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는 일이 자못 흥미진진하다. 지금은 26번 째 주자로 최원식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나도 여전히 이계삼의 책을 읽고 있는데 마침 다음 구절이 나온다. 2013년에 쓴 글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사회에, 그리고 이 정권에 필요한 것은 무수한 말, 무수한 토론, 수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이며 거기서 얻게 될 타자성의 체험이다. 나라 망하게 하자는 소리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세상은 지배자들의 탐욕과 사치로 망했으면 망했지, 민주주의를 향한 분출과 혼란의 소용돌이 때문에 망했던 적은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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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2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재해서 망한 나라는 있어도 민주주의 해서 망한 나라는 없더라구요 ^^.

nama 2016-02-29 21:18   좋아요 1 | URL
과연 이 정권에서 `타자성의 체험`을 이룰 수 있을지요....
 

특별히 이상한 것을 먹은 것도,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속이 아파서 온종일 눈만 꿈벅거리고 자리보전하고 있다가, 그래도 뭔가 해야지 싶어 노트북 앞에 앉는다.

 

 

 

 

 

 

 

 

 

 

 

 

 

 

 

 

이계삼의 글을 읽으면 마음매무새를 고치게 된다. 그간의 마음 찌꺼기, 사고의 불투명함, 허망한 욕심, 애매한 믿음 따위가 수면 위로 올라와서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느낌이 든다. 순간이나마 정직한 마음자세가 되고 반성하는 인간이 된다.

 

이리저리 에돌지 않는 직선적인 표현은 설득력이 강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되는데...

 

사실 말이지만, 지금 학교가 존립하는 것은 달리 다른 이유가 없다. 국가는 걷은 세금을 써야 하고, 교사는 월급을 받아야 하며, 학생은 졸업장을 받아야 하고, 부모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 당위와 합리성이 아니라, 주어진 틀의 완강함이, 힘의 관계가 구조화시켜 놓은 압도적인 완력이 작동하는 것이 오늘날의 한국 정치다. 그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힘의 운반자들'일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도와 정책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교육은 오늘날 한국인들의 사회적 삶의 성패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관문이다. 거기에는 중산층으로 안락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 여기서 밀려나면 끝이라는 공포가 서려 있다. 거기에는 믿을 건 내 가족, 내 자식밖에 없다는 가족주의와 가족애를 빙자한 끔찍한 자기애가 있고, 좋은 삶이란 그저 좋은 대학 나와서 그럭저럭 사는 것이라는 속물적인 인생관이 있다. 나와 내 자식이 이 체제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내 자식이 기층민중의 일원으로, 농민으로 노동자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이 벌 수도 풍족하게 쓸 수도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자각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 문제는 아주 작은 것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퇴직 소감>에서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쓴 시

 

민사고와 하버드를 향한 트랙에서 빠져나와 곧장 미용사가 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진짜 혁신이다. 작금의 혁신학교 운동은 답이 될 수 없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혁신학교는 답이 아니다>에서

 

책을 채 반도 못 읽어서 여기까지만 옮긴다. 1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두며 쓴 <퇴직소감>이 아프게 와닿는다.

 

☞계속☞

 

밀양송전탑에 대한 글이다.

 

돈 때문인지는 다 알고 있다. 밀양송전탑의 건설 여부에는 고리 지역 노후원전 연장 가동과 UAE 원전 수출 드라이브, 신고리 5~6호기 증설에 이르기까지 수십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돈이 걸려 있다. 세월호 이후에 어떤 일에서든 정권이 밀려서는 안 된다는 권력의 자기보호 본능이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 한 줌 노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9개월 동안 연인원 38만 명에 경찰 주둔 비용으로만 100억 원을 들일 만한 분명한 이유가 그들에겐 있다.

 

밀양송전탑 싸움을 통해 내가 얻는 가장 큰 학습은 정치 공간이 '허당'이 되어 버릴 때, 국가와 시민이 직접 부딪칠 때 재난이 도래한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이며, 그 정치는 저들을 향한 청원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를 엮어 세우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진실을 나는 배웠다.

