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지음, 송경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1943년에 발표된 소설로 대학교수인 노먼이란 주인공이 아내 탠시가 마법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자신의 아내가 마법을 쓴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노먼은 탠시에게 마법을 그만두라고 하고, 노먼의 앞날을 위해 마법을 써온 탠시는 노먼의 강요로 마법을 멈추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노먼을 보호해준 탠시의 마법이 사라지자, 노먼에게는 불길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건 탠시와 마찬가지로 대학 내에서 자신의 남편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교수부인들의 마법 때문이다. 결국 탠시는 그들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노먼은 탠시를 대신해 마법을 쓰게 된다.

이 소설은 재미도 있지만 다분히 철학적인 부분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쉽게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그냥 다른 쉬운 소설들처럼 노먼이 탠시의 마법세계를 얼른 인정하고, 재미난 사건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했지만, 노먼은 끝까지 마법과 과학 사이에서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탠시가 영혼을 빼앗기는 장면에서부터는 눈을 뗄 수 없게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마법은 우스꽝스러운 중세의 도구를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하는 손쉬운 속임수도 아닌, 오직 상징만을 조작해서 ‘소환된 힘’을 조종하는, 매우 힘들고 긴장된 싸움이었다. 방의 벽 밖에서, 두개골의 벽 밖에서, 마음에 있는 무형의 에너지 벽 바깥에서, 그는 그 힘이 모이고 부풀어 오르고 무시무시한 기대에 차서 그가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것을 느꼈다. 잘못되면 그를 눌러 부숴버리려고 하면서.』
이 구절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내가 상상하는 마법은 고작..손으로 하는 손쉬운 속임수가 아니였을까? 하지만 작가는 마법을 단순한 흥미로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좀 독특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학내 권력에 대한 암투나 주변 사람들을 통한 날카로운 시선도 소설을 다소 가볍지 않게 이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인천하”드라마가 생각났다. 자신의 남편과 아들에게 권력을 쥐게 하기 위해 여자들이 암투를 하는 그 드라마. 이 소설은 대학이란 공간에서 대학교수인 남편을 좀 더 높은 자리로 올리기 위해 여자들이 마법으로 암투를 벌인다. 그래서 조금은 빈정이 상했다. 내가 탠시라면 나를 위해 마법을 쓰고, 내가 성공할 거 같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쓰여진 시대를 생각하며 여자들의 사회생활은 흔치 않았고, 내조를 잘하는 게 여자에겐 최고가 아니였나 싶다.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서 나처럼 빈정 상하지 말고, 오히려 남자들의 힘을 키워주는 게 여자라는 의미로 해석하라고 했는데... 난 그렇게는 잘 이해되진 않는다. 하지만 소설이 쓰여진 시대나 여자란 습성을 생각해보면 조금 이해되기도 한다.

『여자들이 마녀면 안될 이유가 뭐야? 여자들은 직관주의자, 전통주의자, 비합리주의자들이야. 여자들은 애초부터 미신적이었어.』
여자가 남자들에 비해 이런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작가는 여자들의 이런 습성을 보고, 여자를 마녀로 만드는 상상을 펼치지 않았을까 싶다.

아래 두 구절은 내가 맘에 들어 줄을 쳐놓았다. 사소한 감정이 커다란 감정을 능가한단 말은 참 와닿는 말이다. 그리고 그림자 이야기는..어느날 문득 나 또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면 떠오를 말인 거 같다. 나는 SF, 환타지 이런 류의 소설을 즐겨 보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내게 참 색다른 맛이였다. 맛있었다.

- 모두 아주 사소한 일이야. 하지만 사소한 감정들이 커다란 감정을 능가할 수도 있어. 인간의 정신에는 사소한 크기가 더 잘 맞거든.

- 원시 신앙에 따르면 당신이 비친 그림자는 당신의 영혼이거나 영혼의 운반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동구는 눅눅하게 젖어있던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덮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동안 동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참 따뜻하다면 표현이 될까? 아니 부족하다.
서평을 읽고 책을 선택했지만 성장소설과도 같단 말에 그다지 맘이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정말 이 책을 추천(?) 아니 멋지게 서평을 써주신 님에게 참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류의 소설이였다. 평범한 사람들...( 저마다 안고 있는 사연들을 들어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없겠지만...) 아니 가족이 나오고, 그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동구의 아픔과 동시에 시대의 아픔을 어루 만져주고, 희망까지 살짝 보여주는 따뜻하고, 가슴이 잔잔해지는 소설.

