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 - 요가, 세계여행, 그리고 제주에서 요가원 창업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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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 서평

요가와 관련된 에세이 혹은 소설을 많이 접했지만 곽새미 저자의 <행복은 살 수 없지만 요가는 할 수 있어요>처럼 읽는 중간 중간 요가 매트라도 할 번 펼쳐보고 그 위에서 읽을까를 고민하게 했던 책은 처음 인 것 같다.

이 책은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평범한 회사원이 회사 밖에서 망하지 않고 살아가게 된 이야기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요가 매트 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충분하다. 샨티. 6-7쪽

덮고 나서가 아니라 초반 부터 요가 매트위에 서고 싶었으니 작가의 바람은 충족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했던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건 동기부여와 위로였던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요가는 굳이 어딘가를 향해 가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참을 필요가 없다. 텐트에서도 요가매트를 펼쳤다던 저자에 비하면 작지만 내 집 거실은 얼마나 가깝고 넓은가.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은 초반부터 이처럼 쉽게 충족되었다. 그렇다면 위로는?

이렇게 요가로 회사 밖에서의 시간을 채우다 보니 좋아하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나는 요가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퇴사하고 요가로 채운 세계여행이 끝나고 나는 다시 회사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제주로 이주했다. 그리고 요가원을 열어 5년째 하게 되었다. 40쪽

서두에 저자가 밝힌 것처럼 저자에게 있어 ’요가‘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책방, 커피, 그림 등 그 무엇으로도 바꾸어도 무방하다. 내게는 아마 독서와 서평, 그리고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직업적인 위로와 함께 또 하나 위로가 되었던 것이 엄청난 불안도 정말 꾸준히 무언가에 마음을 더 옮기게 되면 해소된다는 희망이었다. 저자가 무려 28곳을 여행하며 늘 요가를 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엄청난 수업료 때문에 다른 방법을 택하기도 하고, 그 수업료를 납득시킬 만한 멋진 경험도 하지만 자신이 여행을 떠난 목적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쉬기 위한 여행인 만큼 무리하게 귀국 후 해야 할 일을 염려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다소 무계획적인 방법이 누구에게나 통용된다는 허세와 교만도 없었다. 하지만 저자에게 가장 부러웠던 것은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여행, 귀국 후 제주에서 살아갈 결심이 모두 혼자가 아닌 남편과 함께 였다는 것이다. 남편을 잘 만나서가 아니라 그런 저자의 선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는 것을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녀에게 일자리를 제안했던 일은 우연이라 하더라도 이후 제주로 와 저자에게 요가를 배운 사람들의 후기라든가 요가원을 운영하기 위해 함께 근무할 선생님을 채용하는 과정에서의 일들이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 느꼈다. 그런점에서 저자가 말한 요가가 유연하거나 체중감량이 아닌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주는 거라면 저자와 요가가 독자인 내게도 정말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아마 이런 좋은 관계를 읽다보니 요가매트를 자꾸만 펼쳐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세계여행을 하며 좋아하는 것으로만 시간을 채우다 보니 요가가 남았다. 여행지에서 요가를 하다 보면 여행이 일상같이 편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요가로 여행했던 도시나 공간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마찬가지로 제주에서 요가베르데를 찾아준 여행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194쪽

그리고 또 한 가지. 우연처럼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고 요가가 정말 좋아서 시작했더라도 현실적으로 만나게 되는 어려움이나 미리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다루는 부분이 요가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해도 요가의 경우 국가공인은 아직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 후 지도경험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알아봐야 한다든가, 요가를 하려는 사람보다 가르치려는 지도자가 더 많을 수도 있는 현실을 숨기지 않고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파트4에서는 요가원 창업의 실질적인 조언을 담았다. 책을 읽고 저자처럼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덕분에 요가하려는 마음, 저자가 요가를 좋아하는 만큼 내겐 독서가 그렇다는 것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곽새미 #행복은살수없지만요가는할수있어요 #제주요가 #푸른향기 #협찬
@yoga__verde @mangssam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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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환상곡 - 하태임 화가 첫 번째 에세이집
하태임 지음 / 프로방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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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임 화가 첫 에세이. 색채 환상곡🎨

