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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평점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나는 가난한 아이었고, 가난한 어른이 되었다. 분명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내 처지는 가난한 것이 맞지만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가난은 아니다. 과거에는 보편적 가난이 존재했다면 지금은 상대적인 부분이 커졌기 때문에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가 더심각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가난을 겪는 학생들의 삶에서 공부나 성장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어른들이나 학생들이나 자신의 생존과 안전의욕구를 위해서 공동체의 질서나 문화는 쉽게 무시되었고 공동체성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의‘나 ’교육‘의 논리보다는 ’힘‘의 논리가 횡행했다. (…) 가난은 삶의 곤란함을 넘어서 때로는 무기가 되고 도구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들어가며 중 일부-
이 책은 허구가 아닌 실재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쓰여졌기 때문에 책 제목에 부합하는 내용 그대로다. 학교의 교사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개입 혹은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저자와 같은 사람도 있지만 일시적인 안타까움만 품을 뿐 쉽게 잊고 마는 나같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아서 ’가난한 아이들‘이 여전한지도 모른다.
수정이 안정된 직장을 얻고도 가난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었던 건 디딤돌 없는 삶의 조건 때문이었다. 게다가 성인이 되고 나자 어머니와의 관계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 관계 때문에 수정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138쪽
서두에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태‘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수정이가 직면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없게 된 상태‘일 것이다. 성실하게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고, 조금 덜 쓰고, 덜 먹으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에서 가난은 ’죄‘까진 아니어도 ’부정적인 시선‘을 수긍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정이의 경우는 다르다. 부모의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근로가 불가능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런 경우에 사회 시스템이 이들을 보호해야 하고, 이웃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또 가족원 중 한 명이라도 완치가 불가능한질병 혹은 약물을 비롯 중독으로 인해 온종일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럴 때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유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복지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나마 감사한 것 같아요. 제가 되게 막혀 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되게 많이 열리게 된 것 같아요.(…)제가겪지 않으면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지금은 나랑 달라도 다 이해가 되더라고요. 제가 겪은 일들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줘서, 지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153쪽
수정이와 달리 아직 홀로서기 중인 혜주와 같은 사례도 있었다. 혜주는 외모에 집착한다기 보다는 과한 메이크업과 염색이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호해주는 가면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다면서도 ‘무기’없이는 외출이 어려운 혜주의 경우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려해도 중도에 포기한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족에게 조차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수정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혜주에게도 여전한 희망은 존재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가난한 아이들의 미래가 반드시 ‘가난한 어른’인 것이 아니라는것은 분명하다.
이제 빈곤은 세대를 이어 빈곤이 되물림 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그 자체이다. 게다가 빈곤은 더 이상 저소득만을의미하지 않는다. 시간 빈곤, 문화 빈곤, 주거 빈곤 등 불평등의 다양한 양상들은 저마다 현실속에 다른 모습으로드러난다. 257쪽
내가 느끼는 가난은 시간과 주거 빈곤에 속할 것이다. 아직 아이가 어려 자신의 부모가 ‘가난한 어른‘이라는 것을타인의 시선속에서 느끼지는 못하지만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결국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아이가 가난을 부끄러워하고 슬퍼하기 보다는 ‘희망의 부재’는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을 읽고이 서평을 쓰며 어제보다는 더 나은 어른이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