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
H. A. 거버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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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호빗>을 보면서 북유럽 신화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지만 그리스신화와 비교했을 때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를 읽고서야 깨달았다. 게임을 즐겨하면서도 배경이 되는 이야기와 관련 용어는 물론 우리가 매일 같이 달력을 통해 마주하는 요일의 근원도 다름아닌 북유럽 신화와 관련이 있다.


태초에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하나의 존재가 태어나고 신들의 왕이라 부를 수 있는 '오딘'의 탄생을 시작으로 우리가 영화나 문학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토르, 로키, 프레이야 등 아스에서 사는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사형식을 갖추긴 했지만 신들이 가지고 있는 별개의 작은 스토리는 별도로 덧붙여지는 형식이다.  오딘의 이야기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태가 되기도 하고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하토 주교 이야기 역시 오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개별적인 신들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오딘이 모든 역할을 주도 한다. 생명의 신이자 대지의 신이고, 또 유령사냥을 관리하는 어둠과 전쟁의 신이기도 한 오딘은 그 능력만큼이나 여러 아내와 결혼했다. 신화의 특성상 후대 연구자들의 설에 의하면 자신의 딸과도 혼인하였으며 프레이야의 경우 드워프가 만든 목걸이가 탐이나서 부정한 행동을 할 만큼 납득되지 않는 신들만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반지의 제왕 속 드워프는 그렇게 간교하고 어두운 존재들은 아니지만 북유럽 신화속에 등장하는 드워프는 마법을 다루는 존재로 신들이 어떤 주문이나 문제를 해결 할 때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할 만큼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드워프와 트롤 그리고 요정과 페어리가 같은 물질에서 탄생했다는 점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드워프나 트롤이 사악한 어둠의 기운을 가진 존재라면 요정과 페어리는 순수하고 이로운 작은 생명체로 여겨져 신들에게 호의를 받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했던 신들의 이름과 영향력은 잉글랜드의 언어와 문학등 여러분야에 미쳤으며 독일의 경우 북유럽 신화와 관련된 축제와 행사가 여전히 내려오고 있다. 이렇게 가깝게 다가온 북유럽 신화가 그리스 신화에 비해 덜 알려지고 감춰져있었던 까닭은 기독교 문화가 북유럽에 전파되면서 이교도로 내몰리면서 신들도 악마나 마녀로 전락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활절을 상징하는 달걀의 유래도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축제일을 이어받은 것이다. 그리스 신화와 비교했을 때 색다른 점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좀 더 인간적인 성향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신들의 제왕인 오딘조차 더 뛰어난 지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한 쪽 눈을 희생해야 했고 자신의 아들 역시 신들에게 위협이 될 늑대를 묶어두기 위해 한 쪽 팔을 희생해야 했다. 무언가 중요하고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신들조차 인간처럼 희생이 필요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신들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요정 이든의 젊음을 가져다주는 사과를 먹지 않으면 조금씩 나이를 먹기까지 했다.


본문만 50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지루할 것도 같고 읽기에 버겁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막상읽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운문 형식의 옛 에다와 산문 형식의 새 에다를 적절하게 사용했을 뿐 아니라 실제 에다에서 표현된 내용, 후대 작가들에 의해 탄생된 북유럽 신화에 쓰여진 내용을 교차시켜 배치하는 등 딱딱한 설명문처럼 느껴지지 않는데다 신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 문학작품속 사건 묘사 등이 풍성하게 담겨있어 좀 더 빠른 이해를 돕는다. 영화속 인물들과 비교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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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
김어진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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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년이 지났지만 출판사에서 편집디자인 인턴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쪽 분야를 업으로 삼고자 했었던 때라 무엇이든 열심히 했었는데 실제 관리자분들의 기억에는 어떻게 남아있을지 확신할 순 없다. 그때 담당했던 업무가 매주 발행되는 신문 광고와 브로슈어, 팜플렛 디자인 이었는데 팀장님께 별도로 받았던 개인교습외에는 나의 창의력이 들어간 틈은 없었던 것은 분명했다.  어쩌면 내게 디자이너가 될 만한 소양이나 자질이 없음을 누구보다 내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에 인턴을 마치고 정사원으로의 길을 포기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디자이너 라는 직함은 늘 내게 로망이자 희망사항이었고 부러움 그 자체였던 것이다. [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역시 그런 맥락으로 고른 책이었다. 두 눈에 하트를 띄우며 책을 넘겼을 때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살짝 당황은 했지만 어쩌면 이상이 아닌 디자이너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모습이 담겨 있다. 먼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개인의 막연한 고민과 갈등, 선택에 대한 어려움과 결정들 사이를 헤쳐나가는 작업자의 모습이다. -중략- 그리고 작업자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적인 환경과 관계들 역시 함께 그리고자 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스튜디오에 입사하면 어떤 기분일까? 자기 손에서 새롭게 탄생되는 작업물을 마주할 때 느끼는 희열은 어느정도일지 궁금했었다. 저자 역시 처음 자신의 작품이 마주했을 때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 수 있는 기한인 최소 5년 동안은 버텨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업체의 작업을 해야하는 결국 '월급을 받는'위치에 놓여있다는 현실을 직면했을 때는 고민이 많아지고 과연 내가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되어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질 못했다. 