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디를 갔다가 돌아오는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이 음악은...발리 음악이네." 갑자기 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잠시 후 디제이 전기현의 차분한 목소리, 그래 발리 음악이었다.
발리 음악을 알아본 나 자신이 신기하긴 했지만, 발리를 다니다보면 늘 듣게 되는 음악이 Gus Teja 의 연주라는 것을 이제야 알아본 나 자신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는 발리를 가기 전에 알았어야 했다. 온갖 넘치는 정보에 치일세라 여행안내서나 인터넷검색 따위를 일부러 멀리했더니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지 못했지 싶다. 그 유명한 Gus Teja 공연을 한번쯤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내 몸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는 건, 그래도 흥미롭긴 하다. 비좁아터진 발리 우붓의 거리를 하릴없이 매일 수 킬로미터씩 거닐었던 덕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의 악기.
딩동딩동 두들겨본 소리가 저 깊은 기억이라는 창고에 남아 있다가 제 곡조를 알아보지 않았을까. 몸으로 하는 것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몸이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