기호와 문자로 소통되는 언어의 영역과 시각과 감성을 통해 전달되는 감동의 파장에 관해 고려해 볼 때, 본인에게 색채란 전통의 틀에 고정된 구조의 극복이자 나아가 억압으로부터의 구원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색을 고르는 일이란 즐거움인 동시에 억제되었던 욕구의 해방이다. 72쪽하태임 화가의 『색채 환상곡』은 작가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시각적 아름다움 너머에서 오랜 시간 컬러 밴드를 반복해 그려온 이유와 그 반복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를 그녀의 작업노트와 여러 인터뷰와 전시관련 글을 통해 들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저자의 작품을 이전부터 좋아했으면서도 그녀의 작업을 ‘하나의 색 위에 또 다른 색을 덧입히는 참으로 고단한 작업’으로만 오해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착각과 무지를 하나씩 짚어내며, 색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의 말처럼, 하나의 색이 지니는 의미는 각자가 살아온 기억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흔히 블루를 우울의 색이라 부르지만, 저자에게 블루는 오히려 따뜻한 색이다. 핑크 또한 소녀적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화해와 관용의 색으로 확장된다. 그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레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내게 블루는 어떤 기억의 색이었는지, 핑크는 어떤 시절을 통과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색을 더하는 그 사이사이의 틈새 시간에 책을 읽고 사유를 이어간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나 역시 그녀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나의 생각을 끼워 넣는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딸로서 살아가며 겹겹이 쌓아온 감정들이 색처럼 겹쳐진다.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았지만, 첫 스승이자 멘토였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 어머니와의 관계보다 아버지와의 기억이 더 선명한 딸이기에,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저자처럼 그 관계가 변함없이 이어지지 못했기에, 오히려 더 애틋하게 호출되는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Green to green.
색을 지칭하는 단어는 너무도 한정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린과 당신이 생각하는 그린은 수많은 경험과 기억의 차이들이 중첩되어 있다.
젤 좋아하는 색
누가 내게 물으면 난 아직도 연두색이라고 말한다. 99쪽

문장을 읽으며 색이란 결국 삶의 요약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방식이 이미 칠해진 색을 다른 색으로 ‘지우는 것’처럼 느꼈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 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 있어 살아온 시간 속에서 생긴 얼룩과 고통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또 다른 색을 얹으며 조금씩 다른 화면으로 나아가는 일. 지운다는 말이 은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색 위에 색이 놓이며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실존적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책 속 여러 장면 중 언급하고픈 또 다른 이야기는 오로라 여행에 관한 것이다.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독자라면 반색할 만한 내용일텐데 내가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 이유는 기대했던 장엄한 오로라를 마주하지 못했을 때의 저자의 태도였다.

까칠한 그녀는 오늘도 내게 등을 돌렸다. 구름 너머 어딘가엔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그녀. 나는 오늘도 그 존재를 믿는다. 눈에 담지 못한 장면은 마음에 새긴다. 그렇게 나는, 오로라의 흔적을 가슴에 품고 이곳을 떠난다. 147쪽

보지 못했음에도 믿고, 소유하지 못했음에도 품고 가는 방식. 책을 읽으며 느낀 저자의 담대함은 단순히 ‘쿨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간, 완전히 방전되었을 때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방식, 그리고 끝내 자신이 정한 방향을 품고 가는 태도까지. 그 모든 장면이 나를 오래 흔들었다. 특히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끝내 해내는 단단함까지! 덕분에 내가 가진 색과 방식으로 때로는 지우고 쌓아가면서 조금씩 완성되는 중이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주서평단 #색채환상곡 #하태임 #프로방스 @hataeim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프로방스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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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대학 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사는 나라 대만. 덕분에 기억이 가물거릴 만큼 오래된 추억인데도 ‘대만’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신베이터우 온천 사이에 자연친화적인 도서관 건물과 단수이의 노을 그리고 주밍 미술관의 군중미술까지 다양한 모습의 대만이 아른거린다. 단 한 번뿐이었던 여행인데도 그정도인데 10년 동안 17번이나 다녀온 이수지(리슈)님의 대만 여행기라니 표지만 봐도 정말 기대되었다.