내가 원하는 회사와 요청들만 수락하고 작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주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업체로 부터 들어온 작업까지 해야하는 것이 '창조'를 기반으로 해야하는 디자이너에게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이였을까.  단순하게 크레이티브한 사고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고 괴롭다는 이야기가 아니였기에 초반부터 몰입할 수 있었던 것같다. 총 10팀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작업물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작업할 때 도움을 받는 장소, 매체등에 관련된 이야기도 함께 실려있었다. 디자이너인 저자의 필력이 솔직히 예상보다 너무 뛰어나서 읽는 내내 놀라긴 했는데 디자이너 강경택의 말처럼 '글 쓰는 디자이너'라는 표현에 너무 익숙해져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다.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을 다루지 않는 사람은 언어에 둔감해도 된다거나, 그들이 하는 일은 인문적인 사고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본문 중에서-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바라는 이상향이 있다면 아마도 '김가든'의 김강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시작은 어머니의 병간호로 인해 가평의 게스트하우스를 꾸리게 된 것이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작업을 시작하면서 작업실 겸 게스트하우스를 꾸려가는 모습, 집앞 정원에서 작물을 재배하며 '농부'의 모습까지 갖추고 있는 디자이너 김강인의 이야기는 덕분에 여러 잡지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해서 책을 읽기 전 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김가든의 모습외에 그가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꺼내놓는 등 진지한 이야기는 [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통해 접하게 되어 읽는 보람이 느껴졌다.


인터뷰 질의내용은 공통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업물에 대한 이야기인데 구성으로 보자면 편집물들의 사진을 뒤쪽에 몰아놓은 것이 일률적이고 편리했겠지만 내용을 읽다말고 뒷페이지를 넘겨봐야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했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텍스트를 다 읽은 뒤 순서대로 작품과 관련 사진을 보기도 했는데 아쉬움이 남긴 마찬가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편집 부분의 아쉬움이 대수롭지 않을 만큼 디자이너들의 속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왜냐면 이 책을 읽고나니 아, 역시 내겐 무리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그들의 작업과 마인드가 부럽기 때문이다. 예비디자이너, 방황중인 디자이너는 물론 막연하게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좋은 메세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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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자들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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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위선자들]의 시작은 버려진 폐가이자 성매매가 행해지는 곳으로 유명한 장소에서 한 남자가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어려운 이웃을 매주 정기적으로 도울 뿐 아니라 가정에도 충실한 그 남자는 어째서 그런 일을 당한것일까? 하지만 알고보니 그 남자는 가부장적인 방식의 사로잡힌 사람으로 아내와 자녀들을 자기맘대로 벌주거나 다루는 것을 즐기는 그다지 좋은 남자는 아니었을거라는 것은 제목을 통해서 뿐 아니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차례차례 등장하는 남자의 사체와 그들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그 남자만큼 '죽어도 그다지 이상할게 없는'사람들이 아니었다. 범인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피해자들을 선택하고 죽이는 것인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유없는 묻지마 살인이라고 보기에는 역시나 껄끄러운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1편에서 헬렌의 숨기고 싶은 과거가 밝혀졌다면 2편에서는 헬렌 자매와 마찬가지로 유년기에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이가 제대로 된 치유나 회복없이 성장했을 때 어떤 모습의 성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린시절 학대받은 아이들 모두가 범죄자가 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에 비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굳이 어떤 연구결과나 통계를 가져오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M. J. 알리지가 정통적인 추리소설과는 방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범죄자의 이상행동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라고 제한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도 책임이 있음을 고발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읽었던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란 책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사회가 개인의 인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유전자보다 훨씬 크다. 오히려 유전적인 부분은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관련이 있을 뿐 한 인격을 공격적으로 혹은 반사회적으로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 세대에서 드러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저자가 고발하는 내용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정통적인 추리구성을 벗어난 스토리가 오히려 공감을 얻어내고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가하면 1편에서는 찰리의 아이가 죽고 스티브와 찰리의 관계 뿐 아니라 헬렌과 찰리의 관계도 암울하게 끝나버린다. 약간의 스포가 될 수 있겠지만 2편에서 찰리와 스티브, 찰리와 헬렌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함께 등장하는 아이도 다행히 헬렌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헬렌도 가학적인 대상이 되어야만 매일 같이 찾아오는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연약한 존재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어갈 뿐 아니라 그녀 주변의 생과사 뿐 아니라 희노애락을 결정지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결코 닮고 싶지는 않은 인물이랄까.


