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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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비야가 나온 무릎팍 도사를 봤다.   

정말 속사포처럼 빠른 말, 유쾌한 웃음소리, 책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명랑 쾌활함이랄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책을 읽으며... 어쩐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사뭇 진지하리란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를 보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이제는 그녀의 말투처럼 그녀의 글들이 순식간에 읽힌다.  

그녀가 내게 밝고 명랑하게 속삭이듯..수다떨듯.. 그렇게 즐겁게 책을 읽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퇴근하는 버스와 전철에서만 책을 읽었는데,  

쿡쿡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우도 많아서 조금 민망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작가의 태도때문이였으리라. 나도 함께 수없이 가슴이 짠했던 이유는.. 

이 책은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과 그런 자신을 확고하게 믿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가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하느님과 주변인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는 그녀의 태도. 

이 모든 것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 자신에게 묻게 된다. '너는?...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자꾸만 작가와 나를 비교한다.  

너는 어디로 가고 있니? 그 방향이 맞는 걸까? 불평하기 전에 너는 최선을 다해 본 거니? 

너는 이렇게 감사하며 살고 있니? 사소한 일에도, 차마 감사할 수 없는 일에도 감사하며 살고 있니?  

참 희한한 것은 그런 비교 후에 자신감이 사라진다거나, 체념하게 된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없다.  

그저 나도 이렇게 살 수 있도록 힘을 내보자고! 나를 다독이게 된다.  

또 작가와 같은 태도, 같은 생각을 마주하면 내 자신을 마음껏 칭찬하게 된다.  '너 맘에 들어! 넌 참 괜찮은 아이야'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 앞으로도 반복해서 읽으며 힘을 얻어낼 예정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종교에 대한 내 생각과 지난 날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나는 기독교...하지만 마지못해 교회를 나가는 정도. 내킬 때만, 필요할 때만 기도하는 정도.  

그동안 나의 기도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얼마나 어린 기도를 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성숙한 믿음을 갖게끔, 성숙한 기도를 드릴 수 있게끔... 신앙인으로서의 내 자신도 돌이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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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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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들갑스러운 표현의 두드러진 특징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중략- 한마디로 카르페 디엠, 그 순간을 느끼고 표현하며 즐기는 것이 내게는 매우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17쪽

미래의 걱정을 땡겨하는 것, 걱정 가불-18쪽

이런 긍정적인 자존감 덕분에 지금도 나는 누가 나한테 싫은 소리를 하면 저 사람은 '나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나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크게 마음 상해하지 않는다-26쪽

하지만 이런 작은 불편함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하는 결정적이며 치명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실체가 있는 한계라면 극복할 방법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36쪽

내가 정말로 무섭고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후지게 나이 먹는 것이다. 내가 절대로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 하는 모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내가 왕년에는'을 말머리 삼아 옛날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사람, 자기 생각과 경험이 세상 전부이고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나이 들수록 자신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니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경험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인 양 절대화, 일반화하는 것은 정말 들어줄 수가 없다. -39쪽

또 하다는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쥐고만 있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움켜쥐고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추하고 초라하여 딱해 보인다. 그래서 난 '주자학파'가 될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에너지든 기꺼이, 아낌없이 나눠'주자'는 주자학파! 내가 생각해도 멋진 이름이다!
- 중략 -
닮지 말아야 할 이 두가지 모습을 염두에 두면서 내 식으로 나이를 먹고 싶다. 죽을 때까지 뭔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업데이트 하며 살고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 바람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40쪽

다정한 사람 만났어?-54쪽

그런데 그날에야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때 그 사랑은 가시처럼 아픈 추억이 아니라 아픈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도 할 수 있는만큼 우리 사랑을 위해 최선의 최선을 다했으리라는 것을, 다만 그때 우리는 어렸고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헤아릴 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거였다. -57쪽