이 책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유명한 곳을 방문한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여행을 함께하거나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나눈 일상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생각,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낸 스토리도 꾹꾹 눌러 담아냈다. 7쪽

그중에서 저자가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을 다룬 내용에서 정말 격하게 그리고 아프게 공감했다. 내가 보고 좋았던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다만 그 마음이 너무 크다보니 정작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놓치기 쉬운데 가족에게는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엄마와 오키나와를 떠났을 때, 무리하게 일정을 계획한 탓에 엄마는 중도에 지치고 힘들어하셨다. 정말이지 엄마와 떠나는 혹은 누군가를 위한 여행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대만이 아니라 엄마가 사랑하게 될 대만이어야’(39쪽) 하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알게 되었다. 그런가하면 저자가 남자친구와 떠난 ‘무계획’여행에 관한 내용도 와닿았다. 평소에 잘 챙겨서 떠나는 저자와 달리 남자친구는 이렇다할 계획 없이 떠났지만 오히려 느긋하게 도시를 즐기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무계획이 계획’(123쪽)인 여행에 호감이 생겼다. 그동안 계획을 잘 세우고 여행을 다니는 편이었고, 출산 이후 아이랑 떠날 때에는 더더군다나 이전보다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어쩌면 함께 세우는 계획이 아니라면 둘 모두 편안한 여행이 좋은 것 같다. 단 한 번뿐인 대만 여행에서 기대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경험했기에 아쉬움이 덜하긴 하지만 유독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아리산’을 다녀오지 못한 점이었다. 친구도 그 당시에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일정을 더 미룰 수가 없어 포기했던 그 아리산을 저자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함께 가보고 싶었던(188쪽)’ 여행지라며 소개해주었다. 사진도 함께 책에 실려있는데 저자의 경험과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때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왔어야 했었나 싶기도 하다. 저자의 여행에 대한 추억과 동행자들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현지에서 우연하게 만난 사람들과 함께 했던 내용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여행자라면 나처럼 추억에 한참을 잠겨 있게 될 만큼 즐겁게 읽었다. 반면 대만의 현재와 과거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먹고 즐기기만 한 여행책은 아니라는 지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끔 친구들에게 대만민국인이 되고 싶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소리를 내뱉는다. (…)
서류상으로는 바뀐 것 하나 없는 대한민국국민이지만, 언제든 일상처럼 오가며 반겨줄 사람들이 있는 내 세상이 하나 더 생겼다. 251쪽

자주 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현지인들과의 우호적으로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으니 좋지 않은 경험들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는데 ‘대만민국인’이 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아마도 그들에게도 잘 전달되었지 않을까. 다시 대만을 찾게 된다면 가장 높은 타워가 아니라 그곳을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을 오를 것이고, 아주 저렴하지만 제대로 힐링인 온천수에 발을 담궈보고 싶다. 특히나 그때만큼은 꼭 비 오는 날의 아리산을 만나고 싶다.

#이토록다정한대만이라니 #이수지 #대만여행 #푸른향기 #협찬
@prunbook @taiwanlix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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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임 화가 첫 에세이. 색채 환상곡🎨

기호와 문자로 소통되는 언어의 영역과 시각과 감성을 통해 전달되는 감동의 파장에 관해 고려해 볼 때, 본인에게 색채란 전통의 틀에 고정된 구조의 극복이자 나아가 억압으로부터의 구원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색을 고르는 일이란 즐거움인 동시에 억제되었던 욕구의 해방이다. 72쪽

하태임 화가의 『색채 환상곡』은 작가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시각적 아름다움 너머에서 오랜 시간 컬러 밴드를 반복해 그려온 이유와 그 반복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차이를 그녀의 작업노트와 여러 인터뷰와 전시관련 글을 통해 들을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저자의 작품을 이전부터 좋아했으면서도 그녀의 작업을 ‘하나의 색 위에 또 다른 색을 덧입히는 참으로 고단한 작업’으로만 오해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착각과 무지를 하나씩 짚어내며, 색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의 말처럼, 하나의 색이 지니는 의미는 각자가 살아온 기억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흔히 블루를 우울의 색이라 부르지만, 저자에게 블루는 오히려 따뜻한 색이다. 핑크 또한 소녀적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화해와 관용의 색으로 확장된다. 그 대목을 읽으며 자연스레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내게 블루는 어떤 기억의 색이었는지, 핑크는 어떤 시절을 통과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색을 더하는 그 사이사이의 틈새 시간에 책을 읽고 사유를 이어간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나 역시 그녀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나의 생각을 끼워 넣는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딸로서 살아가며 겹겹이 쌓아온 감정들이 색처럼 겹쳐진다.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았지만, 첫 스승이자 멘토였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 어머니와의 관계보다 아버지와의 기억이 더 선명한 딸이기에,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저자처럼 그 관계가 변함없이 이어지지 못했기에, 오히려 더 애틋하게 호출되는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Green to green.
색을 지칭하는 단어는 너무도 한정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린과 당신이 생각하는 그린은 수많은 경험과 기억의 차이들이 중첩되어 있다.
젤 좋아하는 색
누가 내게 물으면 난 아직도 연두색이라고 말한다. 99쪽