1편 이니미니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2편 위선자들을 읽었다. 1편을 읽은 독자들의 리뷰가 워낙 대단해서 기대를 꽤 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미리 밝히자면 1편을 굳이 먼저 읽을 필요는 없다. 어짜피 1편을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용이 이해가 안된다거나 인물관계를 명확하게 알고자 읽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2편을 읽고 믿고 읽는 1편이 되는 셈인것이다. 반대로 1편을 읽은 분들이라면 역시나 믿고보는 2편, 3편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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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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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의 부제는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이다. 기존에 출간된 반사회적 인격과 관련된 '괴물'이 '신자유주의'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괴물이 된다는 것은 가정의 파탄, 이기주의 만연 등 개인의 부도덕한 모습이 겉으로 나오는 것이고, 그것이 사회에서 주는 심리적 억압과 분노 때문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개인의 허물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유약한 주장은 아닌가 하는 오해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저자는 크게 1,2부로 나뉜 내용 중 1부를 과감하게 정체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할애했다. 다시말해 우리가 쉽게 생각해왔던 '정체성'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자유주의 때문에 우리가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체성은 타인이 정해놓은 잣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이 어떤 사람의 인격을 형성한다고 할 때 우리는 쉽게 '유전자'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인지과학, 뇌구조 등의 단어를 떠올리기 쉬운데 저자는 가변적인 잣대에 의해 우리의 인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요인으로 유전자나 가정환경 보다는 사회구조에 좀 더 무게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 정체성이 타인과 '나'와의 사이를 동일화 하거나 반작용, 즉 다름을 균형있게 맞춰간다면 괴물이 될 가능성이 줄어들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환경에 놓여져 있다면 어떨까? 신자유주의는 정통적인 자유주의와 크게 다른 점이 있는데 다름이 아닌 사회가 개인에게 해줄 수 있는 영역이 다른다는 점이다. 정통적인 자유주의는 오히려 지나친 복지정책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개인의 의사권을 상실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신 자유주의는 쉬운 말로 '능력주의'에 사로잡힌 것으로 개인의 능력여하에 따라 잘살고 못살고가 결정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정통적인 자유주의와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능력이 우선시 되고, 모든 책임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몰고가게 되면 개인이 갖게되는 정체성에도 당연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정체성은 개인의 특성들을 모아놓은 중립적인 단일체가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습득하거나 습득하지 않은 규범 및 가치와 더 관련이 깊다. - 본문 중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정체성은 위의 한 문장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이 아닌 우리 삶의 거울이 되어주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것처럼 유전적인 부분보다는 사회의 역할, 사회 전반적으로 중요시되는 사상, 즉 이데올로기가 중요한 역항르 차지하게 된다. 예전에는 종교가 그런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반이데올로기 역시 종교와 관련되어 일어났지만 요즘 시대는 더이상 '믿을 수 있는 존재'자체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어떤 서사를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고, 저자 또한 그런 생각을 한시적으로 갖기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서사를 만들어봤자 종교가 했던 역할을 이어받을 뿐이라면 결과는 똑같아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아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누군가 우리에게 숨겨진 어떤 존재가 있을 거라는 해석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자신을 찾는다고 하면서도 타인에 의해 비춰진 모습과 그들이 정해준 잣대속에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바로 그런 비판적 운동이다. 우리에겐 다시 동일성과 차이, 집단과 개인, 지시된 동일성과 자유로운 선택의 힘겹지만 꼭 필요한 균형을 회복시킬 정치체제가 필요하다. 이런 사회질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먼길을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좀 더 참여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진정한 자아를 아직도 찾고 있고, 그런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뇌와 유전자가 결정짓는다는 비주체적 사고를 버리늰 것과 이전에 정체성이란 것이 결국 타의에 의해 정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회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체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오해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 이후에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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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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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작은 헌책방, 울랄라. 