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 김주하 앵커가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
김주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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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단순히 한 유명인의 불행을 들추어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장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어떻게 한 줌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다른 이를 위한 등불로 밝히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한 한 여성의 투쟁기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한 여성의 투쟁기라고 쓰여 있었다. 그가 왜 한 사람이나 언론인이 아닌 여성이라고 썼는지는 내용을 읽으며 바로 나온다. 여성에게 있어 가부장제와 결혼이 얼마나 큰 위험부담을 가지고 있는지, 설사 행복하게 안락한 듯 보여도 그 안에서 끊임없이 울고 울어야 한다는 것을 나도 결혼하고 출산하기 전까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이는 듯한 여성운동이 과하게 느껴졌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저자에게는 무슨 시련이 있었을까. 우선 남성 위주의 방송국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도 자신이 직접 세팅까지 마친 폼을 빼앗겼을 때도 자신이 이룬 것과 변화시킨 것이 무엇인지, 작은 서운함보다 큰 것을 바라보았다는 점은 여전히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많은 여성 언론인의 상황을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는 표현이 조금도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또 저자가 ‘결혼을 잘못해서’라고 말하는 것도 억울한 감이 있다.

“보통 이혼의 사유는 외도, 폭력, 사치, 마약, 도박, 알코올 등 6가지로 나뉘는데 이렇게 모든 게 다 들어간 경우는 처음 봅니다.” 178쪽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겪은 기구함만을 바라보기엔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 또, 매 순간순간 등장하는 사회학 및 심리학 용어와 마치 사례처럼 등장하는 상황도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참고 스스로를 원망하고 하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 재구성’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언급하며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겠다고 각오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바람처럼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어려움에 놓인 분들이 읽고 용기를 가지실 수 있으면 좋겠다.

역경을 이겨낸 ‘생존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혼소송은 나에게 바로 이 서사를 재구성하는 첫걸음이었다. 나는 더 이상 숨거나 회피하지 않고,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222쪽

그녀는 자신의 신분만 피해자에서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졌다. 책 초반부터 기독교인임을 밝혔고, 또 그랬기 때문에 의심을 멈추고 결혼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그분을 위한, 이웃을 위한 삶을 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신앙인이 가져야 할 방향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흔들림 없이 저자가 향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와 미래의 역할이었다. 동시에 사는 동안 결코 멈추지 않을 고통을 견뎌내야 할 인간으로서의 마음가짐이기도 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걷던 그녀를 응원하거나 혹은 앞으로 그 길을 어떻게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나아갈지 궁금한 독자라면 꼭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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