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 도구 -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김자영.이진주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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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박 5일의 일정으로 서울둘레길을 걸었다. 필요한 것들을 배낭에 넣고 종일 걷다 숙소에서 묵는 일을 5일간 반복하였는데, 그때 배낭에 챙긴 짐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무게로 치면 약 3~4kg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갈아입을 옷을 제외한다면 물건은 더 적어졌다. 고작해야 화장품 약간, 핸드폰 충전기 따위였다. 5일간 불편함 없이 여행을 하였는데,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놀라움이 있었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착각이었다. 나는 매일 호텔방에 묵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는 내게 필요한 것들을 '대여' 방식으로 제공했고, 그 덕분에 나는 얼마 되지 않는 짐만 가지고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살아만 가는 것'과 '쾌적하게 살아가는 것'에는 더 큰 차이가 있다. 그 정도 짐만으로도 큰 불편함 없이 여행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 정도 물건만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있다. 일테면 내 주방에는 총 3개의 칼이 있다. 일반 식도, 과도 그리고 빵칼이 그것이다. 일반 식도 하나만으로도 그럭저럭 요리를 할 수 있겠지만, 크기가 작은 과도나 톱날 형식으로 된 빵칼이 있다면 요리의 편의성은 더욱 커진다. <월간 생활 도구>가 말하는 '생활 도구'의 정체도 그렇다. 우리의 삶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도구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생활 도구'이다.

이 책은 김자영, 이진주 두 저자의 합작이다. 건축과를 졸업한 두 저자는 온라인에서 카탈로그 상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생활 도구를 사용해봤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1년 12달에 맞춰 그들이 사용해 본 46개의 도구를 소개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도구들은 정말 다양한다. 아이스크림 스쿱부터 연필, 꽃병, 책갈피 등 일관성없지만 우리 삶을 감싸고 있는 물건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건축을 전공하고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는데, 46개의 도구들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는 디자인적으로 멋지다는 것이었다. 같은 물건을 사도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사게 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정말 '자랑할만 한' 취향이구나 싶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책의 표지디자인이었다. 책의 표지엔 형압으로 가운데를 움푹 들어가는 효과를 주었는데,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파본인가 싶었다. 움푹 들어간 곳에 인쇄되었어야 할 어떤 것이 인쇄되지 않았었나 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물건들은 생필품이 아닌 것들이 많았고, 실제 책 내부도 다양한 물건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책표지는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이라니, 책에 담긴 내용을 표지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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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다이어리 1
임현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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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구석에 언제나 이야기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굳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언젠가 풀어놓게 된다. 그것의 형태가 글이든 그림이든 만화든간에 말이다. 임현 작가는 자신의 안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플랫다이어리>라는 웹툰으로 풀어놓았다.

웹툰 초창기에는 일상툰이라는 장르가 큰 주목을 받았다. 마린블루스, 스노우캣 같은 작품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일상툰이 지겹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일상이 다른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플롯이 필요하다. 일상이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사건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짜임새 있는 구성이 필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임현 작가는 그러한 '기획'이 좋다.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작가의 이력에 우선 흥미가 간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입사한 회사에서 영업 및 사무일을 5년 정도 하다가 퇴사한 후 그는 웹툰 작가에 도전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플랫다이어리>에 소개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작품은 작가의 재미있는 삶에서 나온다.

하지만 작가의 재미있는 삶은 재미있는 작품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임현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승-전-결로 깔끔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감동과 공감이 있다. 웹툰으로 연재하던 시절부터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작품이었지만, 출간된 책 또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었다. 그의 이야기에는 완급이 있어서 어떤 에피소드든 재미가 있었다.

