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여성들이 물려준 업적을 현대의 여성 작가와 독자들이 계승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여성 문학의 연속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여성 문학의 이러한 면은 고전이라는 “수세기 너머에 가 닿을 너른 바다” 앞에서 우리가 즐겁게 유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12쪽저자의 제인 오스틴의 여성 문학의 시작점인 줄 알았으나 문학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그 이전의 이미 여성 문학 서사를 발견한다. 덕분에 나와 같은 독자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고전 문학속 여성 작가들의 작품의 주요 내용과 집필 배경 등을 흥미롭고 유쾌한 문체로 만날 수 있었다. 과거의 여성 작가들은 생계를 위해 집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문학은 물론 일반적인 교육을 받는다는 것도 흔하지 않아 ‘독학으로 글을 배워(10쪽)’ 오히려 주제나 문체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보다는 편지형식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성의 편지쓰기는 남성의 편지쓰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감정을 어루만지고 탐구하는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형식이었다고 한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무방하다. 특히 12세기, 엘로이즈의 이야기는 범죄소설에 등장할 법한 내용이라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당대 석학이자 유명인사였던 서른아홉의 아벨라르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22살이나 어린 엘로이즈에게 저지른 것은 범죄라고 밖엔 보이지 않는다.교육을 한다는 이유로 사랑이 요망하는 별실, 떨어진 방이 제공되었네. 책이 펼쳐져 있었지만, 철학 공부보다는 사랑의 이야기가 더 많았고, 학문의 설명보다는 입맞춤이 더 빈번했으며, 내 손은 나의 책으로 가는 일보다 더 자주 그녀의 가슴으로 갔던 것이네. (…) 의혹을 보다 잘 피하기 위하여 때로 나는 매질을 가하기 까지 했다네, 그것은 분노의 매질이 아닌 사랑의 매질이었으며…63쪽그녀가 아벨라르에게 당한 것은 엄연히 폭력이었다. 결과적으로 엘로이즈는 결혼이 아닌 여성 수도자가 되어 자신이 바라던 ‘아스파스아’와 같은 삶을 살았고 무엇보다 여성철학자로서 공적인 문서에도 그 기록이 남았을 만큼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신을 향한 그녀의 열정과 철학에 대한 학구적 열망이 그녀 자신 뿐 아니라 여성들의 삶을 남성과 사회로 인해 강제당하고 억압으로 끝맺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여성의 교육적 기회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부족할 뿐 아니라 금기에 가까웠던 상황을 적확하게 보았을 뿐 아니라 ‘1405년 <여성들의 도시>를 집필’(101쪽) 하였다. 다만 이 책은 현재 절판 상태라 비포 제인 오스틴을 계기로 재출간 소식이 들려오길 개인적으로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이 가장 부흥했던 14세기~16세기는 어땠을지 궁금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르네상스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심지어 오히려 이전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떨어지고 통제는 더 심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여성의 공적활동은 금기였지만 그럼에도 벤의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혐오는 여전했기 때문에 남성이 아닌 여성이 쓴 성적 표현에 대해 비난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돌파했을 뿐 아니라 당당하게 펜으로 대응했다.남성 작가들은 가장 문란한 생활을 하고 가장 음란한 작품을 쓰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려고 몰려들지만 단지 여성이 썼다는 이유로 부도덕한 것으로 여긴다. (…) 내가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나의 남성적 부분 내 안의 시인에 대한 특권이다. (149-150쪽)여성 작가들이 남긴 문학들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독학으로 익혀 생계를 위해 소명처럼 쓴 글들이 대부분이라서 형식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고 다채롭게 넘나든다. 여성혐오나 차별적 사회체재는 그녀들의 신념을 지속적으로 무너뜨리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지만 책을 읽는 내내 탄성이 나올 만큼 여성 스스로가 여성의 이야기를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고전 문학에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새로이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바람을 넘어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성별을 넘어 ‘쓰고자 하는 열의’에 차올랐다는 사실일 것이다. #비포제인오스틴 #홍수민 @dulnyouk_pub #여성작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