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자들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위선자들]의 시작은 버려진 폐가이자 성매매가 행해지는 곳으로 유명한 장소에서 한 남자가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어려운 이웃을 매주 정기적으로 도울 뿐 아니라 가정에도 충실한 그 남자는 어째서 그런 일을 당한것일까? 하지만 알고보니 그 남자는 가부장적인 방식의 사로잡힌 사람으로 아내와 자녀들을 자기맘대로 벌주거나 다루는 것을 즐기는 그다지 좋은 남자는 아니었을거라는 것은 제목을 통해서 뿐 아니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차례차례 등장하는 남자의 사체와 그들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그 남자만큼 '죽어도 그다지 이상할게 없는'사람들이 아니었다. 범인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피해자들을 선택하고 죽이는 것인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유없는 묻지마 살인이라고 보기에는 역시나 껄끄러운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1편에서 헬렌의 숨기고 싶은 과거가 밝혀졌다면 2편에서는 헬렌 자매와 마찬가지로 유년기에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이가 제대로 된 치유나 회복없이 성장했을 때 어떤 모습의 성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린시절 학대받은 아이들 모두가 범죄자가 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에 비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굳이 어떤 연구결과나 통계를 가져오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M. J. 알리지가 정통적인 추리소설과는 방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범죄자의 이상행동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라고 제한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도 책임이 있음을 고발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읽었던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란 책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사회가 개인의 인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유전자보다 훨씬 크다. 오히려 유전적인 부분은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관련이 있을 뿐 한 인격을 공격적으로 혹은 반사회적으로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 세대에서 드러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저자가 고발하는 내용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정통적인 추리구성을 벗어난 스토리가 오히려 공감을 얻어내고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가하면 1편에서는 찰리의 아이가 죽고 스티브와 찰리의 관계 뿐 아니라 헬렌과 찰리의 관계도 암울하게 끝나버린다. 약간의 스포가 될 수 있겠지만 2편에서 찰리와 스티브, 찰리와 헬렌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함께 등장하는 아이도 다행히 헬렌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헬렌도 가학적인 대상이 되어야만 매일 같이 찾아오는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연약한 존재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어갈 뿐 아니라 그녀 주변의 생과사 뿐 아니라 희노애락을 결정지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결코 닮고 싶지는 않은 인물이랄까.


1편 이니미니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2편 위선자들을 읽었다. 1편을 읽은 독자들의 리뷰가 워낙 대단해서 기대를 꽤 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미리 밝히자면 1편을 굳이 먼저 읽을 필요는 없다. 어짜피 1편을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용이 이해가 안된다거나 인물관계를 명확하게 알고자 읽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2편을 읽고 믿고 읽는 1편이 되는 셈인것이다. 반대로 1편을 읽은 분들이라면 역시나 믿고보는 2편, 3편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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