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지> 는 서문부터 읽기가 힘들었다. 내용이 힘들었던 게 아니라 문장이 힘들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혹 번역의 문제인가 싶을 정도로 파악이 어려웠다. 이런 느낌은 4장을 읽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줄어들지 않는다. 왤까. 집중이 안 되는 이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임신 중지'는 단순히 임신 중지 하나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과 연결되어있는 모든 것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따라서 나는 한 문장을 읽으며 수많은 생각을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들을 모두 적으면 그 양이 어마어마할 것같다. 화가 나니 욕도 하고 원망도 저주도 한다. 이노므 썩어빠진 세상, 여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오늘도 억압받으며 생존하고 있는 여자들이 한꺼번에 한덩어리가 되어 생각 속으로 들이닥쳐서 가슴이 터질 듯하다. 피임,이라는 단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지, 남자들은 모를 것이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몇 문장 읽지 않고 생각에 잠기느라 다음 문장을 건성으로 읽고 다시 되돌아가 읽고 그러느라 집중을 못 하는 거 아닌가 하고. (가끔 한글책을 읽는데도 한번에 이해가 안 되는 경험은 참 하고 싶지 않은데 이럴 때마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읽는 거 맞나, 참 못 읽는구나, 의구심이 모락모락...) 


책 중반을 넘어서자 조바심이 솟구친다. 짬짬이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해두기는 했지만 글을 쓰기에는 턱도 없는 생각 쪼가리들이고, 그것들도 아직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임신중지를 이야기할 때 항상 튀어나오는 질문 중 하나. 태아는 언제부터 생명인가? 여기에 대답하기란 참 곤란하고 어렵다는(예전부터도 그랬다)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지금은, 이 질문 자체가 좀 황당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들. 에일리언이 몸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여성, 시고니 위버의 얼굴. 아무 생각없이 프라이팬에 툭 깨뜨려 구워먹는 달걀.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이미지들이 떠오르는지는 좀더 생각해봐야 겠다. 아니 어떤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해. 아무튼 어려운 질문임에는 틀림없는데 왜 우리는 이 질문이 어렵다고 생각하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지나친 인간중심주의, 새생명중심주의,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얽히고설킨 생각들을 풀어내는 것도 힘든 일이라 책을 다 읽고 리뷰를 하나 쓰기도 어렵겠지만, 리뷰 하나로 그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어서,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보자 하고 들어온 것인데... 역시 산으로 가는군. 오늘은 일단 두서없는 생각 중 하나를 던져보자. 


피임, 임신중지, 출산...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섹스다. 이성애중심사회에서 섹스란, 이성간의 삽입섹스이다. 재생산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가장 핵심이면서 가장 바뀌기 어려운 이데올로기이면서 없으면 못 산다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바로 삽.입.섹.스. 우리는 섹스를 바로 알아야 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섹스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에서 온다. 우리는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를 아주아주 단순화해서 바라본다고 치고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삽입섹스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우친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좀은 유토피아적 발상일 수도 있는데, 삽입하지 않으면 임신은 없다. 아 물론 질외사정을 한대도 임신이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제쳐두고. 그러면 문장을 조금 바꾸자. 삽입하지 않으면 임신은 거의 없다. 삽입을 원하는 건 남성이지 여성이 아니다. 여성은 삽입 없이도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여성도 원한다고 하시면 그건 세뇌의 결과라고 말씀드리겠어요... 남자도 여자도 세뇌...) 여기서 또 질문이 나온다. "삽입섹스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니까 삽입섹스를 원하는 남성들이 그것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진짜로 원하는 그것은 무엇인가. 아니 잠깐, 그럼 남성은 삽입하지 않으면 오르가즘을 못 느끼나? 그럴 리가. 그러니 섹스를 위계, 권력의 문제라고 하는 거지 않아. 이건 단순히 몸과 몸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사랑 어쩌구 행위 어쩌구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두서없다고 했지만 진짜 막 두서없는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으므로 이쯤에서 그만두자. (너무 두서없어서 위의 한 단락은 괄호 안에 넣었다.) 그러나 임신중지 이전에 피임이 있고 피임 이전에 섹스가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주체인 것처럼 내세워지는 건 여성이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감, 죄책감, 수치심 등 온갖 감정고난을 겪는 것도 여성이다. 남성은 어디에 있는가? 모든 책임과 결과는 여성에게 부담시키고 피임에도 임신중지에도 출산에도 이어지는 육아에도 기타등등 어디에도 없는 남성은 누구인가?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저는 잠시 밖에 나가서 찬바람을 좀 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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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8 2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1장까지 읽었는데 읽을수록 참 복잡한 문제구나 싶습니다. 엄마의 권리가 중요한가, 태아의 생명이 중요한가… 선택이 정치와도 연결되면서 더 문제화시키는 이유도 있는 것 같구요. 정작 남자들은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깊은 고려를 하지 않으니… 그저 섹스만을 부르짖는게 다인지. 난티나무님 남은 분량도 힘내세요! 아자!!!