사랑은 무엇인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사랑하였음으로 행복하다는 말-60쪽

칭찬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칭찬을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의 행복 지수가 훨씬 높아진다고 하니 더욱 잘되었다. 칭찬이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보려는 태도인데 이것이 바로 행복의 근원이자 동력이 된다고 한다. -63쪽

바깥에서 어떤 종류의 힘이 가해지든 그것을 내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스스로 행복의 조건으로 만들면 되는 거라고 믿는다. 이름하여 마음 속에 '행복발전소'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 중략 -
쓰나미 구호때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난민촌 임시 천만 학교에서 종달새 같은 목소리로 구구단을 외우며 내일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중에도 이 전쟁이 끝나면 농사를 짓겠다며 씨앗을 항아리에 넣어 땅속에 묻고 고향을 떠나왔다는 아프가니스탄 농부들. 그들의 환한 얼굴을 대하면 농부들이 묻고 온 게 씨앗 항아리가 아니라 한줄기 희망인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 -64쪽

나는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무조건 일으켜 세워 다시 싸우게 하는 것만이 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누워 있겠는가. 더 이상 싸울 힘도 의사도 없을지 모르는데 거기에 대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어나라, 힘내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잘하고 있는 사람을 응원할 때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인생이란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때는 세심한 마음씀이 필요하다. 누워 있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용히 위로해 주어야 한다. -78쪽

그래서 나는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해도 응답이 없으면 내 기도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해본다.
첫째, 내 기도가 터무니없기 때문에 (중략)
둘째, 내 기도보다 다른 사람의 기도가 더 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중략)
셋째, 내 기도를 들어줄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중략)

그러나 내 기도가 응답이 되지 않아 애가 타들어가도 나는 굳게 믿는 구석이 있따. 결국에는, 종국에는, 끝에 가서는 하느님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믿음이다. 나의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고 내 아버지인데, 그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내게 주시지 않을리가 없다.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주실지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것이고, 우리는 그분을 굳게 믿고 기쁜 마음으로 노력하며 기다리면 되는거다. 끝에 가서는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고 믿는 마음만 있으면 그 어떤 고통의 과정도, 지루한 기다림도 기꺼이 견디게 된다. -86쪽

천길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사 더 미시진 않을 거야.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 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89쪽

비틀거리지 않는 젊음은 젊음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틀거린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누구나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 큰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93쪽

나는 종종 사람을 꽃에 비유한다. 꽃처럼 사람들도 피어나는 시기가 다 따로 있다고 믿는다. (중략)
계절은 다르지만 꽃마다 각각의 한창때가 반드시 오듯이, 사람도 활짝 피어나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95쪽

이런 불평이나 푸념이나 하소연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번 솔직히 물어보자. 정말 당신은 끝까지 문을 두드렸는가? 일단 벽이 아니라 문이라는 것만 확인되면 끝까지 두드려야 뭐가 되어도 되는 거다. 문이라면 열리게 되어 있다. (중략)
나도 끝까지 두드린 문만 열 수 있었다. 내가 두드렸던 모든 문이 다 열리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열렸던 문 중에 끝까지 두드리지 않았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열심히 두드렸지만 끝내 열지 못한 문도 수두룩하다. 왜 그때 한 번 더, 딱 한번만 더 두드려 보지 않았을까. 뼈아픈 후회도 수없이 한다. 그때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사정이란 사실은 구차한 핑계요, 약삭빠른 요령이요, 어리석은 자기 합리화의 다른 이름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두드렸다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 마음이 개운할 것이다. 일단 끝까지 해봐야 문이 열릴 확률도 높고 실패를 했더라도 후회나 미련이 없다. 이렇게 실패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도 최선을 다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105쪽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돌아보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두드려서 열린 문들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열어주었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105쪽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던 끈을 '나 이제 그만할래'하고 놓아버리면 그 순간은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 같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포기의 고통'은 더욱 깊고 오래갔다.
-중략-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108쪽

우리는 다만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함께 두려워하고, 아파하는 것을 함께 아파할 수 있을 뿐이다. 가끔은 고통과 원망과 회의 앞에서 흔들릴지라도 그렇게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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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 -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을 배우는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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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아주 오래 전부터 엄마가 되길 꿈꾸어 왔다.

