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젠더트러블>을 펼쳤다. 오랜만에 펼치면 눈에 좀 더 잘 들어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으나 기대는 여지없이.ㅎㅎㅎ 그냥 글자만 훑어나가는 걸로. 안 읽기는 그러니까. 읽기는 읽는다! ㅠㅠ 툭툭 튀어나오는 단어나 문장에 내 경험을 얹어 생각해 보는 걸로 만족. 설령 내가 생각하는 것이 글의 뜻과 딱딱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를 읽고 있다. 첫 장이 정희진의 글인데 여성주의이론이 함께 나와서 어 이거 만만치 않네 보던 중 '주디스 버틀러'!!! 또 나와!!! 가져왔다. 


"젠더에 대한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은 페미니즘 이론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왔다. 그는 젠더에 대한 그간의 모든 이분법적 딜레마에 탈출구를 제시했다. 정상과 비정상, 보편과 특수, 이성애와 동성애, 남성과 여성 등 수많은 이항 대립적 사유를 넘어선 그의 이론은 페미니즘뿐 아니라 현대 철학 전반에 분수령이 되었다. 버틀러는 젠더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체적인 실재'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존재가 아니라 반복적 수행을 거쳐 구성되는 사회적 규범(norm)이자 임의적 범주(category)라는 것이다.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정체성(identity)은 동일성이 아니라 동일시() 욕망이다. 남성성이 작동하는 원리는 남성이어서가 아니라 그 사회의 기존 담론에 따른 인용, 패러디, 재현, 행위(doing)의 문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인이 한국 말을 잘 하는 것은 그가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매일 한국어를 사용하기(performing)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국인이든 실체는 없다. 행위가 있을 뿐이다. 니체의 유명한 말, "행위 뒤에 행위자는 없다."를 버틀러만큼 적실하게 사용한 철학자는 없을 것이다. 행위는 행위자의 속성이 아니며 행위 자체로서 변형(해석)될 때 젠더의 해체도 가능하다. 버틀러의 주장은 '언어적 실천'이라는 패러다임을 확고하게 제시했다. 이론과 실천 운동의 뿌리 깊은 분리와 위계를 해소한 것이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중 「한국 남성의 식민성과 여성주의 이론」, 정희진, p.40~41)


이것만 읽고 버틀러 끝, 하면 좋겠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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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2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님 어쩜 이렇게 버틀러 잘 설명해주셨을까요? 쏙쏙 들어오네요. 정희진 쌤이 버틀러 해설서 써주시면 좋겠어요!! ㅠㅠ

난티나무 2021-07-24 00:10   좋아요 0 | URL
저도요!!!!! ^^;;;;;;;

단발머리 2021-07-2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찾아봐야겠어요. 난티나무님 덕분에 이 책을 다시 발견했네요. 감사합니다!!!

난티나무 2021-07-24 00:11   좋아요 1 | URL
한참을 묵혀뒀다 꺼냈는데 음청 좋네요! 이 기획 책들 다 사모아야 겠다는!!!!!!

공쟝쟝 2021-07-28 16:14   좋아요 0 | URL
저 다 이미 사모아놓은 사람 쨘 !!! 그나저나 희진사마… 😭

난티나무 2021-07-28 19:17   좋아요 0 | URL
미투의 정치학 그저께 삼요.ㅎㅎ 한 권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