난티나무 2022-08-19 00:46   좋아요 1 | URL
그렇죠? ㅠㅠ 늠 복잡하고 어려워요… 읽을수록 복잡해지는 느낌이지만 끝까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자!!!

바람돌이 2022-08-18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읽기 시작했는데 서문 몇장 안 읽고도 분노가 막 솟구쳐서 미치겠어요. 좀 과하게 감정이입이 되고 있는듯요. ㅠㅠ

난티나무 2022-08-19 00:47   좋아요 1 | URL
서문을 그리 길게 쓴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계속 딥빡의 연속입니다.

공쟝쟝 2022-08-19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질문입니다. 삽입 섹스란 무엇인가. 아.

난티나무 2022-08-19 18:09   좋아요 1 | URL
자매품 : 사랑이란 무엇인가, 도 있습니다. ㅎㅎㅎ
에바 일루즈 읽고 계세요? 저도 조만간 읽어야 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다락방 2022-08-19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친구에게 한 말이 여기 그대로 들어있네요. 삽입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게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당연히 남자잖아요. 여자는 말씀하신대로 삽입이 아니어도 쾌락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사실은 삽입보다 다른 식으로 쾌락을 느끼는 경우가 훨씬 더 많죠. 질을 통한 삽입이 정말로 지스팟을 건드려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가 여자들에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살면서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한 여자들도 많고 한 번 느꼈다고 해서 계속 느끼리란 법도 없고요. 여자들은 클리토리스 만으로도 가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여자들이 설사 삽입을 좋아해도 그러나 삽입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성적 쾌락을 위해서라면 삽입이 아니어도 되고, 삽입이 아니어도 된다면 역시 남자가 아니어도 된다는거죠. 난티나무 님이 ‘세뇌‘라고 말씀하신 건 아마도 이부분에서 올 것 같아요. 남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에브리바디 아니까 오히려 성적 환상을 여러군데서 불러일으키고 아름답게 묘사하려는게 아닐까 싶은거죠.

다만 남자는 반드시 삽입이어야만 한다, 그들에겐 그것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혼자 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어딘가에 넣잖아요. 제가 싫어하는 영화에서처럼 복숭아에 넣기도 하고 애플파이에 넣기도 하고 손으로 해도 손으로 감싸쥐어서 삽입하게 만들죠. 저는 여자들에게는 세뇌가 작용했다고 보지만 남자들에게는 세뇌가 주입된게 아니라 남자들은 세뇌를 가하는 쪽이라고 생각해요. 필요해서요. 자기들은 삽입이 반드시 필요해서요. (여성괴물 에서 읽었던 걸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그것은 삽입 섹스로 표출되기도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게 이야기를 시작하니까 자꾸 길어지는데요, 왜, 자신이 레즈비언 이라고 밝혔던 여성 군인에게 ‘남자 맛을 알려준다‘며 강간한 남자 군인이 있었잖아요. 저는 작고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식의 세뇌가 작용하는 것 같아요. ‘니가 여자인데 남자를 안좋아해? 고추 맛을 몰라서 그래‘ 그거 그렇게 대단한게 아닌데 마치 대단한 것인것 마냥...

저는 그래서 레즈비언 이라고 정체화 하는 여성들과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들, 그리고 여성에겐 질 오르가슴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사실 저는 희박하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쾌감에 그다지 남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의 글이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걸 남자들은 너무나 너무나 싫어하겠지요. 자기들의 삽입 횟수와 기회가 줄어들테니까요. (너네도 삽입 필요하다니까?!) 삽입섹스에 대한 제 취향이 어떤가와는 별개로 사회가 전체적으로 삽입에 좀 과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는 생각해요.

