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오늘은 매시간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광복절이라고 태극기 게양하라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아파트가 태극기 달기 시범아파트로 지정"되었다며 한달간 태극기를 달아야한다는 것이다. 아니 누가 그걸 지정해주지? 내가 혹시 꿈결에라도 그 지정에 동의한 적이 있었나? 애국심은 내가 알아서 마음 속에 품고 키우는 것이지 고작 태극기 단다고 없는 애국심이 고취되냐고? 우리 동네만 이런가? 옆 신도시에 비해 낙후된 지역이니 사람들까지 낙후되었다고 여겨 계몽에 나선건가? 원 참.....

 

* 딸아이가 만 20세가 되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지서를 보냈다. 처음에는 이 통지서를 보고 우리나라도 드디어 복지국가 대열에 들어섰구나, 하면서 감탄했었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을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다니, 하면서.

그래서 남편이나 나나 어차피 정해진 건강검진을 받는 길에 딸까지 같이 받으면 되겠다 싶어 검진기관에 물어보았다. 산부인과에 가서 물어보란다. 물어보니 성관계가 있으면 받고 없으면 받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제는 딸의 성관계까지 나라에서 걱정해주나? 원 참.....

 

알고보니 딸아이에게 온 통지서는 건강검진이 아니라 자궁경부암검진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암검진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1. 검진기관 사정(예약 집중 등)에 따라 예약이 조기에 마감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 및 예약 후 검진하시기 바랍니다.

2. 문진표 작성: 검진기관에 비치된 문진표는 반드시 본인이 작성하며, 검진결과 통보를 위해 주소 및 전화번호는 정확하게 기재하셔야 합니다.

3. 자궁경부암 검진 주의사항

  -생리 중에는 검사를 피하시기 바라며, 검사 2~3일 전부터 성관계, 템폰, 질세척, 질 내 약물 및 윤활제, 질 내 피임약 사용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자궁적출술을 받았거나 성경험이 없으신 분은 사전에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성경험이 없으신 분은 사전에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이건 또 뭐야. 성경험이 없으신 분은 검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 검진을 받는 여성은 성경험이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게 되는 건가?

 

누굴 위한 것인가? 성경험이 있는 20세 이상의 한국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것인가? 이 검진으로 이득을 보는 의료집단인가? 국민 개개인의 건강에, 한국여성들의 자궁건강에 그렇게도 관심이 많은 나라였던가?

 

 

이반 일리치가 옳았다.

 

오늘날 위기란 말은 의사, 외교관, 은행가, 온갖 사회 공학자가 모든 상황을 접수하고 사람들의 자유를 유보하는 상황을 의미하게 되었다. 국가도 사람처럼 중환자 리스트에 오른다.

 

'모든 상황을 접수'하고.... 애국심 고취, 암검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