문장을 읽으며 색이란 결국 삶의 요약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방식이 이미 칠해진 색을 다른 색으로 ‘지우는 것’처럼 느꼈던 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 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 있어 살아온 시간 속에서 생긴 얼룩과 고통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또 다른 색을 얹으며 조금씩 다른 화면으로 나아가는 일. 지운다는 말이 은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색 위에 색이 놓이며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실존적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책 속 여러 장면 중 언급하고픈 또 다른 이야기는 오로라 여행에 관한 것이다.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독자라면 반색할 만한 내용일텐데 내가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 이유는 기대했던 장엄한 오로라를 마주하지 못했을 때의 저자의 태도였다.

까칠한 그녀는 오늘도 내게 등을 돌렸다. 구름 너머 어딘가엔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그녀. 나는 오늘도 그 존재를 믿는다. 눈에 담지 못한 장면은 마음에 새긴다. 그렇게 나는, 오로라의 흔적을 가슴에 품고 이곳을 떠난다. 147쪽

보지 못했음에도 믿고, 소유하지 못했음에도 품고 가는 방식. 책을 읽으며 느낀 저자의 담대함은 단순히 ‘쿨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간, 완전히 방전되었을 때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방식, 그리고 끝내 자신이 정한 방향을 품고 가는 태도까지. 그 모든 장면이 나를 오래 흔들었다. 특히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끝내 해내는 단단함까지! 덕분에 내가 가진 색과 방식으로 때로는 지우고 쌓아가면서 조금씩 완성되는 중이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주서평단 #색채환상곡 #하태임 #프로방스 @hatae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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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 김주하 앵커가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
김주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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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단순히 한 유명인의 불행을 들추어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장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어떻게 한 줌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다른 이를 위한 등불로 밝히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한 한 여성의 투쟁기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한 여성의 투쟁기라고 쓰여 있었다. 그가 왜 한 사람이나 언론인이 아닌 여성이라고 썼는지는 내용을 읽으며 바로 나온다. 여성에게 있어 가부장제와 결혼이 얼마나 큰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는지, 설사 행복하게 안락한 듯 보여도 그 안에서 끊임없이 울고 울어야 한다는 것을 나도 결혼하고 출산하기 전까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이는 듯한 여성운동이 과하게 느껴졌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저자에게는 무슨 시련이 있었을까. 우선 남성 위주의 방송국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도 자신이 직접 세팅까지 마친 폼을 빼앗겼을 때도 자신이 이룬 것과 변화시킨 것이 무엇인지, 작은 서운함보다 큰 것을 바라보았다는 점은 여전히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많은 여성 언론인의 상황을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는 표현이 조금도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또 저자가 ‘결혼을 잘못해서’라고 말하는 것도 억울한 감이 있다.

“보통 이혼의 사유는 외도, 폭력, 사치, 마약, 도박, 알코올 등 6가지로 나뉘는데 이렇게 모든 게 다 들어간 경우는 처음 봅니다.” 178쪽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겪은 기구함만을 바라보기엔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 또, 매 순간순간 등장하는 사회학 및 심리학 용어와 마치 사례처럼 등장하는 상황도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참고 스스로를 원망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 재구성’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언급하며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겠다고 각오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바람처럼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어려움에 놓인 분들이 읽고 용기를 가지실 수 있으면 좋겠다.

역경을 이겨낸 ‘생존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혼소송은 나에게 바로 이 서사를 재구성하는 첫걸음이었다. 나는 더 이상 숨거나 회피하지 않고,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222쪽

그녀는 자신의 신분만 피해자에서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졌다. 책 초반부터 기독교인임을 밝혔고, 또 그랬기 때문에 의심을 멈추고 결혼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그분을 위한, 이웃을 위한 삶을 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신앙인이 가져야 할 방향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흔들림 없이 저자가 향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와 미래의 역할이었다. 동시에 사는 동안 결코 멈추지 않을 고통을 견뎌내야 할 인간으로서의 마음가짐이기도 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걷던 그녀를 응원하거나 혹은 앞으로 그 길을 어떻게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나아갈지 궁금한 독자라면 꼭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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