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커튼이라니.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곳에서 10년을 보냈는데 새삼 커튼이라니. 이런 전통은 성가시고 거추장스럽다. 아니나다를까. 툭하면 고리가 빠지고 그러면 고리를 제대로 끼우라는 관리자의 잔소리를 듣게 되는, 학교란 잔소리가 메아리 치는 곳임을 커튼이 확인시켜준다.
한학기 동안의 교육과정에 대한 설문지가 가정통신문으로 나갔다. 그중 커튼에 대한 학부모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커튼 세탁을 단체로 맡기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흐흠...예전엔 반장, 부반장에게 커튼 빨아오라고 한 장씩 손에 들려주었는데 이제는 민원 들어올까봐 그것도 못한다.
오늘. 운전을 못하니 할 수 없이 남편을 꾀어 학교에 가서 커튼을 떼온다. 세탁기로 빨고 건조까지 시키니 3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자세히 보니 바느질 풀린 곳이 여러군데, 손으로 박음질을 한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려면 댓가가 있어야 한다. 상점을 준다거나 하는 보상을 제시해야 겨우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 물론 댓가 없이 하는 아이들이 없는 건 아니나 극소수이다. 오죽하면 심부름 담당 학생을 따로 지명하여 봉사시간을 주겠는가.
커튼 빨아오는 일을 시키려면, 글쎄 상점으로 5점 정도 줘야 아이들 마음이 움직일까? '학급 비품 관리를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할 경우' 상점 3점을 부여하는데...상점도 싫다고 거절하는 아이들의 냉랭한 모습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느니 차라니 내가 하지. 바느질 솜씨도 발휘하고.
우리집 안방에 걸린 얇은 커튼을 언제 빨았던가.