 

 

<20년째 같은 방식>에서

정권의 형편없는 지체를 조롱하는 것은 쉽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는 것, 비정규직의 고통과 맞서 싸우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 농업의 부흥 외에 한국사회의 다른 출구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풍요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의 익숙한 삶의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언제나 힘겨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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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숲으로 - 숲의 작가 슈티프터와 함께 한 오스트리아 여행
정기호.권영경 지음 / 사람의무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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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조경학을 전공한 두 분의 여행기. 학자다운 꼼꼼함과 전문적인 식견은 인정하지만 문체가 밋밋하고 지루하여 산정을 오르는 기분으로 쉬엄 쉬엄 읽게됨. 오스트리아에 대한 일반 정보를 얻을까 했으나 그건 내 욕심과 착각. 몰입하지 못하는 건 내 문제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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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책을 보내며 300백 원을 내면 선택할 수 있는 '선물 메시지 전달'을 하고자 했으나 계속 오류가 나서 끝내 메시지를 쓰지 못했다. 400자 미만으로 쓰게 되어 있는 선물 카드를 혼자 키득거리며 두 번이나 애써 채웠는데 애석하게도 보내지 못했다. 순간 화가 나서 선물 메시지를 건너뛰고 결제하니 이렇게 순조로울 수가....이건 내 탓이 아니다. 그래서, 세 번째로 시도한다. 쓸 때마다 조금씩 표현이 달라진다. 맨 처음이 제일 신선했는데 쓸때마다 뭔가 느끼함이 가미되는 느낌?

 

 

친구에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고 오래된 친구가 참으로 아름다워 책을 보낸다. 틈틈이 배낭을 싸고, 그러다가 여행에 지치면 어느 경치 좋은 동네에 눌러앉아, 현지인처럼 비닐봉다리 흔들며 슬리퍼 찍찍 끌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한동안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런 방자한 세월을 함께 보내야 하니, 친구야 부디 건강해라. 건강유지는 오래된 친구로서의 엄중한 사명이다. ㅋㅋㅋ

 

 

책은, 승효상과 김남희의 책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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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면, 으레 찾아오는 몸살을 이길 겸(92쪽)' 이 책을 집어들었다.

 

작년 봄, 도서관 담당을 하게되자 야심차게 천여 권의 책을 폐기했는데 이 책도 폐기목록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차마 버리기가 아까워 집으로 들고왔었다.

 

주로 1990년대에 쓴 에세이라서 그런지 좀 낡은 감이 없지 않다. 소박하다고나 할까.

 

다음은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다가 발견한 구절이다.  

 

   둑에는 큰 나무를 심지 않는다. 언젠가 뿌리가 썩고, 그 썩은 뿌리는 홍수 때 수압에 못 이긴 물을 통과시켜 둑을 붕괴시키는 관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큰 인간을 중심이 아닌 경계에서 자라게 하고 썩혀야, 그의 뿌리가 썩어 변혁의 물을 통과시키는 관이 되는 것이다.

   이해를 잘 하려 들지 않는 판에다 큰 시인을 놓아두고 썩히면, 그의 뿌리가 썩어 정신적인 새 지도, 즉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즈음은 너무 빨리 세상에 알려져 썩을 기회를 채 갖지 못하고 베어져 화목이 되는 시인들을 여럿 본다. 어디 시인들뿐이랴. 소설가나 평론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되도록 남들이 심지 않으려는 데에다가 심길 것.

 

구석을 사랑하리.

 

 

얼마 전에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 며칠 동안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든 적이 있었다. 형편상 여행을 나설 틈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괴로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내가 그 동안 여행한 절들을 마음으로 찾아다닌 것이다......마음 속 절 방문으로 며칠 동안의 심한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우선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절은 조계산 동편에 있는 선암사이다. 경내가 온통 정원으로 되어 있고, 편히 누워서 쉬고 있는 노송도 하나 있다. 특히 매화가 필 무렵이면 이 세상 같지 않아, 나는 지난 몇 년간 계속 1박 2일로 다녀오곤 해왔다. 매화의 절정기는 사나흘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개 하루 이틀 먼저 가거나 늦게 갈 확률이 많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매화 없이도 선암사는 충분히 아름답고, 또 절정기를 못 만나야 다음 해에 다시 달려갈 이유가 서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난 달에 다녀왔던 선암사의 매화 사진을 음미해본다. 시인은 마음으로 절을 찾아다니며 '마음 속 절 방문으로 심한 고통을 줄인다'고 하는데 나는 그나마 사진으로라도 2월의 심란함을 잠시 잊어보고 싶다.

 

 

 

새 학교, 새 학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가 되면 떠오르는 농담 하나.

 

아들: 어머니, 내일이 개학인데, 학교 가기 싫어요.

노모: 얘야, 왜 그러니? 넌 교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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