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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영성 생활
전달수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너희는 마치 사람이 제 아들을 업고 다니듯,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가 이곳에 다다를 때까지 걸어온 그 모든 길에서 줄곧 너희를 업고 다니시는 것을 광야에서 보았는데, 그 광야에서도 그렇게 싸워 주셨다 (신명 1,31)
그러나 납작해진 고무풍선에 공기를 불어 넣어 주면 좋은 장난감이 된다. 이처럼 메마르고 딱딱한 사람이라도 영을 받아 그분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면 생기 넘치는 삶을 살고 그리스도다운 사명을 실천하게 된다.
우리는 이런 삶을 영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24쪽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시간경(성무일도)를 바쳤던 적이 있을까. 묵주기도를 바치면서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거나 어떤 때에는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데, 영성적으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사는데 다른 사람들이, 환경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죄 가운데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때일 것이다. 안또니오 신부님의 <즐거운 영성 생활>은 영적으로 건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영적건강검진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는동안 내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기도를 하면서도 이내 죄에 빠지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는데 신부님은 성인들의 기도생활과 신비가들의 영성생활 그리고 성경에 쓰여진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기도가 무엇인지, 그 기도의 힘이 무엇인지 따뜻하게 들려주신다. 따뜻하게 라는 부사를 쓴 이유는 단 한 순간도 신부님의 말씀이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이들이나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말씀하실 때 조차 겸손과 감사하는 태도가 그대로 느껴졌다.
어떤 장소에 가거나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죄를 범할 수 있는 위험을 예상하여 이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는 비겁한 것이 아니다. (...) 이런 과정들을 거친 다음에는 심령이 강건해져 수행 생활이 순조로울 것이다. 이런 시련들을 겪지 않고 성인이 된 이들은 아무도 없다. 75쪽
유혹과 악의 공격에서 견디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도이며,이 기도는 그리스도인 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이기도 하다. 다만 기도를 하다보면 응답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당연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분명 성경에는 청하라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도는 단 한 번도 응답받지 못했다며 냉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신부님은 아이가 날카로운 칼을 사달라고 졸라도 사줄 수 없는 부모와 같다고 비유하셨다. 또 주님의 방식이 반드시 나의 바라는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마치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예수님의 순교를 부정했던 베드로처럼 말이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위에 드높이 있다. (이사 55,8-9)
책의 말미에 신부님께선 하느님께 마음을 드리는 일이 기도라고 표현하신다.(227쪽 참조)내게는 이 말씀이 마치 내 생각을 비우고 주님의 생각, 하느님께서 내게 보여주시려는 일들을 겸손된 자세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과정이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만히 주님과의 대화를 통해 주님께서 내게 하시려는 일들을 들으며, 그 일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를 세세하게 따져보고, 흥정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기도이자 즐거운 영성 생활이라고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