난티나무 2022-08-19 18:40   좋아요 2 | URL
프랑스 소설 <프랑스적인 삶>에서 읽은 부분 기억납니다. 그 남자는 어머니가 냉장고에 다음날 먹으려고 마늘 박아 재워둔 소고기덩어리를 꺼냅니다... 다음날 남자는 계속 손에서 나는 마늘 냄새를 맡고... 그집 식구들은 그 고기를 구워서 나눠 먹었지요 아마...@@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복숭아 애플파이 손 등등 그리고 소고기덩어리, 이런 재현이 저는 남자들을 세뇌시킨다고 생각해요. 좀 유하게 말하자면 사회화죠. 남자의 섹스에는 반드시 성기를 넣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남자들 역시 섹스에 대해 전혀 배울 기회가 없고 정말로 섹스가 무엇인지 고민해본 적도 없는 게, 재현되는 이미지들이 온통 삽입섹스잖아요. 그것밖에 알지 못해요. 그런 의미에서 남자들도 세뇌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요. 그리고 여기서 역시 사랑, 이 따라나오는데 사랑=섹스, 이 공식도 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흔히들 생각하는, 사랑하면 섹스하는 거다, 이런 거요. 에 또 여자의 몸은 전체가 성감대라는데 왜 남자의 몸은 그렇지 않을까요? 정말 성기 말고는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가 없는 걸까요? 삽입만이 유일한 해결책(?)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아... 이 이야기는 어딘가 좀더 조용한 곳에서 더 자세히....ㅎㅎㅎㅎㅎㅎㅎㅎ 여기서는 더 말하기가 거시기하네요.ㅋㅋ 다만 이것은 제 머릿속 생각이라는 점만....ㅎㅎㅎ

남자들이 세뇌를 가하는 쪽이라는 말씀도 맞습니다. 일단 삽입섹스가 정상규범이라고 사회화가 되어버린 상태에서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남자들이 아는 거죠. 예를 들어 말씀하신 것처럼 성기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안다는 것. 아무것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알려고 하지 않고 알아도 변하려 하지 않겠지만) 그 ‘정상규범‘만을 반복하면서 대대손손 같은 짓을 반복해오는 것도 세뇌 아닐까요. 남자들이 여자들만을 세뇌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 스스로도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세뇌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제가 요즘 세뇌라는 단어에 꽂혔나 봅니다.ㅎㅎㅎ

질 오르가즘의 신화, 저도 이게 널리 알려지고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세뇌당한 채‘ ^^;; 살아온 걸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요. 관련 책도 나중에 함께 읽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2-08-20 10:22   좋아요 2 | URL
저는 삽입만이 남성들에게 유일하기 때문에 세뇌한다고 생각하는 쪽인데요, 그러니까 성기 말고는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가 없다는 쪽입니다. 왜냐하면,

데이트폭력의 시작인 가스라이팅도 열등감이나 죄책감, 불안함에서 시작되잖아요. 이 여자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라는 마음은 상대를 후려치기 시작하죠. 너같은 여자를 사랑하는 건 나 밖에 없어 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예요. 만약 남자가 자기 스스로 이 여자에게 맞는상대이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면 상대를 세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그건 여성혐오가 일어나는 방식도 마찬가지 잖아요.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는 남성들은 ‘이 아이가 내 친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그건 사회적으로 여자들에게 혼전 순결을 강요했죠. 여자는 내가 낳은 아이가 내 친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없잖아요. 대부분의 친자확인은 남성들이 하죠.

저는 삽입섹스의 세뇌도 바로 이런 지점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삽입해야만 내 자식 출산이 가능하고 삽입해야만 쾌락을 느끼는데, 그런데 여자들이 삽입 아닌 다른 것들을 하거나 삽입을 거부할까봐 열등감과 불안함이 삽입섹스를 강조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난티나무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남성들도 미디어의 재현들로 삽입을 계속해 보게 되지만, 그것은 삽입을 멈추지 말라는 세뇌 쪽이라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것은 ‘너네들은 다른거 생각하지마 삽입이 최고야!‘ 로 다르게 작동한다고 보여지고요. 그러니까 저는 난티나무 님이 하신 말씀에 대부분 같은 생각이고 동의하지만, 그들이 삽입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로 생각하고 있는거죠. 만약 남성들이 삽입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다른 식으로도 성적 쾌감을 가져갈 수 있었다면, 그래서 굳이 삽입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여성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면, 삽입에 대한 세뇌는 아예 시작도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적 열등함을 감추기 위한 것이 세뇌와 폭력의 시작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계속 책을 읽고 생각을 더 해보긴 해야 할 것 같아요.