엄마가 된다면, 좋은 엄마가 되리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육아에 관심도 많고, 아이 마음도 잘 이애해 줄 수 있었다.  

사교육 열풍이 불어대도 소신있게 아이를 키우리라 다짐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현실로 다가오니 어떻게 해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막막했다.

막연한 자신감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에 다가갈 수 없으리란  

두려움,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런 와중에 엄마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를 알게 되었다.

사실 저자를 알게 되었다기 보다는  

육아서를 검색하는 중에  [엄마 학교]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라는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잘은 모르지만 어쩐지 통 할 것 같은 예감이랄까?

내 예감은 적중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메세지는 내가 듣고 싶어하던 그것들이였고,  

저자는 내가 롤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이였다.

 

[엄마 학교]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자녀들을 키우면서 가졌던 엄마로써의 자세, 교육원칙 등이 나와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이 존재 자체에 감사하면서 아이에게 전폭적인 사랑과 신뢰를 주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아이는 절로 큰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참 명확한 메세지다. 

[엄마 학교]에서는 저자가 이런 원칙을 지키고자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워왔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말해준다. 

이런 내용들을 읽으며 나는 앞으로 내가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미래에 내 모습을 꿈꿔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원하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원칙으로 아이를 대할지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이였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뉜다.

1. 다정한 엄마 되기

2. 영리한 엄마 되기

3. 대범한 엄마 되기

4. 행복한 엄마 되기

 

1부 다정한 엄마 되기에서는...

엄마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아이에게 엄마도 사랑과 믿음을 듬뿍 주라는 내용이다.

아이를 향해 늘 팔을 벌리고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엄마.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

이런 지극한 사랑이 있으면 아이는 세상의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전에는 당연히 이런 엄마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해서 아이를 다그치는 일도 생길테고,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말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을 거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순간에 '남이 내 아이를 이렇게 대하면 화가 나겠지' 생각하고,  

그런 행동은 엄마 본인부터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어른이 아닌 아이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고, 엄마 눈에 차지 않을 수도 있기에,  

아이로서의 권리를 발휘할 수 있게끔 노력했다고도 한다.

 

1부에서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바로 '너름대로' 라는 말이다.

내가 중심인 '나름대로' 보다는  

너가 중심이 되는 '너름대로' 의 태도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나름대로'라는 말이 때때로 무서운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너는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 이런 생각들...

내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 상대에게는 최선이 아닌 선택이였을지도 모르는데  

'나름대로'를 주장하며 상대를 힘들게 할 수도 생각을 한 적 있었다.  

나름대로는 나름대로일 뿐이라며...

 

이 책 뿐만 아니라 내가 여지껏 읽어온 육아서 모두 '너름대로'를 말한다.

엄마의 입장이 아닌 아이의 입장, 아이의 눈에서 바라보라는 뜻이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아이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했는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이가 기분이 언짢거나 화가 났을 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주라고 한다.  

공감만 해줘도 아이의 태도는 크게 변한다.

거의 모든 책에서 이런 말들을 한다.  

아이를 키울 때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니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무조건 혼내거나 다그치기 보다는  

'내 아이가 왜 그랬을까?' 와 '내 아이의 기분이 어땠을까?' 를 먼저 생각한다면,

아이로 인해 화가 나기 보다는 실수로 인해 놀랐을 아이 마음,  

화가 나는 아이 마음을 이해하며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학교에서 훌륭한 하루 일과를 마친 아이는 대견한 반면에  

학교에서 좋은 성과를 못 낸 아이는 하루가 더욱 고되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이미 아이 입장이 아닌 1등을 바라는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있었나보다. 

