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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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13쪽

이 일을 시작한지 겨우 6개월 된 나와 20년 차 베테랑을 비교하지 말자.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깐.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21쪽

DMZ. 이름 그대로라면 비무장지대인데 땅속은 그렇게 잔뜩 무장을 하고 있는 내 나라의 현실이 슬프다. 내 땅의 허리가 안쓰럽다. 괜히 내 허리를 만져본다. 아, 생각할수록 시리고 저린 나의 조국이여. -50쪽

바닷가에 사는 한 어부가 아침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져 살려주었다. "그 수많은 불가사리 중 겨우 몇 마리를 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동네 사람의 물음에 어부는 대답했다. "그 불가사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진 거죠."-61쪽

세상에는 성별, 국적, 부모형제 등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것들이 있다. 그 주어진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탓만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하루빨리 인정하고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82쪽

"You are on my head." 이라크에서 이 말은 "당신은 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뜻이란다. -121쪽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들은 나보다 더 가난한 이들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 마음, 아름답다. 멋지다. 그리고 정말 고맙다. 대한민국 만세다. -158쪽

도시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데, 나 혼자 촛불 하나를 들고 있다고 해서 그 어둠이 걷힐 리 만무하다. 하지만 어둡다, 어둡다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초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을 옆 사람에게, 또 그 옆 사람에게, 초가 타고 있는 한 옮겨주고 싶다. 그래서 내 주변부터 밝고 따뜻하게 하고 싶다. 모든 일을 해결할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눈빛 푸른 젊은이여, 만약에 당신이 내 옆에 서 있다면 내 촛불을 기꺼이 받아주시겠는가. -159쪽

우리는 또한 각자 속해 있는 분야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중 한사람만 잘못해도 그 분야 사람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욕하고 믿지 못하게 되지 않나. 나 한 사람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겠지만 바로 그 한 사람이 자기 나라와 자기가 속해 있는 분야의 호감도와 이미지를 좌지우지 한다. -188쪽

그때 초라한 화분 안에서 활짝 핀 꽃을 보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피어 있는 꽃을 알아보는 것은 누군들 못하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잠재력을 보고 밀어주는 사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합산으로 사람을 보지 않고 그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합산이라고 믿어주는 사람이 지도자일 거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면, 어린 싹일 때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물도 주는 사람. 그러다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시련을 이기며 혼자 크는 모습을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찍히는 건' 정말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228쪽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헛된 이름, 허명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물론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263쪽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기가 꺾여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몸이 지쳐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일 때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싶을 때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진군의 북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에게 내려진 절체절명의 명령 소리가 들린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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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2-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한때 건강이 안 좋단 말이 들리던데
요샌 어찌 지내시는지.. 라디오에서 목소리도 들었는데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사람이더군요. 저도 허명이 제일 무서워요^^

fallin 2008-02-11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저도 책을 통해 참 멋있단 생각을 했어요. 그 용기, 씩씩함, 따뜻함까지 지닌...
저도 허명에 관련된 구절이 맘에 남아요. 자꾸 기억하려 애쓴답니다.
이 말을 자꾸 기억하면 허명에 흔들리지 않을 거 같아요. 허명때문에 부질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도 같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