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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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들갑스러운 표현의 두드러진 특징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중략- 한마디로 카르페 디엠, 그 순간을 느끼고 표현하며 즐기는 것이 내게는 매우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17쪽

미래의 걱정을 땡겨하는 것, 걱정 가불-18쪽

이런 긍정적인 자존감 덕분에 지금도 나는 누가 나한테 싫은 소리를 하면 저 사람은 '나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나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크게 마음 상해하지 않는다-26쪽

하지만 이런 작은 불편함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하는 결정적이며 치명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실체가 있는 한계라면 극복할 방법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36쪽

내가 정말로 무섭고 두려워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후지게 나이 먹는 것이다. 내가 절대로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 하는 모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내가 왕년에는'을 말머리 삼아 옛날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사람, 자기 생각과 경험이 세상 전부이고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나이 들수록 자신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니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경험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인 양 절대화, 일반화하는 것은 정말 들어줄 수가 없다. -39쪽

또 하다는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쥐고만 있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움켜쥐고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추하고 초라하여 딱해 보인다. 그래서 난 '주자학파'가 될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에너지든 기꺼이, 아낌없이 나눠'주자'는 주자학파! 내가 생각해도 멋진 이름이다!
- 중략 -
닮지 말아야 할 이 두가지 모습을 염두에 두면서 내 식으로 나이를 먹고 싶다. 죽을 때까지 뭔가를 배우고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업데이트 하며 살고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 바람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40쪽

다정한 사람 만났어?-54쪽

그런데 그날에야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때 그 사랑은 가시처럼 아픈 추억이 아니라 아픈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도 할 수 있는만큼 우리 사랑을 위해 최선의 최선을 다했으리라는 것을, 다만 그때 우리는 어렸고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헤아릴 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거였다. -57쪽

사랑은 무엇인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사랑하였음으로 행복하다는 말-60쪽

칭찬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칭찬을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의 행복 지수가 훨씬 높아진다고 하니 더욱 잘되었다. 칭찬이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보려는 태도인데 이것이 바로 행복의 근원이자 동력이 된다고 한다. -63쪽

바깥에서 어떤 종류의 힘이 가해지든 그것을 내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 스스로 행복의 조건으로 만들면 되는 거라고 믿는다. 이름하여 마음 속에 '행복발전소'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 중략 -
쓰나미 구호때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난민촌 임시 천만 학교에서 종달새 같은 목소리로 구구단을 외우며 내일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중에도 이 전쟁이 끝나면 농사를 짓겠다며 씨앗을 항아리에 넣어 땅속에 묻고 고향을 떠나왔다는 아프가니스탄 농부들. 그들의 환한 얼굴을 대하면 농부들이 묻고 온 게 씨앗 항아리가 아니라 한줄기 희망인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 -64쪽

나는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무조건 일으켜 세워 다시 싸우게 하는 것만이 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누워 있겠는가. 더 이상 싸울 힘도 의사도 없을지 모르는데 거기에 대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어나라, 힘내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잘하고 있는 사람을 응원할 때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인생이란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때는 세심한 마음씀이 필요하다. 누워 있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용히 위로해 주어야 한다. -78쪽

그래서 나는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해도 응답이 없으면 내 기도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해본다.
첫째, 내 기도가 터무니없기 때문에 (중략)
둘째, 내 기도보다 다른 사람의 기도가 더 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중략)
셋째, 내 기도를 들어줄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중략)

그러나 내 기도가 응답이 되지 않아 애가 타들어가도 나는 굳게 믿는 구석이 있따. 결국에는, 종국에는, 끝에 가서는 하느님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믿음이다. 나의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고 내 아버지인데, 그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내게 주시지 않을리가 없다.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주실지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것이고, 우리는 그분을 굳게 믿고 기쁜 마음으로 노력하며 기다리면 되는거다. 끝에 가서는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고 믿는 마음만 있으면 그 어떤 고통의 과정도, 지루한 기다림도 기꺼이 견디게 된다. -86쪽

천길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 데가 없는데 설사 더 미시진 않을 거야.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날 벼랑 아래로 떨어뜨릴 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 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89쪽

비틀거리지 않는 젊음은 젊음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틀거린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누구나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 큰다. 당신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93쪽

나는 종종 사람을 꽃에 비유한다. 꽃처럼 사람들도 피어나는 시기가 다 따로 있다고 믿는다. (중략)
계절은 다르지만 꽃마다 각각의 한창때가 반드시 오듯이, 사람도 활짝 피어나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95쪽

이런 불평이나 푸념이나 하소연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번 솔직히 물어보자. 정말 당신은 끝까지 문을 두드렸는가? 일단 벽이 아니라 문이라는 것만 확인되면 끝까지 두드려야 뭐가 되어도 되는 거다. 문이라면 열리게 되어 있다. (중략)
나도 끝까지 두드린 문만 열 수 있었다. 내가 두드렸던 모든 문이 다 열리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열렸던 문 중에 끝까지 두드리지 않았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열심히 두드렸지만 끝내 열지 못한 문도 수두룩하다. 왜 그때 한 번 더, 딱 한번만 더 두드려 보지 않았을까. 뼈아픈 후회도 수없이 한다. 그때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사정이란 사실은 구차한 핑계요, 약삭빠른 요령이요, 어리석은 자기 합리화의 다른 이름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두드렸다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 마음이 개운할 것이다. 일단 끝까지 해봐야 문이 열릴 확률도 높고 실패를 했더라도 후회나 미련이 없다. 이렇게 실패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도 최선을 다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105쪽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돌아보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두드려서 열린 문들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열어주었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105쪽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던 끈을 '나 이제 그만할래'하고 놓아버리면 그 순간은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 같지만 곧이어 찾아오는 '포기의 고통'은 더욱 깊고 오래갔다.
-중략-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108쪽

우리는 다만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함께 두려워하고, 아파하는 것을 함께 아파할 수 있을 뿐이다. 가끔은 고통과 원망과 회의 앞에서 흔들릴지라도 그렇게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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