난티나무 2022-08-20 18:32   좋아요 2 | URL
다른 식으로 성적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세뇌가 시작되지 않았을 거라 하셨는데 그렇더라도 세뇌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원인들, 그것들 때문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원인들 때문에, 충분히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가장 큰 쾌감을 느끼는 성기 하나에 그걸 몰아버렸고 거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한 거죠.(퇴...퇴화?) 성기와 삽입섹스로 만들어지고 대표되는 남성성과 남성권력을 위해 필요했던 존재가 여자라는 생각... 어찌 보면 같은 말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지금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원인에 대해서는 저도 완전 같은 생각이고요. 다만 남성의 ‘몸‘에 대한 생각만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것도 완전히 다르지는 않은데...

제가 다른 방식이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이상했어요. 여자는 이런데 남자는 오직 성기밖에 없다고? 페니스를 자극하는 것과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은 사실 다를 것 없잖아요. 둘 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의지란 또 어디까지 의지라고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남자는 참을 수 없어지고 여자는 참을 수 있다 혹은 욕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세뇌라 생각하는 거죠. 어떤 예능에서 한 남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카메라가 있는 방에서 사랑하(한다고 믿)는 여자와 침대에 누웠는데 옆에서 여자가 가볍게 터치하고 말하고 하니까 나도 남자라고, 이러면 못 참는다고,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마치 발기한 페니스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처럼. 그게 웃기다는 거예요. 못 참는 게 어디 있나요? 사랑하는 사이의 섹스에서라도 그건 가능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어쨌거나 성기를 자극하지 않았는데도 흥분(?)할 수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쾌락에도 이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요.(심지어, 그런데 꼭 쾌락의 끝까지 도달해야 하나? 이런 의문도 들어요...@@) 여자의 오르가즘처럼 남자의 오르가즘도 더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네요.@@ (남자에 대해 남자들이 연구하지 않는 것도 남자들의 특권이자 권력인 거죠. 연구하면 불리하니까! 이걸 왜 다 여자들이 해야 되냐고!!!) 아 왜 여자들이 다 해야 되냐고, 를 쓰다 보니... 그래서 섹스에 대한 교육도 일찍부터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이라도 남자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남자가 있어야, 숫자가 늘어나야 남자들이 바뀔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요. 남자들은 남자도 여자도 새롭게 공부해야 해요. (라고 쓰고 보니 여자들도 공부해야 하고... 아이 참. 공부하자 공부!)

근데 이런 이야기 나누게 되니 참 좋아요.^^


다락방 2022-08-19 0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삽입 섹스와는 별개로 저는 이 책이 참 안읽히거든요? 문장이 탁탁 막혀요. 무슨 뜻인가 파악하기 위해 재차 읽어야 하는 경우가 너무 자주 발생해서 속도가 안나요. 오늘은 문득, 원서를 사서 막히는 문장마다 찾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난티나무 2022-08-19 18:43   좋아요 2 | URL
저는 다른 분들 그런 말씀 없으시기에 저만 집중 못해서 잘 안 읽히는 줄 알았어요.^^;;;;
비슷하게 느끼셨다니 살짝 안도를...ㅎㅎㅎ
끝까지 그런 문체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번역 탓인지 원문장들이 그런 건지 저도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만약 원서와 비교해보신다면 아마 책 전체를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하였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0 10:24   좋아요 1 | URL
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좀 더 읽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원서를 산다면 책 전체를 원서와 나란히 놓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저 매 문장마다 두번 이상씩 읽어요 ㅠㅠ

난티나무 2022-08-20 18:36   좋아요 1 | URL
저는 그래서 의미만 파악되면 그냥 넘어간 부분들 많아요. 가끔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지 않는 문장들도 있었는데... 앞뒤 문맥상으로만 파악하고 넘어갔어요.^^;;; 안 그러면 진도 나갈 수가 없음...@@

건수하 2022-08-30 0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임신했을 때 에일리언 영화를 떠올렸답니다. (남편과 친구들이 경악을) 반가워서 댓글 달려고 하다가 다락방님과의 댓글을 읽게 되었네요 ㅎㅎ 유익한 대화였습니다!

저도 남성이 꼭 성기삽입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설마 그것밖에 없을까) 난티나무님께는 아이디어가 있는거 같아 궁금하네요. 뭘까요? 제게 떠오르는 건 채찍 이런것뿐 (죄송합니다)

난티나무 2022-08-30 04:34   좋아요 1 | URL
에일리언은 참... 유익한 거 같아요.(응? ㅎㅎ) 전번에 <여성괴물> 읽을 때도 나왔잖아요. 매우 인상깊었고 임신중지를 생각할 때도 저는 에일리언과 숙주인간이 떠오르더라고요. 한끗 차이 아닌가요?^^;;;

채찍!!!! 아악~~~~~ @@ 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8-30 0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30 0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30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