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종교가 힌두교라고는 하나 인도의 힌두교와는 다르다. 먼저 쉽게 눈에 띄는 것이 곳곳에 있는 이 의자이다. 인도에서는 온갖 신상이 난무(?)하지만 발리에서는 신상이 있어야 할 곳에 이 의자가 자리잡고 있다. 호텔이건, 식당이건, 거리건 고개만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 의자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여행 내내 교과서로 삼은 다음 책에 설명이 잘나와 있다.
...발리의 종교는 힌두교 이전의 발리 고유의 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신상이 숭배의 중심인 것에 비해서 발리의 경우는 신이 강림하는 파드마사나(신이 강림해 앉은 의자)가 있어 신은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보통 신들은 천상계나 산상에 있고 제삿날에만 사원에 강림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인도의 사원은 밀폐된 건물에 신들이 항상 모셔져 있는 것에 비해 발리의 사원은 많은 사당으로 둘러싸여 제삿날 이외에는 신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발리 주민 스스로 힌두교도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의 종교는 인도 힌두교와는 상당히 다르다. 거기에는 발리의 토착 문화를 토대로 인도 문화가 증층적으로 겹치는 소위 발리 고유의 신앙 위에 힌두교와 불교의 요소가 불가분의 형태로 받아들여져서 서로 혼합하여 발리 섬의 독자적인 종교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156~157쪽)
신이 강림해 앉는 의자가 꼭 신의 자리겠는가. 때로는 돌아가신 부모형제, 아픈 사람들, 가난하고 불쌍한 온갖 존재들, 꿈, 희망 등이 잠시 머물다가는 자리일 수도 있겠다 싶어 이 의자를 볼 때마다 경건해지곤 했다. 발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연 이 신의 의자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도 텅 빈 의자가 하나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