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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평점 :
마스다 미리 신작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평균 연령 60세 가족이라고 하면 어르신 세분이 함께 동거동락 하는 이야기 인가 싶겠지만 70세 전후 부모님과 함께 사는 40살 미혼 여성의 이야기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마냥 웃으며 볼 수 없는 만화라고나 할까.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다 하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신간이 나올 때 마다 챙겨서 보았다. 단 이 책의 가장 부러운 점은 엄마가 미혼 딸을 구박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짓궂게 놀리면서 '40'세 라는 나이를 가지고 놀리기는 해도 왜 남들처럼 결혼을 못하냐는 핀잔은 주지 않는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남녀가 부모님께 하는 가장 크고 대표적인 효도가 성공이나 성실하게 살아가는게 아니라 '결혼'이다. 그래서 반대도 심하고 참견도 많이 하신다. 평생을 수십년을 다른 방식과 다른 가정에서 살아온 사람과 살아가야 하는 결혼을 효도하기 위해, 억지스레 결혼하라고 떠미는 까닭을 도저히 알 수 가 없다. 그렇게 해도 다들 잘 살아왔다고 하지만 잘 살았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만화를 보면서 사와무라 어머니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다행히 우리집 부모님도 사와무라 가정과 비슷하지만 주변사람들이 더 난리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다. 첫번째 공감은 바로 이런 미혼인 자식들의 속사정이라면 두 번째 공감은 이제 나이들어 은퇴하신 가장, 우리 아버지를 볼 때 느껴지는 측은함과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이같은 순수한 모습이다.
"'멋지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란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서른까지 였어~"
사와무라 시로씨는 은퇴하고 운동하러 스포츠 센터 회원이 된다. 트레이너를 보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고 고민하다가 발견한 게 양말의 길이었다. 젊은 친구들은 양말을 신었을 때 복숭아뼈가 보일랑 말랑하지만 어르신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정강이 가깝게 올라오는 양말을 신으신다. 이거야 헬스클럽이나 공원 등 운동하는 장소에 나가면 한번 쯤 목격했을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젊어 보인다는 헬스 여직원의 말에 갑자기 열의가 생기고 젊은 사람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려는 시로씨의 모습도 귀여웠다. 한 살 어린 엄마 사와무라 노리에씨는 엄마들이 자주 쓰는 핑계를 대고 딸을 놀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찬장이나 가구위, 싱크대 아래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가지각색의 그릇과 생활용품들이 쌓여있다. 유튜브에 인기 있는 영상 중 하나, 아시아 엄마들은 결코 비닐봉지를 버리지 않는다가 생각났다. 노리에씨는 기억이 가물가물 해진다고 핑계대지만 딸 히토미씨는 결코 져주지 않는다. 어릴 때 부터 봐왔으니 이제는 제발 정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내게도 있다.
엄마 : 아빠가 퇴직한 뒤, 연금으로 살게 되니 불안하다고 할까, 왠지 잘 못 버리겠더라.
딸 : 엄마......는 무슨, 저 상자 내가 꼬마 때부터 있었다고!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개별 적으로 봐도 재미있지만 한 권을 다 읽고 났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매력이다. 이렇게 소중한 가족, 친구, 직장이 내게 있구나 싶다가도 결국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게 벅차게 감동적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주인공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할 때도 있지만 투정도 부리고, 때때로 어리석을 만큼 엉뚱한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이 투영된 만화가 점점 좋아진다. 다 비슷해 보여도 안으로 들어가보면 조금씩 다른 하루가 펼쳐지는 것처럼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이전 작품과 다르지 않아 보여도 막상 들여다 보면 공감하고, 웃고, 결국 감동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