처음에는 난독증에 걸린 동구와 그를 잘 보살펴주는 박선생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감동적일 순 있지만 조금 지루하고 식상했을텐데... 시대를 간과했던 탓이다.
그 시대... 그 어둠만큼이나 동구와 그의 가족들도 어둡고, 아프다.
엄마는 할머니 때문에, 아빠는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 오도 가도 못하느라, 할머니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을 알 수 없어, 유일하게 어둠 없이 밝기만 했던 동생 영주의 죽음으로 가족의 아픔은 극에 다다른다. 
그 안에서 동구는 혼란을 느낀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박영은 선생님을 떠올리며, 그녀가 동구에게 보여준 빛을 따라 한줄기 희망을 밝혀낸다.

동구네 가족의 상처가 극에 다다랐을 때 나는 걱정이 되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절망인가? 그렇다면 가슴이 너무 아플 거 같아서 걱정이 앞섰는데, 동구는 그런 나보다도 더 어른스럽게, 의젓하게, 희망을 찾아낸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동구가 운이 좋을 때 문 틈새로 또는 잠시나마.. 머물렀던 정원. 희망이 살아있는 곳.

그토록 지독하게 구는 시어머니라면 정말 미치고도 남을 거 같다고 느꼈다. 단지 나이가 먹어서라고 하기엔 너무 하지 않은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아빠는 또 왜 그렇게 무력하고, 불공평한지, 고부간의 갈등을 그렇게 해결할 힘이 없는 건지, 그렇게 무능하면서 왜 엄마를 때리는지...엄마는 또 왜 그렇게 참기만 하는지, 왜 맞기만 하는지,

박선생님이 동구에게 아빠를 이해시킬 때, 그리고 희망이 없는 할머니를 이해시킬 때... 나는 부끄러웠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이해 못해도 되는 거야? 오죽하면 그럴까?... 안쓰럽게 봐줄 수 없는 거야?

특히 동구가 할머니를 따라 시골로 내려가겠단 선택을 할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아차!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이 가족이 어째야 하나?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나는 할머니의 입장보단 동구와 동구의 부모 그 세 가족만을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니 할머니가 희망 없단 말...실감난다. 

동구는 이렇게 나를 잔잔히 감동시켰다. 그래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버렸다.
동구는 직접 말로 하진 않지만, 우리 안의 희망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뿐이라는 걸 전해준다.
인간이 인간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지라도 결국 그 고통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동구는 위태로운 가정에서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한사람 한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이해했다.
인간이 인간을 억누르던 그 어둠의 시대. 희망도 인간이구나 깨닫는 순간이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8-2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심윤경 작가 책이군요 :)
잘 읽었습니다.
전 <이현의 연애> 를 제일 좋아한답니다 ^^

fallin 2007-08-22 12:3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현의 연애'를 기다리고 있어요^^ 기대되네요ㅋ

홍수맘 2007-08-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은지가 한참되 가물가물해요. 제 기억으로 심윤경 작가가 이공계를 전공하셨던 걸로 아는데 처음에 참 매치가 안 되더라구요.
님 덕에 저도 한번 찾아 훏어보고 싶네요.
이 여름 잘 이겨내고 계시죠?

fallin 2007-08-22 12:32   좋아요 0 | URL
제가 한동안 서재에 못 들어왔네요~잘 지내시죠? 처음 만난 작가인데 정말 맘에 쏙 들었어요^^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가와의 첫만남이다. 나에게는 좀 낯설고 당혹스러운 그러나 의미있는 만남이였다.
바리데기라는 제목에서 나는 어느 시골에서 자란 여자의 기구한 삶을 예상했다.
바리데기에서 부엌데기를 연상했기 때문이리라. 기구한 삶은 맞았지만...

그 배경과 기구한 삶의 내용들은 내가 상상하지 못한 것들이였다.