일본어로 2년전에 출간된 책으로 한가지 반가운 사실은 책의 역자가 몇해전 재미있게 읽었던 [엄마의 도쿄]저자라는 사실이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것은 아니지만 엄마와 함께 했던 도쿄의 풍경을 숨김없이 고백하는 듯한 문체가 인상적이었는데 역서에서도 그런 잔잔하면서도 공감가는 분위기를 잘 녹여낸 것 같았다. 제목에 '오키나와에서'라는 부분이 들어간 것처럼 이 책의 주된 내용은 헌책방을 열었다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못하는 휴양지가 아닌 '오키나와'그 자체가 갖는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를 친근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저자인 우다 도모코씨는 대형 서점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지원해서 오키나와 분점으로 전근을 온 서점직원이었는데 오키나와에서 머물다보니 나름의 매력에 빠져 결국 사표까지 내고 헌책방을 인수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오키나와에서 서가배열 할 때 부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역 특성상 오키나와 현지 가이드북, 오키나와 현산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 위주로 서가를 꾸렸는데 저자도 처음에는 과연 향토색으로 다 채울 수 있을까 의뭉스러웠지만 의외로 현산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로도 충분했다고 한다. 정해진 메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현산 출판사 관련자들을 한 사람 한사람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키나와에서 영업중인 헌책방 업자들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친분과 소망들이 모여 오키나와로 전근 온 후 1년 반만에 자기만의 헌책방을 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중반까지 읽으면서도 저자이름을 제대로 염두하지 않아 남자분일꺼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서서 책을 나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가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이전과는 달리 늘 앉아있어야만 한다는 고충을 이야기 하면서도 시장사람들과 친해지는 법, 헌책방을 사러 오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쌓아가면서 풀어놓은 에피소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소망하는 유토피아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영업중인 작은 책방들도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처럼 성인 2명이면 꽉차는 좁은 '울랄라'에서도 음악회를 열기도 하는 등 나름 열심히 꾸려갈 뿐 아니라 오키나와에서는 진분(지혜나 능력)이 있는 여성이라면 장사를 한다는 말을 꺼내면서 열심히 꾸려가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이웃하고 있는 가쓰오부시 상점과 쯔게모노 상점 등 함께 영업중인 상인들과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오키나와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라고 볼 수 있다. 오키나와는 단순하게 일본땅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뿐만아니라 패전 후 미국의 소유로 넘어갔던 적도 있어 오키나와만의 특유한 색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산 출판사가 존재하는 것만봐도 오키나와 출신끼리의 결속력과 향수는 조금 부러울 정도이기도 했다. 부모님이 서로 다른 지역사람이다보니 저자에게는 이렇다할 고향이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사람에게는 이제 '오키나와 출신'이란 말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후반부에는 광저우 북페어에 초대받아서 강연도 하고 헌책도 판매하고 온 내용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헌책방을 포함,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상상해보는 그런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번 잡지에 책과 관련한 컬럼을 기고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책도 출판한 우다 도모코씨. 서점에서 10년동안 관련 업무를 해왔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읽으면서 느껴졌던 것 책과의 거리를 참 잘 조율하는 사람이라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듯이 어떤 책에 빠지거나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율하다보니 어떤 책을 마주하더라도 늘 흥미롭고 관심을 둘 수 있는 그런 상태. 일본에서 가장 작은 책방 울랄라를 읽다보니 지나치게 양적으로만 늘어난 내 책장이 못마땅해 덩달아 나도 책장정리를 해버렸다. 헌책을 팔고 다시 새책을 사오는 울랄라 고객들처럼 나도 이제 한 번 읽은 책,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라면 더는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우다 도모코씨처럼 적절한 책과의 균형을 이루는 일,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배웠고 관광지로만 유명했던 오키나와의 다른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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