저자의 저 한마디를 읽고는 머리가 띵....했다. 

만약 내 아이가 학교에서 내가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나는 아마 티는 안 낼지 몰라도 속으로 엄청 안달하거나, 속상하거나 그랬으리라.  

왜 성적이 저렇게 밖에 나오지 않을까 고민했겠지.

하지만 그로 인해 아이의 하루가 얼마나 고되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했을까?

사교육 열풍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나는 아이 입장을 먼저 생각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반성하는 입장이 되어 나머지 내용을 읽었다.  

뒤에는 그런 고된 하루를 보낸 아이에게 엄마는 웃는 낯으로 맞이해 주라고 쓰여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하는 최고의 질문은 '얼마나 즐거웠니?'라는 말도 함께...  

나는 이 말을 내 마음에 깊이 새기기로 했다.

 

총 4부로 나뉘어져 있지만 어떻게 보면 4부 모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같다.

 

2부 영리한 엄마 되기에서는...

아이 교육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다.

일상생활에서 놀이처럼 공부하게 하고, 원 없이 놀게 하고, 조기가 아닌 적기 교육을 하고,  

학원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게 하고, 책을 가까이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자신감을 채워주며 기다려주고, 이웃 뿐만 아니라 자연도 생각하게 하고,  

유기농산물로 건강을 지키라는 내용이다.

요즘 시대에 남들처럼 학원을 보내지 않고 소신있게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도 아직까지는 사교육에 휘둘리지 않으리라,  

흔들리지 않고 소신있게 키우리라 다짐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막막하고, 실패하면 어쩌지 불안감도 든다.  

내 인생이 아닌 내 아이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더 두렵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 한 명이라도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소신대로 아이를 믿으며  

아이를 키워야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원 고르는 시간에 아이의 행복이 무엇일까를 꼼꼼히 살피는데 시간을 썼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이런 참 교육을 뒤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용기가 되는 말이다.

나는 이 말에서 용기를 얻었고,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고 마음을 다잡아서 소신있게 아이를 키워야겠단 생각을 했다.

 

3부 대범한 엄마 되기...

내게는 이 부분이 참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도 사실 앞부분과 연결된다. 남들 다 보내는 학원 안 보내고,  

아이를 원 없이 놀게 하는 것도 대범한 엄마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의 능력을 믿고 기다려 주는 일도 마찬가지다.

암튼 이 부분도 아이 키우는 데 있어서 참 중요한 부분이다.

대범한 엄마 되기는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 주라는 말이다.

아이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뒤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봐주고,  

잘 지켜보다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만 아이의 일에 관여를 하란 뜻이다. 

사실 요즘은 아이들 숙제, 학교 청소, 환경 미화 등등... 

엄마들이 나서서 아이들 일에 관여하는 부분이 참 많다.

물론 엄마들이 해버리면 빨리 끝낼 수 있고,  

결과는 좋겠지만 아이가 그 과정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뒷짐 지고 있다가  

내 아이만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까 조급한 마음에 너도나도 아이 일에 뛰어든다.

하지만 늘 이렇게 부모의 도움으로 커 온 아이는 한계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 이 부분에 해당하는 듯 싶다.

대범한 엄마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내 아이를 믿는 것이 아닐까?

 

4부 행복한 엄마 되기...

아이는 부모의 거울과도 같다.  

부모를 보고 자라기 때문에 내가 어떤 표정으로 아이를 대하는지가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4부에서는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단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평온한 가정을 통해 아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뻔한 이야기도...

뻔한 이야기지만 저자가 어떻게 평온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는지,  

알콩달콩 가족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엄마 학교]를 읽으면서 저자가 따뜻한 엄마이기도 하지만,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아이에게 전하려고 하는 점도 그렇고,  

모든 아이들의 엄마가 돼야겠다고 다짐한 부분도 그렇고, 

선생님이나, 이웃, 자연을 대하는 모든 태도에서 

참 따뜻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삶의 태도에 감동했고,  

그 삶의 태도가 녹아든 교육 원칙에 고개를 끄덕였다.

