄마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느님을 나는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가. 이웃의 사소한 실수에도, 어쩌다 겪는 고난에도 쉽게 분노하고 좌절하며 주님을 잊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며 주님을 찾는 나를 하느님께서 항상 지켜주신다. 왜냐면 그분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시기에 한시도 놓침없이 생각해주시기 때문이다.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시나이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당신의 생각은 기도로 정화될 것이고, 기도는 당신에게 깨달음을 가져다줄 것이며, 모든 잘못된 생각들을 없애 버릴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33쪽
기도는 나를 거룩하게 만들고, 기도는 내게 남아있는 나쁜 것으로부터 나를 구하며 무엇보다, 진심으로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또 어느 순간 이 책을 다시 읽게되면 그때는 또 어느 부분에서 오래 머물게 될까. 이 마음을 함께 나누어가는 것 역시 아주 작은 선행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