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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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서평을 포함한 모든 후기에 힘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이 잘 해봅시다!‘라는 마음을 담아 적어본다.

그날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어. 단지 그 교무실에서 한 번은 눈이 마주쳤다는 기억.
‘너도 봉투 받는 애구나.‘ (114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서로 다른 날, 다른 도시에서 태어난 두 사람 권진주와 김니콜라이의 이야기다. 흙수저 혹은 금수저란 비유를 싫어하지만 이보다 더 간략하면서 확실하게 태생 혹은 성장 배경을 표현할 만한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냥 이 둘을 흙수저라고 적는다. 이 둘은 그냥 두면 그대로 배경이 될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사회적배려대상자‘인 처지로 다른 이들에게는 배경일지라도 서로에게는 미묘하게 음각 혹은 양각처럼 기억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회에 나와보니 그 둘의 공통점이 또 있었다. ‘불안정한 미래‘랄까.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양귀자의 <모순>을 재독했는데 작품 속 안진진이 이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설정이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진진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집안의 남자를 만나 두 사람을 떠나가는 모습이거나 셋 보다 더 우울한 미래를 품은 남자를 선택하면서 일어날 미래를 그려보는 재미도, 그렇게 서재와 서재가 결혼하는 것이 아닌 소설과 소설이 결합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왜 책 리뷰에 적고 있는가.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두 사람이 만나서 처음부터 연애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또다시 다른 작품을 끄집어 내자면 아사이 료 원작 소설 정욕 속 두 사람의 동거를 떠올리게 된다.

두 사람은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 (134쪽,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불타오르는 사랑보다 더 어려운 완벽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랄까. 세상의 다른 누구도 아닌 단 한 사람, 서로만큼은 비난이 아닌 포용으로 함께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 ‘너를 결코 떠나지 않을 것‘보다 더 어려운 ‘너를 부정하지 않을‘ 관계 같았다. 어쩌면 서로 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만이 가능한 관계 일지도 모른다.

<무겁고 높은>에서는 역도라는 스포츠가 등장한다. 얼마 전 제자리에서 높이뛰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역도선수임을 증명하는 영상을 보고 다시 떠올렸었는데 역도는 물론 사실 스포츠에 대해서 잘 모른다. 덕분에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역도를 내던져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송희가 100킬로그램을 들고 싶었던 그 마음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탐하거나 욕망하는 마음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앞으로 견뎌야 할 혹은 내던지게 될 바벨들의 좋은 시작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 사실 언제나 없었지. 적어도 역도대 위에서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도 말리지도 않았어. 송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들었거나, 내가 들지 못했을 뿐. 이상하게 말이야.
송희는 그렇게 말하며 바벨에 원판을 더 꽂았다. 그것은 100킬로그램이 되었다.

이제 아무도 밉지가 않아. 261쪽 ( 무겁고 높은 중에서)

송희 나이였을 때 내게도 그런 것들이 있었을 텐데 이제는 일기장을 펼치지 않으면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 시청자 입장에서 안타까웠던 복싱 드라마 <순정복서>(이 작품은 드라마로만 봐서 원작은 정확히 어떠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권숙의 땀방울이 오버랩되어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지고 싶다던 이권숙처럼 송희 역시 100킬로그램을 들고 말고를 떠나 어차피 역도를 그만둘 수밖에 없음에도 들어 올리고 싶은 그 마음이 정말 꼭 같았다.

착하게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었던 여러 작품 중 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 준 덕분에 중간중간 안타까운 부분이 등장해도 출근 전 독서로 정말 좋았다. 단편집이라 흐름이 덜 끊겨서도 좋았지만 근무하기 전 만났던 니콜라이, 진주, 송희, 로나 그리고 다른 인물들 모두 내게 ‘같이 잘 해봐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도 결국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많이 읽어보자고,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지만 그래도 더 많이 읽고 ‘같이 잘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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