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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항아리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6
정병락 (지은이), 박완숙(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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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예전 살아계시던 할머니댁에 가면 마당 한귀퉁이에 온갖 모양의 옹기들이,
온갖 크기로 옹기종기 모여 있던 모습이 떠올려집니다.
예전엔 빛깔 곱고 화려하기까지 했던 자기류에 밀려서 제 빛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지금은 가벼운데다 깨지지도 않는 스테인리스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의 ‘실용성(?)‘에 밀려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것..
[숨쉬는 항아리]는 그렇게 한번도 귀하게 쓰임받지 못했던 옹기중 특히 항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의인화된 표현을 빌어 재미있게 아이들에게 다가서려고 합니다.
항아리의 재료는 자연(흙)이라는것,
손으로 빚기도 하고 물레를 돌려 만들어 진다는것,
뜨거운 가마에서 구워진다는 것,
이렇듯 어떻게 옹기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우선 다루어주고 있습니다.
그런후 의인화된 옹기의 재미난 이야기가 시작되죠..
이쁜 항아리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한 작은 항아리는
“나만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하고 슬퍼합니다.
그렇게 슬퍼하는중 작은 항아리는 친구 항아리들에게서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되죠..
“우리는 숨쉬는 항아리란다.”
그리고 작은 항아리는 드디어 숨쉬기 실습(?)에 들어갑니다.
소금물이 담기고 된장이 될 메주가 담기죠..
작은 항아리는 숨쉬기를 통해서 훌륭하게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내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먹는 된장과 간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항아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항아리에 담긴 메주가 이렇게 말하죠..
“정말 걱정이야, 우리는 숨을 쉬어야 좋은 된장이 될 텐데.”
메주의 걱정에 대한 항아리의 자신있는 대답,
“걱정마, 까맣고 못생겼지만, 이래봬도 내가 바로 숨쉬는 항아리야.”
비록 까맣고 못생겨서 이쁜 항아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긴 했지만
장식용으로만 쓰이는 항아리들과는 달리 작은 항아리는 우리네들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먹거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으니
그런 장식용 항아리들과는 더 이상 견줄바가 안되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겠죠..
[솔거나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소재가 모두 그렇듯이 이 항아리도 이제 서서히 우리들의
생활에서 조금씩 자취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지는 소재가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하은이가 어른이 되었을땐 어쩌면 책에서나, 아니면 기억에서나 접할수
있는 소재가 되지나 않을까 생각됩니다.
책의 제목인 [숨쉬는 항아리]에서 엿볼수 있듯이 항아리는 어쩌면 살아있는 생명체인지도 모릅니다.
진흙과 모래알갱이에서 생긴 미세한 틈으로 계속해서 산소를 공급하고 또 속에서 나온 노폐물을
구멍으로 걸러내면서 김치나 된장, 간장 등의 미생물이 섞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을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생명체, 그래서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그렇게나 열심히 항아리를 닦지 않으셨을까요?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말예요..
책뒷부분에 항아리외의 다양한 옹기에 대해 언급해주고 있네요..
양념이나 꿀등을 담는 양념단지, 가정에서 식초를 만들때 사용하는 촛병, 젓갈류를 담는 젓동이,
소주를 만들때 사용하는 소줏고리, 인뇨를 담아 밭으로 옮길때 사용하는 장군..
그 외에 용도와 지방에서 부르는 이름에 따라 대독·중두리·방구리·시루·자배기·서래지·뚝배기·삼중단지
등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을 닮은 우리네의 옹기..
제대로 평가를 받기도 전에 생활의 편리성에 밀려 차츰 퇴락해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