이 훌륭한 작품, 그리고 작가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좋아하던 웹툰이 종이책이라는 실물로 나온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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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레시피
이누카이 쓰나 지음, 김보화 옮김 / 벤치워머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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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레시피>는 일본인인 작가 이누카이 쓰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재한 "번아웃 됐을 떄를 위한 간단 레시피" 를 정리해 낸 책이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밥을 하기도 귀찮을 정도로 지쳤을 때 간단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에 대한 책인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진짜 번아웃 됐을 때 할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최소한의 노력과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정말 지쳤을 때 하게 되는 요리는 계란후라이에 밥비벼먹기 or 라면끓여먹기 정도일 것이며, 그쯤 되면 집 앞 편의점에서 적당한 것을 사와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용은 제목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굳이 제목을 해석하자면 "요리에는 관심이 있으나 어려운 요리에는 자신이 없는 사람" 정도가 보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체력을 %로 분류하여 난이도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고 있으며, 그 안에 담긴 요리 방법들이 어쨌든 간단하기는 하기 때문에 혼자~2명 정도가 살아가는 가구에게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소개된 음식들이 일본식이라는 것이었다. 간단한 레시피라기에는 그 속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이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간단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제목처럼 번아웃 된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요리책이라기엔 복잡하다는 느낌이며, 초급 일본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딱 절절한 요리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 디자인과 구성이 귀엽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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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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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광주'란 민주화운동의 상징과 같은 도시로 느껴진다. 광주를 생각할 때는 다소 진지해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86년생인 나에게는 솔직히 엄청 가까이 와닿지는 않았다. 나보다 조금 윗세대들에게 광주는 보다 뜨거운 것이었으리라.

그러다 군대를 광주로 가게 되었다. 광주에서 '군인'으로 생활한다는 것에 별다른 생각과 고민은 없었다. 그러다 5월 18일에 외출 및 휴가 등이 제한되는 일이 있었다. 군복을 입고 시내를 활보할 경우 시민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사유에서였다. 그제야 비로소 광주라는 개념이 갖는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반면 나보다 더 어린 '요즘 세대' 들에게 광주는 어떤 모습일까? 그냥 지방의 한 도시 정도로만 느끼는 게 아닐까? <요즘 광주 생각>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40년의 시간이 지난 시간에 '요즘 세대' 가 느끼는 광주에 대한 것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이 책에서 인터뷰하는 대상들은 다양하다. 교사, 역사학자, 도시 연구가, 독립서점 주인 등등 광주와 연관이 있는 12명의 인물들이 광주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이 책은 필연적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져나간다. 한국에서 광주는 결코 민주화 운동과 떼놓을 수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40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겐 무척 긴 시간이었을 수 있으나, 다른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2년간 군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정이 든 도시여서 그랬는지 이 책을 읽는 일은 무척 즐거웠다. 두텁지 않은 볼륨에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으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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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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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21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입이 아프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살펴보면 선거의 중요성을 알게 될 일을 여러 번 겪어왔다.

사실 따져보면 선거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은 모두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 강준만 작가의 이 책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쇼핑(무언가를 소비하는 행위)에 담긴 정치적 행동주의에 대한 책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마트에 가면 지역 상점보다 물건을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소비함으로써 나가는 '돈'은 대형 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에 가게 된다. 반대로 지역 상점에서 물건을 산다면 물건의 개별 가격은 조금 높을 수 있으나, 내가 쓴 돈이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가게 된다.

단순히 자본주의의 측면에서 보자면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게 더욱 효율적이나, 지역 상점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의도를 가지고' 소비를 한다면 조금 덜 효율적이나, 자신의 '정치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 특정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의 윤리가 문제가 되어, 해당 브랜드를 불매하는 것 또한 이러한 '정치적 행동주의' 중 하나일 것이다.

강준만 작가는 그동안 다른 책에서도 보여줬던 대로 이 책 또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정치적 행동주의'에 대해 서술한다. 총 8장에 걸쳐 다양한 테마와 그에 맞는 사례로 쇼핑이 왜 투표만큼 정치적인 행동인지에 대해 말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사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특정 이념 (환경주의, 페미니즘 등) 들이 관심을 받고 성장하며, 해당 이념에 따른 소비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대 사회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기에 적합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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