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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맨즈 독 One Man's Dog
조지수 지음 / 지혜정원 / 2013년 4월
평점 :
그간 적잖은 책을 구입했는데 읽다가 한쪽으로 밀어놓은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던, 책을 쓴 분들의 노고를 모르는 건 아니건만, 내 어수선한 마음을 붙잡아주지 못하는 책들이 너무나 많았다. 내 게으름도 물론 무시할 수 없지만.
조지수라는 필명의 작가가 쓴 이 책은 나의 게으름은 물론 피곤으로 찌든 정신을 무릅쓰고 단숨에 읽도록 하는 마력을 지녔다. 꼭지마다 그러니까 주제마다 색깔을 달리해서 웃길 때는 웃기고,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엄숙할 땐 지극히 엄숙하면서도, 매우 지적이며,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는 통찰력이 번득이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버벅거리고 있는 건가, 지금. 짧게 말해서, 옥석이 있을 때 이 책은 단연 '옥'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것도 '진짜' 옥.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나는 책 소개에는 좀 야박한 편이다. 일단 완독으로 족하고, 길게 쓸 만큼 마음이 한가롭지도 않다. 해야 할 일에 늘 발목이 잡힌 상태이기도 하고. 이미 잠들 시간이 지나서 눈이 아파온다. 다행히 주말이지만, 오늘은 시험 출제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수고가 많은 하루였다. 핑계를 용서하시길.. 성의 없는 글도 양해하시길...
갈피마다 의미있고 재밌는 부분이 많은데 유독 내 눈에 들어오자마자 호흡을 멈추게 한 문장이 있었으니,
나는 심지어 내 묘비명에 '직업을 잘못 택한 사람 여기 잠들다'라고 써주기를 요청했다. 내 기질은 탐험가, 모험가 등에 어울린다. 아니면 관광 가이드에 어울린다. 얌전하게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은 내 본령이 아니었다. <나의 차>에서
ㅎㅎㅎ 내 얘긴줄 알았다고나 할까.
삶의 의의 중 가장 커다란 하나는 자신의 행불행을 스스로의 손아귀 안에 쥐는 것이다. 운명이 주는 불운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자기 단련의 소홀로 생기는 불행은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외재적 행복의 추구에 의해 획득되지 않는다. 내재적 만족에 의해 획득된다.
<지성의 이익>에서
효자 자식은 부모가 만든다. 마찬가지로 존경하는 젊은이는 우리가 만든다. 존재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하려면 그 존재 자체가 의미 있고 행복해야 한다. 이것은 세상에 대해 더 힘을 지닌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중략) 젊은이들은 기억조차 못할 아득한 시절부터 '노인을 공경하라'고 세뇌되고 교육된다. 기억도 못할 시기에 심어진 관념은 일생에 걸쳐 마비적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늙으면, 존경받을 이유가 위에 제시된 어떤 것('노인네들이 더 지혜롭다거나, 더 오래 살았다거나, 더 신중하거나, 먼저 살았기 때문')에도 근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자신이 기득권자가 되는 것이니 그 속임수를 그대로 쓰기로 자신과 타협해버린다. 그러니 노인공경은 계속적으로 속고 속이는 협잡이다. 협잡질이 우리 효의 근원이다. <노인 공경의 이유>에서
이 책은 이런 소개가 무의미하다. 직접 읽어봐야 한다.
* 이 책은 중고서적이 아닌 새 책을 신청하고 구입했는데 배달된 책은 아무리봐도 새 책이 아니다. 책 밑면에 깨알같은 보라색 동그라미 도장이 두 개 찍혀 있고 무슨 액체가 살짝 묻은 흔적이 남아 있다. 책 겉장의 오른쪽 귀퉁이도 살짝 들려있다. 어디 책을 한두 번 구입해보나. 척 보면 새 책인지 헌 책인지 구분 못할까나. 이걸 '옥의 티'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