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의 향기 - 다람살라에서의 38년, 청정 비구의 순례와 수행과 봉사의 기록
청전 지음 / 담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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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속의향기 #청천 #수행 #dharamsala

그림자 속의 향기

“자신의 길을 잃지 말고,
다른 사람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라! 라마 어른 스님, 61쪽

기독교 구약성경의 야훼 신을 대변한다는 예언자들의 활동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늘 그들은 미래를 말하는 게 아닌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말하며, 잘못되어 가는 것은 그 자리에서 질타를 했다. 40쪽

“종교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가지로 보면 그 수가 많지만, 줄기로 보면 단 하나뿐이다.”
마하트마 간디, 143쪽

기도란, 첫째, 남이 안 보이는 데서 하는 것이다. 190쪽

순례란 순수 내면의 내적인 자기 변화가 와야 한다. (...)
순례 이후 자기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성지순례의 목적인 것이다. 240쪽

나는 사람을 돕는 일이 최고의 불공이라고 법문 시간에 늘 반복하여 말한다. 207쪽

한국에서 나고 자라 교대에 진학했던 청년이 먼 나라 인도 다람살라에서 38년을 청빈한 비구로써 수행하고 봉사하며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사회에 대한 환멸과 타락한 종교와 종교인들을 떠나 자리한 그곳에서 청전 스님이 만난 성인들의 이야기가 시작부터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철저한 금욕과 최소한의 음식만 허락하며 깊고 깊은 수도원 지하방에서 혹은 겨우 한 사람 정도가 기거할 수 있는 작은 방에서 수행하는 이들도 있지만 청전 스님처럼 세상 속에 속해있으면서도 온전히 홀로 수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진지하고 무겁고 비판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따금 스님께서 경험한 진귀한 체험과 기적이란 말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마치 천일동안 살의를 접고 이야기를 들었던 누군가의 모습이 내게서 비친다. 좋은 말씀이 마음 속 악함을 물리치듯, 스님께서 적어간 글자들이 내 안에서 여전한 욕망과 이웃에게 눈 돌리지 못하는 나의 비겁함과 옹졸함을 찬찬히 깨뜨려주신다. 무엇보다 불자가 아닌 나와 같은 이들에게도 간디가 남긴 위의 말처럼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의 신앙과 믿음이 결코 폭력과 와해로 이어지지 않고 각자의 열심으로 선을 이룬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수행과 봉사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노스님들을 모시고 바다여행을 가고, 순례여행을 다녀오신 이야기, 대학교 강연을 마치고 마치 군대에서 꿀 같은 휴가를 받고 나와 식도락을 즐겼 듯 방문한 나라와 이웃한 국가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들려주시는 가톨릭 신부와 스님들의 이야기가 재미도 있고 깊이도 있어 좋았다.

비가 몹시 내리던 날도, 무더위에 마음마저 무뎌지던 날에도 청전 스님의 글 덕분에 덜 흐트러지고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 감사하다. 스님은 물론 스님이 계시는 인도와 한국의 거처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와 안녕한 날들이 이어지길 낮은 마음으로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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