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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동구는 눅눅하게 젖어있던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덮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동안 동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참 따뜻하다면 표현이 될까? 아니 부족하다.
서평을 읽고 책을 선택했지만 성장소설과도 같단 말에 그다지 맘이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정말 이 책을 추천(?) 아니 멋지게 서평을 써주신 님에게 참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류의 소설이였다. 평범한 사람들...( 저마다 안고 있는 사연들을 들어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없겠지만...) 아니 가족이 나오고, 그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동구의 아픔과 동시에 시대의 아픔을 어루 만져주고, 희망까지 살짝 보여주는 따뜻하고, 가슴이 잔잔해지는 소설.
처음에는 난독증에 걸린 동구와 그를 잘 보살펴주는 박선생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감동적일 순 있지만 조금 지루하고 식상했을텐데... 시대를 간과했던 탓이다.
그 시대... 그 어둠만큼이나 동구와 그의 가족들도 어둡고, 아프다.
엄마는 할머니 때문에, 아빠는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 오도 가도 못하느라, 할머니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을 알 수 없어, 유일하게 어둠 없이 밝기만 했던 동생 영주의 죽음으로 가족의 아픔은 극에 다다른다.
그 안에서 동구는 혼란을 느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박영은 선생님을 떠올리며, 그녀가 동구에게 보여준 빛을 따라 한줄기 희망을 밝혀낸다.
동구네 가족의 상처가 극에 다다랐을 때 나는 걱정이 되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절망인가? 그렇다면 가슴이 너무 아플 거 같아서 걱정이 앞섰는데, 동구는 그런 나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의젓하게, 희망을 찾아낸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동구가 운이 좋을 때 문 틈새로 또는 잠시나마.. 머물렀던 정원. 희망이 살아있는 곳.
그토록 지독하게 구는 시어머니라면 정말 미치고도 남을 거 같다고 느꼈다. 단지 나이가 먹어서라고 하기엔 너무 하지 않은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아빠는 또 왜 그렇게 무력하고, 불공평한지, 고부간의 갈등을 그렇게 해결할 힘이 없는 건지, 그렇게 무능하면서 왜 엄마를 때리는지...엄마는 또 왜 그렇게 참기만 하는지, 왜 맞기만 하는지,
박선생님이 동구에게 아빠를 이해시킬 때, 그리고 희망이 없는 할머니를 이해시킬 때... 나는 부끄러웠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이해 못해도 되는 거야? 오죽하면 그럴까?... 안쓰럽게 봐줄 수 없는 거야?
특히 동구가 할머니를 따라 시골로 내려가겠단 선택을 할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아차!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이 가족이 어째야 하나?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나는 할머니의 입장보단 동구와 동구의 부모 그 세 가족만을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니 할머니가 희망 없단 말...실감난다.
동구는 이렇게 나를 잔잔히 감동시켰다. 그래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버렸다.
동구는 직접 말로 하진 않지만, 우리 안의 희망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뿐이라는 걸 전해준다.
인간이 인간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지라도 결국 그 고통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동구는 위태로운 가정에서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한사람 한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이해했다.
인간이 인간을 억누르던 그 어둠의 시대. 희망도 인간이구나 깨닫는 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