4부를 읽으며 나는 어떻게 내 가족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어떤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까? 행복한 고민을 해보았다. 

 
아이가 지금 순간에 만족하며 충실히 살아가고,  

그 기쁨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게 무엇일까?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직업을 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아이가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행복을 알고, 매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있을까 싶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나는 어떤 모습의 엄마가 되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  좋은 책이다.

내게는 내가 꿈꾸는 육아에 대한 용기를 주는 책이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가슴 속에 '진정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되새겨 봐야 할 구절들이 참 많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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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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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62쪽

사는 동안 겪는 모든 일에는 결과가 따르게 마련이니까. -78쪽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93쪽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148쪽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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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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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이란 제목은 책을 든 사람의 마음을 어쩐지 진지하게 만든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했지만
열 살 아니 열네 살 소년 모모의 입을 통해 들어서인지 너무 무거워 힘든 책은 아니였다.
다만 애잔한 느낌이랄까?
모모나 로자 아줌마는 행복하다거나, 평탄하다거나 하는 그런 삶과는 거리가 멀다. 
밑바닥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너무 당연한 모모의 말투 때문인지, 로자 아줌마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는 모모의 철듦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힘든 삶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두 사람 때문인지 슬픔보다는 짠한 마음이 더 강했다.

책을 덮고 모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지난 시간이 마음 한구석 상처로 남아, 행복해도 웃지 못하는 어두운 어른이 돼버리진 않을까?
결말에서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좀 놀라고 당황한 바람에,
책을 덮고 문득 모모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다시 책을 뒤적이며 내가 표시한 부분들을 읽어보니...
모모는 나도 아직 하지 못한 사랑을 온전히 실천한 아이란 생각이 든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은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식상한지...

하지만 나는 모모는 사랑에 대해 대답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의 인생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순수하고도 아름다웠을 소녀시절,
상처로 점철되었을 창녀 시절, 그 이후 창녀들의 아이를 돌보며 살았던 시절, 그리고 현재까지.  
모모는 그녀의 삶을 아는데서 멈추지 않고, 로자 아줌마의 삶 전체를 비춰 그녀의 부족한 부분도,
그녀가 아파하는 순간도 모두 이해했다.
때론 로자 아줌마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고 자신이 없는 삶을 두려워하던 그녀를 이해했다. 물론 모모에게도 그녀가 필요했겠지만, 로자 아줌마를 이해하는 모모는 퍽 어른스러웠다.

나는 어떤 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내 가까운 이들을 모모처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지.

내 부모님조차도 나는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해왔다.
그들은 처음부터 나의 부모님이였기에 내게 주는 것만이 당연하다는 듯 나는 그래왔다.
그들에게도 청춘이 있었을테고, 사랑도 해봤을테고, 꿈도 있었을텐데...
인생에서 상처와 고달픔도 있었을테고, 그래서 때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텐데...
나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무조건 나에 대한 이해만을 바라며 살아왔다.

생이라는 건 혼자 살 수 없고, 그렇다면 가까운 이들을 사랑하며 살아야 할텐데.
나는 사랑이란 말을 오해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게 주는 사람만 반겨하고, 사람들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고 실망하고, 그런 부분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철없이 눈앞에 주어진 행복도 행복인지 모른 채 툴툴거리기만 했던 나였다.

이제라도 나는 어떤 생을 꾸려나갈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이 책이 자꾸만 '너는 어떻게 살래? 어떤 사랑을 하고 있니?' 내게 묻는다.

좀 당당한 대답을 할 수 있게끔 내 생의 방향을 확고히 해야하는 순간이 왔다. 지금 이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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