이 유명한 작가에 대해 내가 참 아는 게 없단 걸 깨달은 순간이기도 하다.
그나마 작가 프로필이라도 읽어서 다행이였다.
바리데기는 바리라는 북한 여자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북한의 가난과 그곳의 굶주림, 그리고 중국과 영국으로의 이주, 9.11테러와 영국 지하철 테러 사건들을 아우르는 내용이다.
나는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이 당황스러웠다.
거기다 바리는 약간 주술적인 능력이 있어서 귀신이나 개, 벙어리 언니와도 소통한다. 그래서 중간 중간 귀신을 만나는 이야기나 저승세계에 다녀오는 장면들도 있었다. 색다르고 낯설었다.

바리공주 설화는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굿판을 통해 전해온 설화라고 한다. 알고 나니 더욱 이해 가는 것이 이 소설에서는 끊임없이 바리가 죽은 자들을 만나고, 또 그들을 위로한다. 특히 황천길을 다녀오며 죽은 자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바리에게 여러 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그때마다 바리는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대답을 한다.

정말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기구한 삶.
나는 사실 아주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소설을 기대했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맘도 많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북한의 가난을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단 점이 맘에 든다.

요즘은 참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 다닌다. TV나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 차고 넘친다. 그래서 곱씹어 볼 여지도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쓱 지나가버린다.

북한의 굶주림 또한 얼마나 많이 들어본 말인지... 하지만 그동안 상상하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운 소식이라며 넘겨왔다.  이 작가는 이런 실상을 내게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바리와 같은 그들의 기구한 삶을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함과 안타까움과 소설에 대한 고마움이 생겨났다.

점점 통일에 대한 소망이 엷어지는 게 사실이다. 사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아쉬운 게 없고, 국가, 민족이라는 말도 그 힘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생각해왔던가? 솔직히 나는 통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였지만 통일이 된다면 나중에 이루어지길 바랬다. 내 삶의 역사의 한순간이 있길 바라진 않았다. 혼란스러운 세상이 내 앞에 닥치는 게 귀찮았던 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 고리타분할지 몰라도 어렸을 적 무조건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라고 외치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맘을 잃어버린 나를 책망한다. 우리의 민족이 저렇게 고통 받고, 굶주리며 죽어가고 있는데 너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던가? 하는 마음에 말이다.

민족이 도대체 뭐길래... 현재나 미래에도 민족이 의미가 있을까? 혼란스럽긴 하다. 하지만 마음이 말한다. 그래도 한민족인 우리가 감싸주고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 진정한 나와 대면하는 변화의 기술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05년 6월
구판절판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고 개선하고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은 당신의 사유 재산이다. -25쪽

다수의 의견에 맞선다는 것은 겸손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는 자신이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조심했으며, 불확실성 속에 존재하는 흐름을 예측하려고 애썼다. -46쪽

삐딱하다는 것은 무절제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외부세계의 질서보다 자시 세계의 질서에 더 충실하다는 뜻이다. -53쪽

직원들이 흥분과 열정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경영이다. -5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작가의 "이유"라는 책을 읽었다. 두꺼워도 그 두께에 질리지 않고 한숨에 다 읽은 책이였다. 깊이있고, 통찰력도 있고, 날카로웠고 그랬는데...스텝파더스텝은 전혀 의외였다. 작가를 "이사카 코타로"로 착각할 뻔했다.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고...의외!!였다.

도둑이 부모에게 버려진 쌍둥이들의 아버지 역할을 해준다는 설정은 유쾌하고 따뜻했다. 서로 마음을 열고, 나누고, 마지막에 진짜 아버지가 나타난 줄 알고 가짜아버지가 상처받는 내용은 정말 마음을 짠하게 했다. 쌍둥이도 참 귀엽고, 홍길동 같은 도둑도 맘에 든다.

근데 읽는 내내 이사카 코타로가 생각났다. 칠드런, 중력삐에로, 사신치바..등등..구성이 참 비슷했다. 일본은 이런 게 유행인가?

암튼... 이 작가답지 않게...(실은 이유 1권 밖에 읽어보질 않아서 이 작가다움을 모른다...)가볍게 터치만 했단 생각이 든다. 유쾌하고 재밌었지만, 뭔가 더 많이 기대를 했던 나에겐 좀 아쉬움이 컸다.

다른 알라디너의 서재에서도 이런 말을 들었는데...

부모는 아이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lin 2007-07-1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실망스러운 건 아니고요..그냥 기대가 좀 컸어요 ^^;;; 친구가 모방범은 정말 좋단 얘기를 하더라구용..모방범 읽어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