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요리책은 결혼한 여성을 가정의 수호자이자 요리를 포함한 집안을 담당하는 주체로 호명했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음식과 함께 사진 안에 담음으로써 가정 요리와 여성을 한데 묶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휘했다(Horner, 2000; Neuhas, 2001)." - 전자책 59% 지점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서 가져온 구절. 

오늘 아침 무심코 클릭한 아래 이미지들을 보면서 이 구절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아주 '정치적'으로 느끼고 말았다. 





알라딘굿즈 코너에서 '물리치료사가 만든 일상·스포츠·재활 보호대'라는 설명으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제품들이다. 뭐, 별 생각없이 보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이미지들. 내 눈은 하나의 사진에 오래 머물렀는데 그건 젖병을 들고 있는 여자의 손 사진이다. 젖!병! 하고많은 물건 중에 젖병! 그래, 수유하는 엄마들 손목 아작나는 거야 어제오늘 일 아니고 진심 그 부서지는 손목의 고통에 절절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모든 여성이 수유하는 여성은 아니잖아? 여성 = 어머니 = 아기 = 모성, 이런 거 이제 좀 그만 합시다???? 저 젖병을 울퉁불퉁 힘줄 뽱 누가 봐도 남자가 분명한 손이 들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른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젖병 옆 화분에 분무기 칙칙. 그래 수분공급 중요하지. 그런데 분무기 칙칙과 발목은 무슨 상관? 발목만 잘 보이면 되지 왜 옷은 저렇게 짧아? 화분에 물 주는 거 남자도 하잖아? 이건 뭐 여자만 사서 쓰라는 건가. 굿즈 구입하는 성별이 여성에 치우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하다. 그리고 여자들 다 실내에 있어! 발목 무릎 이런 데 운동하다 다칠 확률 높은 거 아닌가요? 그럼 운동복 입히고 밖에서 찍으란 말이야. 왜 다 집안에서 저러고 있어!!! 명색이 인터넷서점인 알라딘에서 손목보호대 선전하려고 찻잔 들고 있는 사진이라니, 이건 책 말고 굿즈로 잔을 더 사라는 말인가방구인가. 물론 이 브랜드 알라딘 거 아님을 잘 안다. 싸잡아서 욕하는 거다. 

그 아래 사진은 더 열받아. 



무릎보호대 야외사진 나왔네! 남!자!로! 그 옆 여자는 실내에서 스트래칭 중이다. 하. 이거 좀 바꾸라고. 산에 올라가는 거 여자 사진, 집에서 요가하는 거 남자 사진! 얼마나 좋아?!!!! (왼쪽 사진이 여자라고 우기면 뭐 할말없다. 아예 다 성별을 알 수 없게 바꾸던가.) 


이렇게 우리는 광고 이미지 하나의 '이데올로기 효과'를 아주 쎄리맞고 있다지요. 


+ 손목보호대 진심 사고팠는데 이미지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불매! 상품에 아무런 불만 없다. 어디서 누가 만든 건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광고이미지에 발끈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에 메일 쓸 생각 안 하고 페이퍼에다 주절주절. 다른 굿즈들 사진도 둘러보고 싶었으나 시간 너무 많이 걸림.@@ 


+ 안다. 네*버 쇼핑만 가도 이렇게 욕할 게 널렸지. ㅠㅠ 하나씩 다 욕할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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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9-22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플러스 저는 참 거슬리는 게 동화책에서 엄마가 등장할 때 앞치마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창작동화들은 별로 안 그런 것 같은데 예전에 나온 전집류에는 흔하더라구요.. 아니 전 엄마지만 앞치마 안 하는데?? 아빠가 앞치마 할 수도 있는 건데 말이죠. 엄마는 집에서 앞치마 두르고 나를 챙겨주는 사람.. 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것 같아 싫더라고요.

난티나무 2022-09-22 18:18   좋아요 2 | URL
저 안 그래도 저기 저 사진에 앞치마인 듯한 옷에 태클 걸려다가 참았는데요.ㅠㅠ 동화책 뿐이겠습니까...ㅠㅠ 앞치마도 ‘중산층 주부‘의 상징인 거 같아요. 예전에 그런 말 많이 들었잖아요, 걔네 집 가면 걔네 엄마는 원핏 입고 앞치마 하고 창문에 커튼이 계절따라 바뀐다고, 그거 부럽다고, 아 물론 제 주변엔 그런 집이 없어놔서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게 엄마라는 존재의 허상이자 환상이었죠.

거리의화가 2022-09-22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의 직업에 대한 한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이 책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여성의 직업 범위가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미디어 등에서는 여전히 여성을 서비스나 돌봄이, 지키미 이런 류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려고 하는데 이젠 그럴 때가 지난 거 아닌가요. 하물며 결혼한 여성은 집에서만 있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입니다.

난티나무 2022-09-22 18:22   좋아요 2 | URL
그러니 그 근시안적 생각이 얼마나 뼛속깊이 세뇌되어있는 건가요.@@ 아무 생각 없는 재현 이제 좀 그만 봤으면 좋겠어요. 변하긴 하겠지만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ㅠㅠ

책읽는나무 2022-09-22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에서 앞치마를 잘 안해서 면티셔츠들이 죄다 얼룩지고 헤져 옷이 엉망이거든요. 어차피 옷이 험해질테니 집에서 전용?으로 입는 옷들은 어둡고 낡은 옷들로 입어요. 저는 예전부터 텔레비젼 같은 가전 광고를 볼 때 주부들이 하나같이 외출복 같은 밝은 심지어 화이트나 예쁜 파스텔톤 옷들을 우아하게 입고 모두가 군살 없는 예쁜 몸매에, 미용실 다녀온 듯한 예쁜 머리에, 고운 화장에, 관리된 외모와 온화한 자태의 주부 모습을 보면 한 번씩 현실감이 없어 칙칙한 내 모습과 괴리감 들어 혼자서 궁시렁 궁시렁 거릴 때 있었어요.
저런 모습을 보고 모두가 환상을 품게 되어 집에 퍼져 있는 주부는 무척 게을러 보이잖아요?ㅋㅋㅋ
난티님이 올려 주신 사진도 여성이 실내에서 손목 발목이 나가도록 집안일을 죽어라고 한 듯한 이미지를 주네요~ 그리고 몸매는 관리된 듯하게 다들 매끈하구요.

난티나무 2022-09-22 18:29   좋아요 2 | URL
플러스 젊은 여성!!! 왜 나이 있는 여성 모델 남성 모델은 없는가! 손목발목 나이 들면서 더 안 좋은데! ^^;;;; 아이고 허리야....ㅠㅠ
집에서 ‘꾸미고‘ 있는 것도 강요이자 강박이죠.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때로 스스로를 존중하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한다고들 하는데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해요. 1인 가족일 경우는 그게 가능하지만... 흠.
기죽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환상이야!!!

mini74 2022-09-2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이런걸 하나 하나 다 신경쓰냐 피곤하게!! 혹은 까탈스럽게! 라고 말하는 이들이 범인이다 라고 생각해요. 난티나무님 파이팅 ! *^^*

난티나무 2022-09-22 18:30   좋아요 1 | URL
아 진짜 그런 말 너무 싫죠.ㅠㅠ 세상은 좀 까탈스럽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라로 2022-09-22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꾸라고에 저도 찬성!!! 바꿔!!!! ㅎㅎㅎ

난티나무 2022-09-22 18:33   좋아요 1 | URL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