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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지음, 장영희 옮김 / 창비 / 2004년 10월
평점 :
이 책은 고 장영희 전 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번역 연습' 이라는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과 함께 번역한 책이다. 장영희 교수는 후기에서, 대학교 2~3학년에게 맞는 표준어로 씌어진 책, 재미 있으면서 문학성 있는 책, 우리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을 기준으로 삼아 골랐던 책이라 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3 학생들이다. 서로 사귀고 있긴 했으나 공부나 생활 면에서도 문제 없는 우수한 아이들인데 어느 날, 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단 한 번의 육체적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임신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두 아이의 대학 생활에 대해 심각한 혼란을 가져오고 여자 주인공인 헬렌은 엄마 손에 이끌려 낙태 클리닉까지 가게 된다.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는 현실 인식이 조금 부족한 낭만주의자 형으로, 헬렌이 임신한 사실을 인식하여 앞으로 아이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헬렌에 대한 사랑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문제에 대한 고민뿐이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똑똑한 헬렌은 크리스와 의논하기 보다는 스스로 아이를 낳고 키우기로 결정하고 낙태 수술 직전 도망을 치고, 염려와 반대로 이어지는 가족들에게 아기를 낳겠다고 공표하며 결국 아기를 낳게 된다.
이 책의 제목 이름 없는 너에게는 헬렌이 뱃 속에 있는 자기 아이에게 쓴 편지의 첫머리말이다. 이야기는 크리스가 그 편지들을 읽어가며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크리스의 생각과 한 일들이 같이 시간 순으로 엮어지며 이어진다.
크리스는 대학에 입학하러 가기 이틀 전날에, 헬렌의 동생으로부터 이 편지들을 전해받고 헬렌이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크리스와 헬렌은 입원실에서 아이와 함께 셋이 만나게 되지만, 크리스는 아직 자신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크리스가 이 모든 내용을 책으로 엮어 아기인 에이미에게 보낸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크리스는 아기에게 주는 큰 선물을 함과 동시에 아기를 자신의 인생에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헬렌이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는 과정과 아이를 낳기까지 부모들과의 갈등을 겪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성적 우수자인 헬렌이 대학 입학을 몇 년 뒤로 미루어야 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나오게 되는데, 그 모든 것이 여자인 헬렌만 감수해야하는 엄청난 불이익과 피해들이라는 사실이다. 남자인 크리스는 괴로움의 급이 다르다. 한참 아래이다. 그러나 결국은 크리스도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책은 성숙하지 못한 사랑이 가져다 주는 인생의 불편함과, 그로 인해 여성들이 더 많은 괴로움을 겪어야한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청소년 문학이라 해서 중 2인 아들 녀석과 같이 이 책을 읽었는데, 읽고 나서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 녀석에게는 이런 내용이 조금 일렀던 거 같다. 반응이 별로였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고1 ~ 고2 정도에 읽히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